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 꺼내보는 아버지의 편지
마크웨버 | 김영사 | p.327
1.
'아버지'라는 단어는 어머니라는 말보다 가까운 듯 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단어인 것 같다. 내가 부성애란 것을 세삼 새롭게 느낀 계기가 있었는데 바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이었다. 모성애만 익숙했던 나에게 엄청난 충격과 생각을 가져다준 영화였는데 이 책은 그때의 느낌을 다시받게 해준 책이었다.
2.
이 책의 저자인 마크웨버는 췌장암에 걸려버려 시한부 인생을 살게되었다. 그런 그가 해야겠다고 다짐한 일이 바로 그의 아들들에게 남기는 편지이자 책이다. 군인이라는 특수한 직업으로 오랫동안 가족과 떨어져 지낼 수 밖에 없었던 그의 삶이었지만 그는 가족의 울타리를 지켜주기 위해 언제나 노력했다.
그가 어렸을 때 만났던 사람들로부터 얻었던 지혜, 그리고 조언들을 빠짐없이 아들들에게 조언하고 또 각인시주려고 하는 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가족을 생각하고 걱정하는지 알 수 있었다. 특히나 '할 수 없다'와 '하기 싫다'의 차이를 이야기 한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마크웨버가 군대에 있는 동안과 암을 겨루는 중에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나라면 결코 당신처럼 할 수 없었을 거예요."라고 한다. 하지만 마크웨버는 "사실은 당신도 할 수 있어요. 다만 하고 싶지 않을 뿐이죠."라는 말로 반박한단다. 여기서 바로 '할수 없다'와 '하기 싫다'의 차이가 매우 크다는 것을 다시 언급한다. '할 수 있다'라는 마음가짐만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도전해야 할 필요도 있고, 하기 싫은 일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해야 하며, 원하지 않는 관점을 찾아야하고, 틀릴 수 있다는 것을 감수해야 하고, 실제로 패배와 수치심을 겪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각각의 과정들이 배움, 성장, 삶의 검증과 충만함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가끔 내 자신을 돌이켜 보면, 실패에 두려워 하는 모습을 보기도한다. 물론 그런 실패가 훗 날, 나의 멋진 발판이 되리라 생각하지만 실상, 그런 실패를 마주하기란 쉽지가 않다. 마크웨버는 아주 일찍부터 고약하게 쓰디쓴 패배와 가장 달콤한 성공 두 가지를 모두 맛볼 기회가 있었다. 그 경험을 통해 분노를 느꼈지만서도, 당시 경험이 안겨준 실패와 성공에 관한 교훈은 굳이 말로 할 필요가 없었다.
마크웨버는 몸 속에 암세포가 자라면서도 본인의 삶에 대한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장교라는 직업을 그만두고 가족과 함께 할 수도 있었지만 그에게있어, 장교로 산다는 것 그리고 자기 일을 열심히 한다는 것이 본인에게 가장 정상적인 삶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런것이, 일반적으로 말기 암을 앓는 군인은 일하러 돌아가지 않는다. 보통 그동안의 복무에 대해 사례를 받고 의병전역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고맙게도 미네소타 주방위군 상임 지휘관들은 그의 뜻을 알고 지지해주었다.
직업이라는 것이 이렇게 마크웨버의 가슴을 뛰게 하였기에 그 직업의 지속이라는 것을 가능하게 하였다고 생각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 직업의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직업을 갖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내가 열정을 쏟을 수 있는 곳, 그리고 그 열정으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곳. 마크웨버처럼 그 참된 의미의 직업정신을 느끼며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3.
여러가지 의미로, 마크웨버의 책을 마치 나의 아버지가 나에게 삶의 의미를 건네주는 책이었다. 어쩌면 너무나도 쑥쓰럽기도하고 어색하기만 할 수 있는 아버지의 관계가 조금은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본인의 삶에 비추어 자신의 아들에게 건내는 말이었기때문에 더더욱이 신뢰감이 있었다. 내가 삶의 방향을 잃거나 방황했을 때, 책 제목 그대로 힘들 때 꺼내보기 좋은 안식처의 책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