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책 소개를 읽고서는 위험한 지점을 건드리는 소설이네, 싶었다. 실화든 아니든 참사가 등장하는 소설은 응당 잘 쓰여야 한다. 많은 이의 목숨 위에 짓는 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읽어나가며 시위 장면이나 언니는 죄가 없다가 어떻게 참사에 얽히려고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김금희 작가는 뜨개질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막힘없이 실과 뜨개바늘을 움직여 하나의 목도리를 만들어냈다. 우선 좋았던 점은 초점 화자가 한 사람에 집중 되지 않고 여러 사람으로 옮겨다닌 것이 좋았다. 묘사나 절제 된 감정 서술만으로는 드러나지 않을 섬세한 한 티끌의 감정까지 다 긁어 모을 수 있었다. 또, 이야기소가 풍부하다는 것이 좋았다. 소설 내에서 서사가 스펙타클하거나 롤러코스터를 타는 형식이 아니어도 풍부한 이야기소가 읽는 재미를 줬다. 실제로 그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 돼 결국 은총을 만났던 두 사람에게로 나아간다는 지점도 재밌었다. 그리고 김금희 작가가 장면을 만들어내는 방식, 무언가 툭 던져서 이게 무슨 상관이지? 하는데 어느 순간 얽혀 있게 하는 그 방식이 좋았다. 소설을 읽으며 목 마르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배부르다고 느껴질 때는 많아도. (유독 지금 여기서 쓰이는 말, 팩트폭력 등등 이란 단어가 많이 쓰여 읽으며 움찔할 때가 많았다) 제일 좋았던 장면은 유란과 경애가 만나는 장면이다. 거기서 '사라진 누군가는 그렇게 기억하는 사람의 인생에서 다시 한번 살게 된다는 것'을 얘기하는 게 좋았다. 그것은 은총이기도 하고, 조선생의 지난 삶, 상수의 어머니, 파업, 호치민에서의 생활 등 스쳐 지나갔으나 소중했던 것들을 말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거기서 떠나지 못하고 맴돌기를 반복하는데 작가는 담담히 말한다. 그 맴도는 마음으로 생을 살아가면 그 사람은 다시 한 번 살게 된다고. 사실 이 소설은 경애의 마음(중의적 의미이긴 하지만) 보단 읽는 개인, 혹은 등장한 모든 인물의 마음이었다. 우리가 공통 되게 가지고 있는 떠나지 못함의 성질. 그 이후의 삶을 잘 보여 준 작품이라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