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
헤르만 헤세 | 김영사 | P.420
1.
대학시절, 헤르만 헤세에 대한 공부를 했던 기억이 난 책이었다. 사실, 고전에 빠진 이유도 헤르만헤세의 데미안이였을지도 모른다. 영문으로 되어 있는 글을 읽으면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지 데미안은 누구인거지? 라는 의문을 가득 안고서 정독 아닌 정독을 했었는데 결국 고전이 담긴 의미를 깨달았다. 선과 악에 대한 해답을 본인의 이야기로서 해답을 찾은 데미안의 이야기. 그리고 그 저자인 헤르만헤세. 그는 어떠한 책을 읽고 그리고 그 책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가 바로 <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사 사랑한 책.들.>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한때 빠져 살았던 고전소설을 헤르만 헤세의 시선에서 다시 느껴 볼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2.
책을 읽기 전, 목차를 천천히 살펴본 건 처음이였다. 내가 읽었던 책을 찾아보고 싶어서였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헤르만 헤세는 어떻게 느꼈을까라며 바로 그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사실 헤세는 평생에 걸쳐 독서의 안내자 역할을 했다고 한다. 작품을 쓰면서도 틈틈히 수평과 에세이를 남겼는데 그래서 일까, 여러 출판사로부터 헤세의 서평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수많은 책을 읽어서인지 헤세는 작가의 특징과 더불어 책과 연결되어 있는 공통점을 잘 비교해서 설명해주기도 한다. 프란츠 카프카의 경우 <변신>이라는 책밖에 접해보지 않았는데 그가 생애 어떤 작가였는지를 설명하고 내가 읽었던 그 책을 기억하니 왜 그런 글을 썼는지 공감가는 부분도 있었다. 프란츠 카프카에 대한 이야기는 책의 처음 부분에 나오는데 이걸 읽고, 헤르만헤세가 왜, 독서 안내자 역할로 잘 어울리는 사람인지를 설명하지 않아도 납득가기도 했다.
사실, 내가 읽지 않은 책에 대한 부분은 읽기가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내 생각과 비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는 이 책에 등장하는 책을 읽어보며 헤세의 생각을 들어보자라는 목표가 생겼다.
이 책이 또하나 좋았던 점은, 작가에 대한 이야기 챕터가 따로 마련되어있다. 가장 이상깊었던 부분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에 대한 부분이였는데 내가 그의 책 <죄와 벌>을 읽었을 때 그 숨막힘과 집중력을 다시 상시시켰기 때문이다. 그때의 그 기분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었는데 헤세는 그의 작품에서 우리를 사로잡는 부분이 두 가지 힘이라고 표현했다. '두 극단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과 두 극단의 대립에서 그의 음악이 지닌 저 신비로운 깊이와 엄청난 입체성이 나타난다.' 이렇듯, 내가 느꼈던 그 감정을 상세하고도 섬세하고 잘 설명하고 있어 한글자 한글자를 눈에 담으며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서평'이란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고전고설을 좋아하는 나에겐 더없이 훌륭한 책이었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