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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뮤뮤님의 서재
  • 헤세를 읽는 아침
  • 헤르만 헤세
  • 10,620원 (10%590)
  • 2016-03-16
  • : 162

헤르만 헤세, 

읽기 전엔 어쩐지 어려울 것 같은 이미지였다.

그런데 책을 펼쳐 읽다 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고,

정신을 맑게 해주는 문장들이다.


차근차근 한 줄 한 줄, 

곱씹으면서 읽었다. 

내 삶을 다시 되돌아보며 읽는 이 책.

마음에 쏙쏙 꽂힌 구절들을 골라봤다.









책이 너무 예쁘다.봄, 아침 햇살 같은 느낌이랄까.사이즈도 백에 넣고 지하철 출근길에 읽기 딱이었다.보드라우면서도 포근한 감촉. 손에 착착 감긴다.







우리 손에 쥐어진 단 하나의 희망은 무엇인가. 나 자신을 오늘 조금이라도 변화시키는 것이다. 어제보다 더 나아지도록 노력하는 것이다.세상의 행복은 진정으로 이를 실천하는 사람들에게 달려 있다.


이 책에 실린 226편의 글은 헤르만 헤세의 소설, 수필, 편지글, 일기 등등에서 따온 것인데15번은 헤르만 헤세가 쓴 편지글 일부다. 이런 글을, 누구에게 써서 보냈을까 조금 궁금해진다.
분명 그 사람은 희망 없어 보이는 현실에 막막했을 것이다.마치 내 눈에 보이는 지금 이 세계처럼.이대로 세상은 계속 계속, 암울해져만 갈 것 같다.약자는 영원히 고통받고, 강자는 구제받을 길 없는 악함에 매혹될 것이다.이 세상은 그렇게 흘러가도록이미 정해진 게 아닐까.
자꾸만 나락으로 떨어지려는 내 마음을 붙잡아준 구절이었다.헤르만 헤세에게 이런 편지를 받는다면, 음, 아니, 이런 편지를 받은 기분이었다.
나 하나가 조금 더 나아질 때,조금 더 좋은 인간이 되어갈 때,그때, 세상은 변화하고 있는 거라고.그래서 오늘의 나를 응원하고 싶어졌다.



솔직하고 단순하게 살기만 하면 된다. 그럼에도 인간은 터무니없는 상상을 되풀이하다 결국 인생을 끝없는 불안으로 가득 채워버린다.있는 그대로 하루하루의 운명을 받아들여 어린아이나 동물이나 자연처럼 살면 된다.그러나 인간은 계속 부질없이 저항하며 한 번뿐인 인생을 고통과 혼란과 불행으로 짙게 물들인다.


이건 조금 따끔했던 글이다.어쩌면 이 세상이 점점 암울해져간다는 내 생각은단지 내 안에 갇힌 나쁜 공상일 뿐일지 모른다.어린시절에 내 눈에 보인 세상이 신비와 아름다움으로 가득차 있었던 것처럼,단지 그때처럼 본다면 그저 단순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족할 텐데내일을 기대하면서 잠들 텐데,오늘을 기대하면서 눈을 뜰 텐데.
내 한 번뿐인 인생을부러 안 좋게 바라보며 이 속에 빠져 있고 싶었던 것은,바로 나 아닌가.
마음을 다잡게 되는 글이었다.




'헤세와 니체' '반전주의자 헤세' '구도자의 삶' 

이렇게 헤세의 삶과 철학에 관해 설명해놓은 꼭지도 있다.

헤세의 생각이 어떤 환경 속에서, 어떤 철학적 배경에서 나온 것인지 알고 나니

글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뒤표지에는 '스스로 운명이 되어라!'라는 짧고도 강한 글귀가 적혀 있는데,

책을 덮고 나니 이 말이 더 와닿았다.


헤세가 말하는 운명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팔자'와 다르다.

운명은 무작정 복종해야 하고, 

내가 어떻게 발버둥쳐도 끌려갈 수밖에 없는 정해진 인생의 길 같은 게 아니다.

내 운명은 내가 정하는 것, 

진취적으로 쟁취하는 것, 

누구보다 나답게 내 인생을 자주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회사에서나 가족 관계, 친구 관계에서 

'어쩔 수 없이' 하는 많은 선택들이 있다.

생각하는 방식, 말하는 방식, 행동하는 방식을

내가 원하는 대로가 아닌 세상에 주어진 대로 

그러니까, '사회적'으로 결정하고 있는

내 모습이 보인다. 


그렇게 살다가 어느 순간,

문득 찾아온 '나는 왜 살고 있는 걸까' 같은 답 없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때면

삶이 허무하고, 너무 허무해서

새카만 구렁텅이에 빠진 기분이 든다.


헤르만 헤세는 그 구렁텅이에서 내게 손을 내민다.

그리고 날 일으켜 등을 떠민다.

그리고 내 앞에 있다 여겨왔던 좁은 오솔길이

광활한, 평지로 바뀐다.

나는 내가 원하는 바대로

어디로든 걸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게 내 삶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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