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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오늘님의 서재
  • 시대를 훔친 미술
  • 이진숙
  • 27,000원 (10%1,500)
  • 2015-05-10
  • : 2,528

책을 선택할 때 나의 지적 허영심과 과욕이 항상 두껍고 어려운 책을 찾는다. 최근에는 책 기획 프로젝트를 한다고 가벼운 책을 몇권 골라 보지만 오랫동안 켜켜이 쌓아두고 보는 책은 주로 500페이지가 넘고 내용은 가볍게 볼 수 있는 책들이 아니다. 특히 그 내용이 세계사와 그림을 만나다면 나의 지적 허영심과 과욕은 지적 교만을 만나 요동을 친다. 그러다 그 책은 여러달 책장을 맴맴돌다가 놀자며 달려오는 사람들을 물리치고 바깥의 뜨거운 열기에 숨어 방안에 박혀버린 영혼을 움직인다. 그때에 책책에 박혀있던 지적 교만은 튀어나와 끝장을 보자며 나의 시간과 맞선다.

시대를 훔친 미술 뭐 미술사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세계사를 알겠어 혹은 세계사를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미술을 알겠어 하는 이런 시건방진 교만과 뭔지 알고 싶은 허영과 과욕은 끝끝내 들도 있기에 팔목이 아픈 책을 읽게 만든다. 그것이 이제 지적 호기심과 연결되면 끝장이다. 어 이거 재미있네 하고 보다가 다시 책장에 들어가고 어 아직도 여기있어 하고 다시 집어들다 어느날 나의 교만, 허영, 과욕, 호기심은 책을 마지막 페이지에 향하게 한다. 그리고 다시 되풀이하다. 이런 두껍고 어려운 책을 내가 왜보지?

작가는 대단한 사람이다. 그림에 대한 이해만이 아니라 이와 관련된 세계사에 대한 이해의 내공이 우리동네 말로 솔찬하다. 작가소개에 애게 겨우 석사가 하고 얕잡아보다가는 마지막까지 경이롭게 쫓아가지 못할 것이다.

책을 한참 보다가 어디 출판사야 하고 보면 이 작가가 보통내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민음사 안팔릴 책들만 만들어내는 곳일줄 알았던 한길사와 민음사 그들이 만든 책이니 반드시 오랫동안 만들어낼 것이라는 것은 알고있어야 할 것이다.

유럽과 미국, 러시아와 식민제국까지 넘나들 뿐 아니라 남미의 이야기까지 이제 나는 이진숙의 찐팬 아니면 덕후가 될 준비가 되어야 한다. 왜 이런 사람이 티비에 나오지 않은것이야? 기왕 할 것이며 동남아 침략사나 남미제국과 아프리카 침탈 역사와 같은 무자비한 잔혹사도 밝혀주면 좋을텐데

예술이라는 것은 세상과 유린되지도 않고 작가들은 성향상 자유로운 세계를 구축하므로 어용작가도 있겠지만 대부분 자기 세계에 충실하기 때문에 예술은 그들 나름의 상상과 보는 세계에 대한 새로운 구조를 만든다. 1940년 파리를 점령한 나치가 피카소의 작업실에 들러 게르니카 사진을 이것이 당신 작품이오? 라는 질문에 아니오 이것은 당신들 작품이오라고 하듯이 작가를 자신의 세계에서 빠져나와 세상의 소리에 기울이게 할 때 작가는 세상에 자기 이름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미술은 작가의 이름과 분리되지 않고 남아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작가는 세계사에 한종적을 남길 수 밖에 없다. 마사초나 카라바죠 루벤스와 다비드, 들라크루와와 마네와 고야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세계사에 종적을 남기고 세계사에서 그들을 제외하고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고흐와 밀레가 그린 그림의 서민의 모습과 콜비츠의 평화에 대한 염워은 시대와 동떨어지지 않는 이야기의 흐름이다.

때로는 여성의 문제가 때로는 계급과 계층의 문제가 때로는 이념과 이데올로기가 때로는 인종과 우생학이, 때로는 16개의 독특한 가계 혈종으로 구분되는 인간의 역사에 미술이 있었다. 그 미술에 우리는 자연과 환경과 생태의 이야기를 담아내어야 할 것이다. 전쟁에 관련된 그 유명한 사진들처럼 지구가 울부짖고 만들고 부숴버린 건물과 길에 담겨있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담아내고 그것을 지켜내는 것도 시대를 훔친 미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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