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대학 입시에 성공해 막 상경한 나는 보다 더 많은 것을 접하며 시야를 확장하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시립미술관에 찾아갔었다. 그러나 현대 미술은 내게 너무 어려웠고, 그 뒤로는 미술관이 무섭게 느껴졌었다. 나의 무지를 여실히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작년에 우연히 들어갔던 한 미술관에서 한 노인분이 열심히 그림을 감상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때서야 바로 내 무지를 두려워 할 필요가 없음을 알 수 있었다. 누구나 처음엔 미숙하고 잘 알지 못하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미술을 잘 알지 못하지만, 흥미를 느끼고 있는 내게 이 책은 개인 도슨트가 생긴 것과 같은 기쁨을 주었다.
자화상은 그 화가의 정수를 담고 있다고 보아도 무관하다. 자화상을 통해 그의 가장 내밀한 모습, 그가 가장 보여지고 싶은 자신의 모습, 유년 시기의 흔적과 앞으로를 바라보는 가치관 까지도 모두 알 수 있다. 그렇기에 58 명의 화가의 자화상이 담겨 있는 이 책은, 내가 알고자 하는 화가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백과사전인 셈이다.
그림에 대한 김선현 작가님의 친절한 해설과, 오랫동안 미술심리치료를 해오신 작가님의 상담 경험을 읽다보면 그림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또한 이 그림을 내가 어떻게 해석할지, 나에겐 어떻게 다가오는지 계속해서 되새기게 되고, 그 과정에서 나를 돌아볼 수 있다. 자화상 외에도 화가의 대표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림과 마주한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닙니다. 그림은 평소의 ‘나’를 떠올리게 하면서 나에게 수없이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그림 앞에 온전히 홀로이고 싶은 사람, 나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 보고 싶은 사람, 그림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까지도 이 책을 통해 분명히 무언가 얻어갈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