범죄 현장의 타임캡슐 파헤치기
sickboy 2021/11/0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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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체를 보는 식물학자
- 마크 스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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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 - 2021-10-26
: 568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csi 길 그리섬 반장은 곤충 감식 전문가이다. 주로 사체나 범죄현장에서 발견된 곤충이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된다. 그런데 곤충 말고도 사건의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 또 하나 있었으니.. 바로 식물이다!
법정에서 식물이 증거로 채택된지는 100년 가까이 된다고 한다. 작가인 마크 스펜서도 영국에서 10년 넘게 법식물학자로 활동중이고, 그 경험을 쓴 책이 # 시체를보는식물학자이다.
시체가 있으면 식물과 주변 생명체들은 거기에 반응한다. 아주 풍부한 영양 공급원이기 때문이다. 영양분을 공급받고 자란 식물은 시체를 완전히 둘러싸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말해줄 아주 중요한 타임캡슐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리고 시신을 관통하거나 시체 위에서 자란 타임캡슐을 최대한 손상 없이 조사해서 사건을 밝혀내는 것이 법식물학자가 하는 일이다.
범죄현장의 식물을 분석하는 것 외에 실종된 사람(사체 포함)을 찾는데도 식물학자가 필요하다. 사건이 일어났을만한 범위를 특정하고 직접 다니며 일일이 확인한다. 일이 벌어졌다면 식물이 훼손됐거나 자연적 위치에서 벗어나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법식물학자가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계절은 언제일까? 바로… 겨울이다! 이유는 식물의 이파리가 사라지고 나면 발견되는 시체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체를 먹고 자라고, 범죄 현장의 증거도 쥐고있고, 시체가 발견되는데도 일조하는 식물 생태계가 흥미로웠다.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에게 나온 작은 이파리 두 조각에 관한 내용이었다. 범죄 현장에서 도망친 후 정신적 외상을 입은 피해자는 범행 장소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몸에서 나온 작은 이파리 두 조각만이 범죄의 유일한 증거인 셈이다. 보통 이런 류의 범죄를 소재로 한 책은 자극적인 내용이 포함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식물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책 전반에 걸쳐 애정을 표현하는 작가는 자극적인 내용은 모두 배제하고 사건을 서술해나간다. 섬세한 식물을 다룰 때처럼 피해자의 마음을 세심하게 헤아리고 식물학자로서의 소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 밖에도 불법으로 공원에 묻은 동물 사체때문에 수사인력 낭비가 된다는 이야기, 동성애자임을 당당히 밝히고 국가기관에서 일하는 작가와 그를 대하는 동료들의 유연한 마음가짐, 기증받은 시신으로 범죄나 재난 현장을 재연해서 연구하는 사체농장 등이 인상깊었다. 나도 장기와 각막을 기증하고 남은 부분은 병원에 해부용으로 기증을 할 생각이었는데 사체농장 같은게 있으면 그런 쪽에 기증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될 것 같다.
보통 식물이 훼손되면 2~5년 정도는 지나야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사건이 빨리 해결되면 좋겠지만, 한편 생각해보면 금세 사라져버리고 마는 다른 증거에 비해 긴 시간 보전이 돼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고, 법식물학이 범죄 현장에서 좀 더 다양하게 쓰이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또 범죄 이야기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흥미 위주의 자극적인 내용이 아니라 생소한 분야를 탐구할 수 있는 이런 책이 더욱 많이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 살인본능이라는 법곤충학자 책도 같이 읽어보면 더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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