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에서 춤추다
sickboy 2021/10/0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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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끝에서 춤추다
- 어슐러 K. 르 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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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 - 2021-09-10
: 830
백신 접종으로 아주아주 힘든 한주를 보냈는데, 내 곁에 있어준 책.
힘든 일을 같이 겪어서인지 르 권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어짐을 느낄 수 있었다. 하하
세상 끝에서 춤추다는 판타지 작가로 전세계를 제패한 어슐러 K. 르 권이 1976-1988년에 걸쳐 언어, 여자, 장소를 주제로 발표한 강연, 에세이, 서평을 모아놓은 책이다. (+1989년에 바뀐 견해에 대해 글을 덧붙여 출간)
나.. 좋아하는 작가한정. 개정판 나오면 그전엔 어떻게 썼을까 궁금해서 도서관을 전전하는 집착쩌는 아이..
나같은 사람이 찾아있는 수고를 덜어줘서 좋았고,
작가가 자기 견해를 수정하며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쳤는지 사족을 달아줘서 읽는 재미와 함께 이런식으로 변했구나 느낄 수 있어 좋았고,
자기가 잘못 생각한 부분은 인정하는 점.(당연히 큰 잘못은 아니지만, 사람은 사소한 자기 실수도 인정하기 어려워하니까) 쉬운 일이 아닌데.. 더군다나 유명한 작가라면 더더욱. 자기가 잘못 생각했던 부분은 인정하면서 구차하지 않고, 유연해보이는 태도. 완전 좋았다. 이런 사람이 좋은 어른이라 생각하고, 본받고 싶은데 잘 안된다… 흑
+글구 편집이 맘에 든다. 본문은 검정색이고 사족은 표지랑 일체감을 주는 파랑색인데 그럼에도 튀는 느낌이 없어 거슬리지가 않는다.
나는 작가들이 쓰는 에세이를 좋아한다. 인문학자이거나 소설가이거나 관계없이. 평소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가고, 어떤 이유에서 소설 또는 다른것들ㅡ뭉뚱그리긴했지만ㅡ을 썼는지, 작가의 세계가 어떻게 완성되어가는지 ㅡ여기서 완성은 완전함을 의미하는건 아니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ㅡ 그 세계가 완성되가는 과정을 추측하는게 재밌어서이다.
하지만 사실 여성작가들의 에세이는 좋아하지 않았다.
왜냐면 읽는 동안 감정소모가 커서 품을 더 들여야하는 경향이 있다. 요건 남녀작가 편가르기가 아닌 남녀 성향차이로 이해하면 좋을 듯.내가 여자여서 더 감정이입을 하는것도 있을 것이고. 그런데 이제는 나도 르 권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좀 바뀐건가? 여성작가들 글이 너무 재밌고 좋다. 여자들끼리 통하는 얘기 해주고, 서로 응원해주고, 이어있는 듯한 느낌이 아주아주 든든하다!
지금은 세상에 없는 이 여성작가는 작품하나, 강연하나, 허투루 내뱉은게 없다.(왜 아니겠어요) 짧은 글 하나에서도 끊임없이 사유하고 사색했음이 짐작된다. 그렇게 세상에 내놓고도 자기 글에 대해 쉴새없이 자기성찰하고 검열한다. 그런 태도가 대작가를 만들었겠지.
어시스 연대기만 썼어도 대박인데, 수많은 강연과 에세이, 다독에 서평까지. 이게 가능한가. 감탄하면서도, 질투하며 즐거운 시간이었다.
황금가지 서평단 이벤트에 당첨되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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