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도 유전이 되는것 같아요..
김명숙 2024/01/24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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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82
태몽에 용과 호랑이가 등장한 덕에 곽용호라는 이름을 갖게 된 주인공.
곽용호는 4년제 대학도 졸업했건만, 취업에 변변히 미끄러진다.
유일한 가족인 엄마는 잘나가는 유명한 드라마 작가이다.
잘난 엄마에게 치이고, 늘 구박만 받고,
따뜻하고 달달한 말 한마디 들어본적 없는 딸 곽용호는
엄마 곽문영과의 사이가 좋을리 없다.
'태몽 컨설팅'이라는 소재로 드라마 '드림 런처스'를 쓰게 된 엄마는 어느날 갑자기 홀연히 사라진다.
갑자기 사라진 엄마를 대신해 딸인 용호에게 대신 집필해 달라고 부탁한다. 남몰래 글을 쓰던 용호는 자신의 유일한 절친 장현과 집필을 계속 해 나간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둘이 써내려간 이야기들은 단 한번의 수정 요구도 없이 너무도 깔끔하게 재밌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이때부터 이상함을 느꼈어야 했는데..)
어쨌든, 그녀들은 자신감이 조금은 차올랐다.
그러다 문득 사라진 엄마에 대한 무관심이 떠올랐고,
엄마의 수족 같은 드라마 PD 오혜진이 흘려준 정보덕에
엄마가 '광혜암'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궉산이라는 외곽의 깊은 산속에 은밀하게 숨겨져 있는 이곳은 지도에도 표시되어 있지 않고, 사람들의 발길도 뜸하다. 암자 입구에는 부서진 성상들이 즐비하고, 건물 벽에는 차라리 없는 게 나은 벽화들이 가득하다. 외관부터 수상한 이곳을 관리하는 스님 역시 어딘가 미심쩍어 보인다.
이제는 인연을 끊다시피 살고 있는 외삼촌의 말에 의하면
엄마가 아주 오래전부터 이곳과 인연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것만 같은, 늘 같은 냄새가 나는 곳.
광혜암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여성이다.
어렵게 혼자 아이를 낳아서 양육하고 돈도 벌어야하는
미혼모 엄마.
그런 엄마를 이해하기 보다는 차가운 엄마의 양육방식의 상처 받는 딸.
열심히 살았지만 그래도 못다한 책임감들에 눌린 죄책감들로
머릿속에 저마다 생채기를 만들어내고
결국 자신에게 벌을 주는 병에 걸리고 마는.
너무 아프고 고달프면 그 슬픔을 외면하고 잊고 싶어질때가 있다.
그러지 않으면 버틸수가 없으므로.
그래서 그 병이 점점 세상에 많아 지는 건가..
즐겁게 시작해서 결국엔 생각이 많아지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P.171
사람은 로봇이 아니다. 한 가지 면만 가지고 있지 않다. 생각의 알고리즘은 매 순간마다 변화하며 돌돌 말린 소용돌이의 모양새로 되어 있는 귓바퀴는 말을 잔뜩 왜곡해서 듣고 눈은 제가 보고 싶은 것만을 초점 잡는다. 주름이 가득한 뇌는 이미 한 번 구겨진 채 들어온 정보들을 신명 나게 썰고 무치고 볶고 졸여서 내놓곤 한다. 사람이란 그토록 잘 변하는 존재라 발생하는 해로운 순간들이나 오해들도 분명 있지만, 그래서 탄생하는 소중한 감정들도 너무 많아서 사람은 사람이 가장 사랑할 수 밖에 없다...
P.213
죄책감을 잘 느끼는 성격은 어쩌면 그대로 유전되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죄책감 자체가 유전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얼마나 많은 집들이 이런 일을 숨기고, 세균에 곪아 못생겨진 상처를 그저 밴드로 칭칭 감아 감춘 채 살아가고 있을까.
장현은 혼자 있으면 그런 상상 밖에 할 수 없다고 했다.
P.217
순간적인 분노를 이겨내지못하고 그것을 타인에 대한 반응의 거칠기와 무게로 치환시켜버리는 사람들을 믿는 것이 가능할까. 잘 모르겠다. 그것 역시 역지사지의 일종일 텐데, 아무래도 초등학교에서부터 '역지사지'를 필수교과로 추가해야 하는 게 아닐까.
P.234
"결국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아서 아픔도 유전됩니다. 내 아픔은 슬프게도 이미 누군가 미리 겪었던 아픔일 가능성이 커요. 상처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똑같은 상처를 알아봐요. 다른 사람들을 저 사람 여기가 이상하게 못생겼다고 흘낏 보며 넘기지만, 경험이 있던 사람은 알 수 밖에 없단 말이예요.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서 잘못 아물어 흉이 진 모양이라는 걸 잘 안단말입니다.
그 보살님들이 곽 작가님을 알아본 이유가 그거지, 자기 몇십 년 전 모습을 그대로 닮았었단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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