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으로 어두컴컴한 지하터널만 보이는 전철보다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는 버스 타는 걸 좋아하는 내가 일본에 가면 달라지는게 전철 타는걸 매우 즐긴다는 겁니다. 일본의 열차는 사람들의 생활권 깊숙히 자리잡고 있어서 열차 안에 앉아만 있어도 다양한 풍경을 구경할 수 있어서 마음을 홀랑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특히 다양한 주택들을 구경하는건 정말 정말 좋아합니다. 열차 창 밖으로 손을 뻗으면 닿을것 같은 집들을 구경하다보면 지루할 틈이 없이 목적지에 도착하곤 했습니다. 저 많은 집들에 다양한 가족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쩐지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이런 이야기를 남편에게 하면 뭐 뭉클하기까지 하냐는 말을 듣지만 말이죠.
열차 안에서 바라본 어떤 집에서 이상적으로 보이는 부부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그들에게 제이슨과 제시라는 이름을 붙이고는 이상적인 부부의 모습을 마음껏 상상하는 레이첼은 남편의 외도로 인해 결혼해 실패했습니다. 아이를 간절히 원했던 레이첼은 우울함과 무력감에 빠져 술을 마시고 그로 인해 남편 톰과 사이가 멀어지고 이혼까지 했지만 아직도 술을 조절하지 못합니다. 함께 사는 친구에게 술 때문에 직장에서 해고됐다는 말을 못하고 매일 일정한 시간에 런던을 오가는 열차를 타는 레이첼은 창 밖의 한 집에 마음을 빼앗기고 맙니다. 어느날 레이첼이 제시라 이름붙인 그녀가 그 집에서 낯선 남자와 키스를 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그 후 그녀가 실종됐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물론 그녀의 이름이 제시가 아니라 메건이라는 사실도 알게 돼죠. 레이첼은 이제 걷잡을 수 없이 사건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됩니다.
이야기는 레이첼, 레이첼이 이상적인 부부로 상상했던 메건, 레이첼에게서 남편 톰을 빼앗아 간 톰의 현재 부인 애나.... 세 사람의 이야기로 흘러갑니다. 첫 시작부터 끝까지 책을 놓지 않고 한 번에 읽어내려갈 정도로 몰입도가 높았습니다. 각자의 입장에서의 상황이 전개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복잡해지고 메건의 실종에 관련된 사람들이 모두 의심스럽기만 합니다. 이야기가 중반 이후로 가면서 진실을 눈채채고 말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흥미진진한 소설이었습니다. 술을 조절 못하고 술에 취하면 실수를 해서 주위사람들의 한심한 눈초리를 받는 레이첼이 안쓰러웠습니다. 두 손 탁탁 털고 수렁에서 빠져나오면 좋겠건만 레이첼은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빠져서 읽는 내내 안타깝고 답답했습니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한 편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읽는 동안 이런 느낌을 주는 작품은 대부분 영화로 만들어지곤 하더군요. 어쩌면 머지않아 이 소설이 영화화되는걸 볼 수 있지 않을까합니다. 이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 국내에 출간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