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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뮤뮤님의 서재
  • 스토너
  • 존 윌리엄스
  • 15,120원 (10%840)
  • 2015-01-02
  • : 113,019

<우리는 무엇이 되기를 기대하는가>

 

“그는 오래전부터 자신도 모르게 부끄러운 비밀처럼 마음속 어딘가에 이미지 하나가 묻혀 있었음을 깨달았다. 겉으로는 방의 이미지였지만 사실은 그 자신의 이미지였다. 따라서 그가 서재를 꾸미면서 분명하게 규정하려고 애쓰는 것은 바로 그 자신인 셈이었다.”

 

‘자기 자신’으로서 삶을 살다 간 한 평범한 교수의 일생

그 생에 대한 담담한 묘사만으로 강렬한 울림을 선사하는 작품

 

최근 출간 50년 만에 주목 받게 된 이 책, 『스토너』는 20세기 초중반을 살다 간 한 영문학 교수의 일생을 다룬 소설이다. 주인공의 스토너의 인생은 얼핏 시시해 보인다. 그는 미주리 대학에서 평생 조교수로서 강단에 섰고, 알려지지 않은 책 한 권을 썼으며, 죽음 뒤엔 그저 “단순한 이름”이 되어 뇌리에서 잊혔다. 그럼에도 저자 존 윌리엄스는 이 특별할 것 없는 인물을 “진짜 영웅”이라 호칭한다. 그의 내면을 세심히 들여다본다면 이러한 저자의 평가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스토너는 척박한 땅에서 태어난 농부의 아들이다. 농사를 위해 입학한 대학에서 문학에 매료된 그는 영문학자로 진로를 변경한다. 곧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참전과 학업의 갈림길에 선 그에게 지도교수는 조언한다.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되기로 선택했는지,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잊으면 안 되네.” 스토너는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 않고 학업의 길을 택한다. 또한 순탄치만은 않은 이후의 삶에서도 자신이 결정한 길을 뚝심 있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교수가 된 스토너는 이디스라는 여인에게 첫눈에 반해 결혼한다. 그러나 아내가 된 그녀는 자식과 살림을 팽개쳐둘 뿐이다. 그는 자신의 선택이 섣불렀다 생각하면서도 아내를 대신해 최선을 다해 집안을 돌본다. 학과장 로맥스가 자신의 제자를 부당하게 시험에 통과시키려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처지가 불리해질 것을 알면서도 불합격을 준 그는 학과장이 엉망으로 배정한 수업시간표를 받고도 묵묵히 강의한다. 심지어 사랑 앞에서도 한결같다. 제자인 캐서린과 사랑에 빠져 이제껏 느끼지 못한 충족감을 맛보지만, 이 관계가 학자로서의 삶을 위협하자 헤어지기로 결심한다. 캐서린에게 이별을 고하는 스토너의 말은 그의 마음을 잘 표현해준다.


“당신은…… 당신도 지금과는 다른 사람이 되겠지. 우리 둘 다 지금과는 다른 사람, 우리 자신의 모습과는 다른 사람이 될 거요. 그래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될 거야.” “어쩌면 사랑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도 아니오. 그저 우리 자신이 파괴될 것이라는 생각, 우리의 일이 망가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지.”


스토너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문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것이었다. 연인마저 포기한 이 선택으로 그는 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교단에 서는 기쁨을 누렸다. 죽음의 순간 그가 손에 잡은 것이 단 한 권의 저서라는 사실은 그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삶은 종종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스토너는 어쩔 수 없는 선택지들 속에서 스스로와 대면해 가야 할 길을 고르고 성실하게 후회를 견뎠다. 도망가지 않고 선택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그는 강한 인간이다. 글쎄. 어쩌면 간신히, 누군가는 스토너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결코 누구나 스토너가 될 수는 없다. 우리는 현실과 타협하라는 요구에 현명을 가장해 굴복하곤 하지 않는가? 그렇기에 책 뒤표지의 카피, “슬픔과 고독을 견디며/오늘도 자신만의 길을 걷는 당신을 위한 이야기/사는 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누구나 스토너다”라는 말은 정면으로 반박될 수밖에 없다.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기를 체념한 우리의 귀에 임종을 맞는 스토너의 자문이 들려오는 듯하다.


“너는 무엇을 기대했나?”


우리는, 그렇다면, 무엇이 되기를 기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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