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어느 포수 이야기
뮹뮹 2015/06/20 04:29
뮹뮹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어느 포수 이야기
- 구마가이 다쓰야
- 13,320원 (10%↓
740) - 2015-05-29
: 183
<어느 포수의 이야기>는 나오키상과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동시에 수상한 이례적인 책으로, 일본 동북지방에서 사냥꾼으로 살아가는 한 남자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힘겨운 운명 속에서 분노도 연민도 하지 않고 자신의 여인을 사랑할 줄 아는 멋진 남자다.
1900년대 당시 일본의 동북지역은 매우 궁핍한 곳이었다고 한다. 부모는 먹고살기 위해 유곽에 딸을 팔았고, 남자들은 일거리가 없어 군에 입대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은 그저 이 소설의 배경일 뿐이다. 소설은 그들이 얼마나 가난하고 헐벗었는지가 아닌, 각 인물이 어떤 삶을 사는지에 집중한다. 비록 곰 한 마리에 생계가 좌우되는 삶이지만 주인공은 마타기(사냥꾼)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사냥을 그 자체로 사랑하며 산 속에서 곰을 쫓으며 행복해하는 인물이다. 마타기들은 푸른 하늘 새하얀 설산에서 총 한 자루로 곰과 대면한다. 정적 속에 구름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고, 나뭇가지에 쌓인 눈이 후두둑 떨어진다. 생생하면서도 지극히 아름답다.
주인공 못지 않게 모든 인물들이 입체적이다. 누구 하나 연민이 가지 않는 이가 없다. 누구는 사냥꾼으로 누구는 광부로 또 누구는 상인으로 누구는 어머니로, 저마다의 이유로 삶의 방식을 선택한다. 그들의 이유는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겉보기엔 잡놈이라도 그에겐 또 형용못할 사연이 얽혀 있어 결국 등을 토닥여주고 싶어지는 것이다.
어떤 환경 속에서든 인간의 삶은 지난하기 그지없다. 먹고산다는 것은 왜 이리 무거운지, 그것이 우리를 나아가게 하며 넘어뜨리게도 한다. 그 혹독함의 멱살을 붙잡고 싸우고 싶지만 그럴 때마다 지는 건 인간 쪽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후회마저 받아들이는 것인지 모른다. 성숙해진 눈으로 치기 어린 내 과거와 남은 삶, 그리고 나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삶을 짊어진 이들을 포용하는 것이다. 주인공의 마지막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