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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랄유쾌명랑님의 서재
  • 죽음의 중지
  • 주제 사라마구
  • 16,200원 (10%900)
  • 2009-02-10
  • : 2,697
이 책의 내용은 사실상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는 어느날 죽음이 완전히 사라져버려 대혼란에 빠진 한 나라에 대한 이야기이고, 2부는 이런 엄청난 짓(?)을 감행한 ‘죽음‘의 이야기다. ‘죽음‘은 여자 해골의 모습을 하고 있고 그날 죽을 운명을 가진 사람들에게 자주색 편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죽음을 집행한다. 한국식 저승사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딱 한 명, ‘죽음‘의 명령이 먹히지 않는 사람이 있다. 운명으로 정해진 죽음의 날이 이미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삶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는 사람. ‘죽음‘은 궁금해 한다. 이 사람은 과연 누굴까. 그래서 ‘죽음‘은 인간의 모습을 한 채로 이 남자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이 소설의 첫 문장은 ‘다음 날, 아무도 죽지 않았다‘ 이다. 이 문장을 시작으로 죽음이 사라진 나라의 갖가지 혼란을 자세하게 묘사하며 죽음의 의미를 고찰한다. 그런데 소설의 마지막 문장 역시 ‘다음 날, 아무도 죽지 않았다‘ 이다. 왜일까. 직전 상황에서 ‘죽음‘은 사랑하는 남자의 자주색 편지에 불을 붙여서 태워버렸고 남자의 곁에서 처음으로 ‘잠‘이라는 것을 청한다. 둘다 ‘죽음‘이 여태까지 한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엄청난 일이다.

죽음이 중지되었음을 알리는 똑같은 문장. 그러나 첫 문장이 사전적 의미의 죽음의 중지를 의미한다면, 마지막 문장에서는 ‘죽음‘으로 하여금 자신의 본분까지 잊게 만든 사랑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초와 초 사이의 현재가 계속되어 둘만이 존재하는 그 순간이 사라지지 않고 영원할 것 같은 느낌. 사랑에 빠진 순간에는 죽음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아마도 그녀가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리라.

죽음으로 시작하여 사랑에 대한 예찬으로 끝을 맺는 소설. 주제 사라마구의 작품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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