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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화가 어제의 화가
  • 이경남
  • 15,750원 (10%870)
  • 2019-12-24
  • : 26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조선 정조 대의 문장가 유한준이 남긴 당대 수집가인 김광국의 미술비평집 <석농화원>의 발문을 전 문화재청장 유홍준 교수가 조금 수정하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머리말에 남긴 말이다.

이 말은 꼭 미술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도 해당되기에 새겨들을 만한 가치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미술로 한정시켜보자.

인간은 개별적으로 취향의 차이는 있지만 본능적으로 아름다운 것, 좋은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그림을 그린 화가나 미술 사조, 기법, 주제를 모르더라도 명작 앞에서는 저마다 감탄을 하게된다.

하지만 어떤 작품들은 도통 의미를 알 수 없고 물음표가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도 한다.

이런 작품들은 도슨트의 해설이나 관련 서적등을 참고해서 숨은 의미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 미술을 좀 더 즐길 수 있다.

그렇다면 미술을 즐기려면 무엇을 먼저 알아야 할까?

나는 기법이나 사조,구도,비례같은 용어를 알기에 앞서 이야기에 접근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 세상을 이루는 모든 것은 자기 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미술 작품도 그 예외는 아니다.

작품의 주제에 대한 이야기, 작품을 그린 화가와 주변인의 이야기, 그 그림을 본 당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지금 이순간에도 작품에는 끊임없이 이야기가 생성되어 생명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야기는 인간이 오래전부터 즐겨온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이다.

실제이야기도 좋아하지만 없는 이야기도 지어내 소설이나 드라마,영화라는 형태를 제각각 만들어 소비한다. 그만큼 이야기는 우리에게 친숙하고 쉽고 재미있는 것이다.

미술 작품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있겠지만

<오늘의 화가 어제의 화가>에서 저자는 남성 화가의 뮤즈를 초점에 두고 뮤즈의 입장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만약 SNS에 이 책에 대한 해쉬태그를 달아본다면 #프랑스 #인상파 #뮤즈 #연애 #뒷담화 로 하고 싶다.

물론 피카소, 클림트, 브루벨, 뒤샹, 마그리트 등 프랑스인이 아니거나 인상파가 아닌 화가도 있지만 13챕터 중 대다수가 프랑스인 인상파 화가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 본인은 두 대상과 대화를 주고 받는다.

먼저, 이미 알려진 사실과 저자가 생각한 바를 녹여내 저자와 화가가 살던 시공간에서의 대화를 재구성했다.

마치 저자가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의 인물을 만나게 되면 무슨 말을 했을까?에 대한 물음에 답이 될 만한 내용이다.

그러고 나서 저자는 화가의 작품을 독자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과거의 화가나 그들의 뮤즈, 그리고 현재의 독자,

이 책 안에서 저자는 시공간을 초월하며 많은 이들과 소통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소설을 보다가도 어느새 저자가 다가와 나에게 말을 건내는 단조롭지 않은 글의 구성 덕분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의 재질은 도록과 같이 두껍고 빛에 반사되는 종이로 약 500g정도의 무게감이 있다.

당연히 저작권이 확보된 도판이 실려있고 저자의 설명에 맞게끔 순서가 정렬되어 있다.

다만 피카소와 뒤샹,마그리트는 저작권 확보가 해결 안되었는지 도판이 실려 있지 않아 따로 검색해가며 보는 불편함이 있어 아쉬웠다.

그리고 도판이 없다보니 아무래도 그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은 화가에 대한 뒷담화이니 이부분은 넘어가도 좋을 것 같다.

해당 작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원한다면 다른 책을 찾도록 하자.

페이지 수가 약 250페이지정도 되는 분량이지만 책을 보는 도중에 궁금한 것이 있으면 검색해보고 화가의 다른 작품도 보는 바람에 생각보다 오랫동안 읽었다.

때론 혀를 내두르며 때론 안타까워하며 열댓 명의 화가의 연애 속사정과 그 관계로 의해 탄생한 작품들의 출생기가 참 흥미진진했다. 다음에 같은 작품을 본다면 이 이야기들이 생각나면서 그 전과는 다르게 느껴지지 않을까?

화가의 뮤즈에 대한 이야기와는 별개로 새롭게 알게된 미하일 브루벨의 작품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뒤샹과 마그리트때문에 예전에 머리아프다고 그만두었던 초현실주의에 대한 관심의 불꽃도 다시 지펴져서 관련된 책을 새롭게 보는 중이다.

앞에서 미술을 즐기기 위해 이야기에 먼저 접근하라고 했지만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미술의 관심에 대한 문은 한쪽 방향으로만 나있는게 아니다.

순서보다는 능동적으로 관심을 이어나가고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그 관심이 작가가 될 수도 있고 작품, 사조, 때로는 역사적 사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언젠간 결국 한 곳에서 만나게 되는 것같다.

일단 내가 흥미롭게 느끼고 관심있게 파고들 만한 것부터 찾아보자.

그것이 미술의 재미로 들어가는 첫 번째 문의 열쇠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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