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꿈꾸는 글장이의 생각쑥쑥독서
  • 행복마트 구양순 여사는 오늘도 스마일
  • 조경희
  • 10,620원 (10%590)
  • 2014-11-27
  • : 497

 

구양순 여사는 아침마다 전투기 엔진 소리를 내는 헤어드라이어로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바람을 넣으면서 자존심을 세웁니다.

   

패션 센스도 남다릅니다.

커다란 꽃무늬가 그려진 짧은 티셔츠에 찢어진 청바지도 소화합니다.

반짝이는 검은색 블라우스와 반바지에 커다란 노란색 알이 박힌 선글라스를 끼기도 합니다.

 

 

 

아침부터 패션쇼를 방불케 하는 옷 고르기를 끝낸 구양순 여사의

마지막 출근 의식은 ‘스마일 미소’ 연습입니다.

   

집게손가락으로 입꼬리 양쪽을 억지로 끌어 올린 후

“스마~일!”을 계속 되뇝니다.

   

오늘도 수백 번 지어야 할 바로 그 미소입니다.

사람이 날마다 스마일 미소를 짓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아들은

“차라리 스마일 가면을 쓰고 일하는 게 훨씬 낫겠네.”

라고 말합니다.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구양순 여사는 씩씩하게 출근합니다.

알록달록한 옷을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구양순 여사가 선 곳은

행복마트의 1번 계산대.

10년 경력의 베테랑 구양순 여사는 오늘도 ‘스마~일!’입니다.

   

 

 

 

그런데 영심이 언니의 5번 계산대에서 들려오는

한 손님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자꾸 구양순 여사의 잠자는 코털을 건드립니다.

   

 

“아까운 시간을 줄 서는 데 다 허비했잖아요.

내가 당신처럼 한가한 사람으로 보여요?

나는 당신 같은 사람이랑 시급이 다른 사람이라고요.

이게 죄송하다는 말로 해서 될 일이냐고!”

   

쉴 틈 없이 포스를 찍고 있는 계산원에게 ‘한가한 사람’이라니!

시급이 다르면 엄마뻘 되는 사람에게 막 반말을 해도 돼?

   

주먹을 꼭 쥔 구양순 여사가 주먹을 부들부들 떨면서 호기롭게 나섰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소리는

“어떻게 도와드리면 만족하시겠습니까, 고객님?”

   

아~ 우리의 구양순 여사도 별 수 없구나, 싶었는데

“매장 책임자 나오라 그래!”라는 고객의 외침에

“아니, 꼭 그렇게까지!”라고 대들었다가

구양순 여사는 큰 코 다칩니다.

   

고객은 점점 더 기고만장,

회사는 무조건 고객 편.

회사는 소란을 편 고객에게 상품권을 주는 것도 모자라

구양순 여사와 영심이 언니를 교육시키는 모습을 촬영해 메일로 보내라는

고객의 요구까지 수용합니다.

   

구양순 여사와 영심이 언니는 오후 내내 행복마트 출입구에서

몸이 ‘기역(ㄱ)’자가 되도록 90도 인사를 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고객님!”

   

 

 

그 옆을 지나가는 한 고객이 아들에게 귓속말을 합니다.

“공부 안 하면 너도 저렇게 된다.”

   

늘 스마일인 구양순 여사가 눈물을 삼킵니다.

오늘은 ‘스마일 가면’이 간절한 날입니다.

그럼에도 구양순 여사는 ‘스마~일!’입니다.

회사에서 1년마다 계약을 다시 했던 구양순 여사에게

정규직으로 해준다고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그랬던 회사가 계산원들에 대해 고객 평가제를 해서

“고객 평가 점수가 낮으면 재계약이 어렵다”는

폭탄선언을 합니다.

   

직원들은 더 이상 못 참겠다고 ‘노란 조끼’를 입자고 합니다.

행복마트에서 세 정거장 떨어져 있는 울랄라마트 직원들이

한 달 전, 유니폼 위에 노란 조끼를 맞춰 입었다는 겁니다.

   

 

 

그 노란 조끼에는 이런 글이 박혀 있습니다.

   

‘우리는 감정 노동자입니다.

우리도 감정적 피해를 입습니다.

우리는 웃는 로봇이 아닙니다.

우리는 죄인이 아닙니다.

우리를 죄인처럼 대하지 마세요.

감정 노동 수당을 지급하라!

인간 선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하지만 홀로 아들을 키우는 구양순 여사에게

행복마트 1번 계산대는 하나뿐인 ‘밥줄’입니다.

   

구양순 여사가 ‘노란 조끼’ 앞에서 흔들리는 이유입니다.

   

그런 구양순 여사에게 영심이 언니가 말합니다.

   

“행복마트 계산대에만 서면 개인적인 생각이나 판단, 결정 같은 걸 할 수가 없잖아.

심지어는 얼굴 표정마저도 마음대로 지을 수 없고.”

   

구양순 여사는 노란 조끼를 입을까요? 안 입을까요?

감정노동수당, 고객 삼진아웃제는 뭘까요?

   

궁금한 분들은 <행복마트 구양순 여사는 오늘도 스마일!>을 읽어 보세요.

   

우리가 마트에서 만나는 노동자들의 미소 뒤에 감춰진

눈물을 보여줍니다.

   

구양순 여사의 호쾌한 웃음소리와 함께.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