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 :
중국 지도자들은 자국의 해상무역로가 일본에서 말라카해협 너머까지 압도적 미국 군사력의 지원을 받는 적대적 강대국들에게 둘러싸여 있음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은 광범위한 투자와 통합을 향한신중한 움직임을 통해 서쪽으로 팽창하는 중입니다. 중국은 옛 실크로드의 현대판을 까는 중입니다. 이 지역을 중국의 영향력 아래 통합할 뿐만아니라 유럽과 중동의 산 지역까지 도달하는 게 목표예요. 중국은 광대한 고속철도와 송유관·가스관을 갖춘 아시아의 통합된 에너지·상거래시스템을 만드는 데 막대한 액수를 쏟아 붓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의한 요소는 세계 최장의 산맥을 관통해서 파키스탄과다르를 중국이 새로개발하는 항구까지 고속도로로 잇는 겁니다. 이 고속도로가 생기면 미국이 간섭할 걱정 없이 안전하게 원유를 수송할 수 있으니까요.- P162
촘스키 :
2015년 중국은 자신이 대주주를 맡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설립했습니다. 2015년 6월 베이징에서 열린창립식에 56개국이 참여했는데, 미국의 동맹국인 오스트레일리아와 영국 등도 워싱턴의 기대를 저버리고 참석했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참석하지 않았지요. 일부 분석가들은 이 은행이 결국 미국이 거부권을 가진 브레튼우즈 기관들(IMF와 세계은행)의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상하이협력기구가 결국은 나토의 대립물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P163
촘스키 :
따라서 미국의 계획은 중국의 발전을 저지하는 겁니다. 트럼프에 이어 바이든이 추진한 많은 정책은 중국의 발전이라는 위협을 봉쇄하려는 것이었어요. 그들은 지금도 계속 스파이웨어가 심어져 있다는 이유로 화웨이 기술을 금지하려고 합니다. 그들은 미국에 기반을 둔 기술이 걸핏하면 스파이웨어에 감염될 수 있다는 걸 상상도 할 수 없지요(이따금 발각되는 것처럼, 미국은 유럽 동맹국들의 통신을 감시하고요.) 중국은 기술 발전을 포기하기를 거부합니다. 중국은 쉽게 겁먹지 않고 명령에 따르지 않습니다. 쿠바와 비슷하지만 훨씬 강한 나라지요. 바로 이런 게 미국에게 문제가 됩니다. 자칫하면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요. 당신이 말한 것처럼, 정말 전쟁으로 이어진다면 사실상 인류 전체의 종말이 될 겁니다. 세계가 살아남으려면 미국과 중국이 협력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P164
프라샤드 :
우리가 사는 세계는 정말 결딴나는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 개입으로 다이얼이 절멸에 더 가깝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막연하나마 핵전쟁에 관한 이야기까지 나오고있어요. 물론 이 전쟁은 앞선 다른 전쟁들처럼 끔찍합니다. 제2의 냉전이라고 할 만한 인류의 국제적 분열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지요. 이라크와 예멘에 가해지는 잔인한 폭력은 안중에도 없는 파란 눈과 금발의 백인들은 이런 분열을 해볼만한 싸움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P167
프라샤드 :
이 전쟁이 야기할 많은 결과 가운데 두 가지는 분명합니다. 하나는 미국이 유럽의 종속적 지위를 부활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나토 운전석에는 미국이 앉아 있지요가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가운데 현재 유럽의 공동외교안보정책CFSP을 통해 대륙 차원에서 ‘드골주의‘를 추구한다는 이야기는 쏙 들어갔습니다. 마스트리히트 조약(1993)과 암스테르담 조약(1997)을 통해 유럽의 독자적인 외교정책을 만들어내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미국이 주도한 나토의 유고슬라비아 전쟁(1999) 때문에 무위로 돌아갔지요. 이 전쟁으로 독일의 야심이 억제되고유럽의 정책은 나토 본부, 더 나아가 미국의 정책에 속박됐습니다. 나토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2001~2021)과 리비아 전쟁 (2011) 때문에 유럽의 외교정책에 대한 미국의 통제권이 더욱 강화됐습니다. 리스본 조약(2007)이후 유럽연합은 공동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를 만들었지만, 역할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미약합니다(이란과의 교섭에서는 예외였는데, 여기서 유럽연합은 주로 미국의 주장을 내세웠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시기에 유럽의 외교정책은 독자적으로 발전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여전히 미국의정책에 속박될 겁니다. 그 대가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 인상는 유럽 국민들이 치르겠지요.- P168
프라샤드 :
두 번째 결과는 중국뿐만 아니라 러시아가 만들어낸 제도적, 무역적 연계가 가속화될 거라는 점입니다. 무엇보다도 중국과 러시아가 지난 10년간처럼 계속 긴밀한 관계를 발전시킬 겁니다. 그런데 남반구에서 다극화와 비동맹을 향한 지향이 커지면서 이전에는 인식되지 않던 영역에서도 이들의 연결이 외부로 열릴 겁니다. 이미 전쟁에 관한 첫 번째 유엔 총회 표결에서 남반구 상당수가 러시아 비난에 대해 기권했지요. 인도같은 나라들은 원래 미국과 가까워야하는데 러시아와 유대를 끊는 걸 거부했어요. 여러 모순이 드러남에 따라 여기서도 다른 흥미로운 상황들이펼쳐지고 있습니다. 에너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이란과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완화하라는 압력이 가해지고, 페르시아만 나라들이 중국, 러시아와 연계를 강화하는 가운데 아랍에미리트와 시리아가 새롭게손을 잡고 있지요. 유럽은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 숨는 쪽을 선택한 반면,
나머지 세계는 이 새로운 상황을 비동맹과 다극화의 새로운 단계를 가속화할 수 있는 계기로 보는 것 같습니다.- P169
촘스키 : 맞아요. 러시아는 중국의 궤도에 한결 가까이 휘말려 들어갈 겁니다. 결국 지금보다도 훨씬 더 쇠퇴하는 원료 생산 도둑정치kleptocracy 국가가 될 가능성이 커요. 중국은 아랍에미리트를 지나서 중동으로 나아가는 ‘해상 실크로드‘인 일대일로 계획과 상하이협력기구에 근거한 발전-투자 채제로 점점 더 많은 세계를 통합하는 프로그램을 지속할겁니다. 미국은 자신이 비교우위를 누리는 무력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입니다.- P169
촘스키 :
이 전쟁이 가져올 가장 중요한 결과는 아직까지 거의 논의되지 않고있는데, 기후 파괴, 즉 인간(과 우리가 제멋대로 짓밟는 수많은 다른 생물 종)의 조직된 삶의 종말이라는 완전한 재앙을 피할 미약한 희망마저 - 어쩌면 영원히 - 저지된다는 겁니다.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유엔 기후변화협약은 세계 각국 정부가 기후 변화를 1.5도로 제한한 파리 협정에서 정한 목표를 전혀 달성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간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는 이 보고서가 "우리 지구에 보내는 적색 경고"라고 말했습니다. 신문들은 이 경고를 1면에 싣지 않았어요. 이제 화석연료 회사 중역들은 거리낌 없이 전면적 파괴를 벌이면서 군수업체들보다도 희희낙락하고 있습니다.
게임이 끝난 건 아니에요. 아직 급격하게 방향 전환을 할 시간이 있습니다. 그 수단도 알고 있고요. 의지만 있으면 우리는 재앙을 피하면서 훨씬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P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