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문관 검열 리진길의 외동딸이고 가축년 조선을 뒤흔들어 버린 정여립이 이름을 지었으며, 임진왜란 때 조선 임김의 딸과 함께 일본으로 끌려가 원수의 딸 이름인 정주로 살다가, 다시 조선으로 돌아와 연모하던 자치기와 운우의 정을 나누고 두터비 형상을 한 항아를 만나 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않게 되었으며 덧없고 무료하던 세월을 지나, 새로 태어난 아버지 김한빈 백다록을 만나고 또 한 새로 태어난 얀 얀센 꼬르버와 함께 세상을 날아다니다가 이제 백년도 훨씬 지나 떠났던 곳으로 다시 돌아온 홍도, 리. 홍도... 당신은 누구십니까? -p376
혼불문학상 3회 수상작이다. 혼불문학상이란 타이틀이 주는 기대감이 있었다. 최명희씨의 혼불은 전라도 종가의 종부 3대와 상민마을 거멍굴 사람들의 삶이 그려진 작품이다. 30,40년대의 한국의 시대상을 담고 공간적배경을 만주까지 넓혀 조선인의 슬픈 삶과 민족혼을 다뤘던 소설 혼불, 그 혼불문학상이 2011년에 시작하여 올해로 3년째인셈이다. 상을 받은 작품에 대한 기대는 항상 있다. 홍도 역시 참 많은 기대를 하고 읽은 작품이다.
첫 페이지는 사백서른세살로 시작한다. 홍도의 현재 나이 사백서른세살, 미소부터 지어졌다. 시대가 시대인만큼 요즘 트랜드가 환타지스럽다더니 하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 역시 68년생의 시나리오 작가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가볍게 소설을 시작했다. 전반적인 줄거리 역시 복잡하지 않았다. 마치 TV드라마 콕 찝어 말하자면 구가의서와 같은 느낌이랄까? 단 실제사건과 인물들이 멋들어지게 잘 얽혀 있긴 하다.
헬싱키 반타공항에서 이륙한 비행기가 인천공항까지 비행하는 약 여덟시간가량동안 동현과 홍도의 이야기로 책은 구성되어있고, 주로 홍도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정여립의 영화를 준비하고자 많은 자료수집을 하였던 동현이 그 이야기에 시대적사건을 더하여 준다. 400여년전 정여립이 살았던 시대의 죽도에 대한 상상력과 생활상을 참 맛갈스럽고 사실적으로 묘사했음에 감탄한다. 또한 처음부터 동현이 환생한 인물임을 알고 이야기를 시작한 홍도는 비현실적인 인물이긴 하지만, 400여년간의 그녀의 삶이 생자필면은 거스렀지만 회자정리 거자필반을 윤회를 통해 이루며 계속적인 삶 즉, 자치기와의 사랑을 가졌던 삶, 정주를 대신해서 살았던 삶, 주막에서 살꽃을 팔며 살았던 삶, 남장을 하며 아버지의 환생 백다록을 만났던 삶, 정주의 환생 얀과의 삶을 살아내는 이야기는 여러시대에서 각기 다른 삶을 살아야 했던 여인을 단 한사람 홍도가 겪게 함으로서 기억에 기억을 더하여 자치기와의 만남을 더 극적이고 애절하게 표현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결국 만난다. 자치기와 홍도는 400여년을 지나 다시금 만난다. 소위 물질만능 조건적사랑의 현대 사회에서 이런 끈질기고 애틋한 사랑이 이루어졌다는 동화같은 해피앤딩이 전혀 유치하지 않고 애절했던 이유는 소설을 읽는 내내 그 둘이 다시 만나어지길 고대했던 마음이었으리라..
몇 일 동안 감기몸살로 혼미했던 상태에서 깨어나 잡은 책 홍도, 참 재미있었다. 내일부터는 다시 일상으로...
2013. 1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