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뉴스에 나온 걸 보고 흥미가 당겨 오랜만에 서점 나들이!
두껍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술술 읽힌다.
한국과 동시대에 경제개발을 해온 동아시아 국가들을 서로 비교한다면
우리나라의 경제개발 정책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일단, 스터드웰은 우리나라를 최적의 성장 전략을 찾아낸 국가로 묘사하는데,
그 가장 큰 이유는 박정희다.
스터드웰의 주장은 이렇다.
경제가 성장하려면 1번 토지 정책, 지주에게 토지를 몰수해서 가족농에게 분배하고
2번 제조업 정책, 가족농들이 저축을 하면 그 돈으로 수출 중심 제조업체들을 키우고
3번 금융 정책, 금융을 통제해서 은행이 단기적 이자놀이 대신 장기적 국가 성장을 위한 투자에 집중하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1번은 이승만 때다. 이때는 다른 나라랑 비교해봤을 때 평타 정도다.
토지를 엄청 많이 몰수해서 나눠준 건 아니지만, 그나마 업체를 키우기 위한 저축금 정도는 확보됐다.
2번이랑 3번은 박정희~그 이후인데, 박정희가 진짜 정책을 잘 썼다. 본인이 나름대로 독일 역사를 공부해서, 그대로 따랐다고 한다. 재밌는 건 당시 주류 경제학은 이미 신자유주의 경제학이었다는 거ㅋㅋ 그걸 안 믿고, 자기가 공부한 대로 밀고 나갔다.
(근데 기업인들을 진짜로 감옥에 가두고 협박도 했다고 한다...우리나라에선 아직 쉬쉬 하고 있는 거 같은데, 해외에는 이미 유명한 모양ㄷㄷㄷ)
그리고 적절한 시기에 금융을 통제->개방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선 IMF가 터지면서 이게 저절로 이루어졌다는 거.
그렇다고 IMF가 엄청 좋았다고 말하기는 좀 애매하긴 한데, 그렇다곤 해도 다른 나라랑 비교하면 그나마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졌다는 거.
스터드웰 말만 보자면 IMF가 나쁜 것만은 아니었나 싶은데, 솔직히 내가 체감하기에는 그 뒤로는 계속 경제침체 상태인 것 같다.
국가 단위로 생각할 때랑 가정 단위로 생각할 때랑 그냥 다르다고 해야 할지...잘 모르겠다.
솔직히 나는 그냥 한 개인이고, 내가 느끼기에는 나라 전체가 우울해지고 활력이 떨어진 것 같은데,
경제 지표를 보자면 다른 나라랑 비교해볼 때 엄청난 성장을 이룬 건 맞다.
그치만 우리 집도 IMF를 기점으로 되게 힘들어졌기 때문에, 이런 성장이면 차라리 성장 안 했음 좋겠기도 하다.
재밌는 건 우리나라의 정부도 기업도 다 굉장히 부도덕하다고 생각했는데,
동남아시아 국가들 보니까 거기는 국가 전체가 완전 콩가루다.
우리나라랑 비교하자면 똑똑한 부도덕과 멍청한 부도덕이라고 해야 하려나.
어차피 인간은 부도덕한 존재라서 탐욕을 제어할 장치가 없으면 어느 나라든 똑같단다. (딱히 우리나라 인간들이 이상한 건 아니라는)
근데 동남아시아는 정경유착이 너무 심해서 완전 망한 거다. (그래서 박정희가 기업인들을 그렇게 잡아가두고 협박했나;)
이 책을 보고 있자니, 박정희는 칭찬해줘야 하는 게 맞다. 어르신들이 그렇게 박정희 좋아하는 데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 근데 본인들은 제일 가난한 상태이고, 계속 국가를 위해서 희생해왔는데...
박정희식이 좋다는 거면,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개인들이 희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지?
자기 자신을 그냥 국가를 인격화시켜서 동일시하고 있으니까 저런 정신승리가 가능한 건가?
역시 좀 신기하다.
그리고 중국은 이미 최대 경제대국이라고들 하고, 중국이 망하면 세계가 다같이 망한다는 소리도 엄청 많이 들었는데
중국의 실체를 제대로 확인한 느낌이랄까.
중국의 성장이란 게 사실은 되게 아슬아슬하다는 거. 그 특유의 통제랑 인구 규모가 조만간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거라는 거!
이 책이 나온 건 중국발 위기가 터지기 전인데도, 조 스터드웰이 진짜 분석을 제대로 했구나 싶다.
중국은 이런 저런 점을 고치지 않으면 경제 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크다는 거.
그리고 인구 규모 면에서 이미 전체적으로 노령화가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그것도 큰 문제라는 거.
지금 중국 경제위기가 터지고, 그 원인을 분석하느라 난리인데...이 책은 이미 한발 앞서서 미래를 다 내다보고 있다ㄷㄷㄷ
앞으로 각국이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조언하고 있는데, 이 부분도 읽어둘 만하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일단 토지부터 재정비하라고 한다. 근데 솔직히 정경유착이 너무 심해서 스터드웰 생각에는 앞으로 제대로 정비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거.
일본은 통제 경제 관두고 이젠 자유 경제로 좀 전환해야 발전이 가능하고(일본은 농산물 보호 정책이 너무 심하다고)
중국은 정책 부분에선 계속 통제를 유지하고, 대신 정치 민주화가 이루어져야 한단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었다. 사실 우리나라를 분석한 게 너무 재밌었는데, 그게 다른 나라들의 상태를 보여주면서 같이 비교하니까
뭐가 잘했고, 뭐가 잘못했고 하는 게 더 잘 이해되어서 그랬던 것도 있다.
생각 정리할 겸 리뷰를 쓰다 보니 뭔가 엉망진창이 된 것 같긴 한데 암튼...재밌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