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리넨의 서재

아수씨가 아침 일찍부터 오더니 책은 찾지않고 베젠트를 찾았다. 뭔가 불쾌한 느낌이 들었지만 애써 무시하고 서고로 들어갔다. 베젠트와 스코비아는 항상 하던대로 책 쓰는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베젠트 언니. 아수씨 왔는데요.”

베젠트는 책쓰는 것을 중단하고 나를 보더니 고개를 좌우로 까닥거렸다.

“아침부터 왠일이래?”
“몰라요. 오자마자 언니 먼저 찾는데요?”

베젠트와 함께 서고를 나오면서도 스코비아에게 손을 흔드는 것을 잊지않았다. 스코비아도 손을 흔들어 답변했다. 아수씨는 계산대 옆에 서서 할아버지와 뭔가 얘기를 하고있다가 베젠트가 나오는 걸 보자마자 뭐가 그리좋은지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아침부터 왠일이야?”

베젠트가 아까 한말을 억양을 살짝 바꿔 말했다. 억양만 조금 바뀌어도 느낌이 달라지니 말이란건 참 신기하네. 아수씨가 뭔가 말을 하려고 입을 벌렸다가 고개를 살짝 떨구더니 다시 얼굴을 들고 입을 벌렸지만 아무 말도 못하고 눈만 내리깔았다. 그 동작이 워낙 느려서 보고있으려니 참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나갔다와라.”

흔들의자에 누워있기만하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말을 했다. 베젠트가 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산책하면서 천천히 말해봐.”

베젠트는 말이 끝나게 무섭게 아수씨 손을 잡고 서점 밖으로 나갔다. 두 사람이 나간 길을 한동안 보고있다보니 스코비아가 어느새 뒤에 와있었다. 스코비아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물었다.

“언니랑 아수씨는 어디있어?”
“산책하러 나갔어.”

“둘이서?”
“둘이서.” 스코비아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했다.


"아수씨는 왜 왔대?“
”몰라, 그런거.“

그러자 스코비아는 뚱한 표정을 짓더니 홱 돌아서 다시 서고로 들어갔다.





베젠트가 의외로 빨리 돌아와서 무슨 말을 했는지 물어보려고 입을 열려고하는 사이에 곧바로 서고로 들어가버렸다. 그 행동이 예상 외였는지 나뿐만 아니라 할아버지도 한동안 서고 쪽을 쳐다봤다.

“왜 저러죠?”

할아버지는 대답없이 “흐음...”하며 뭔가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도 베젠트가 저런 이유를 나름대로 생각해볼려고 할 때 스코비아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안쪽에서 걸어나왔다.

“베젠트 언니 왜 저래? 얼굴이 새빨게가지고.”
“얼굴이 빨개?”

그러고보니 순식간에 지나가서 얼굴을 자세히 보지 못했지.

“난 너한테 물어볼려고했는데. 그런데 왜 나왔어?”
“언니가 혼자있고 싶대.”

도대체 뭔 일이 있었던 거야? 어쨌든 그 덕에 처음으로 스코비아와 계산대를 지키게되었다. 평소에도 그랬지만 오늘도 베젠트는 서고에서 절대 나오지않았는데 방금전에 그런 모습을 봐서 그런지 평소와는 느낌이 달랐다.





어릴 때부터 느껴온 거지만 스코비아는 항상 조용했고 서두르는 법이 없었다. 그렇지만 무엇을 하던 간에 늦는 법이 없었고 그렇다고 대충대충하는 것도 없었다. 가끔씩 실수를 하긴해도 스코비아에게서는 항상 믿을 수 있는 그런 기운이 풍겼다.

“베젠트 언니가 쓰는 책 이제 곧 끝날것같아.”
“어, 그래?”

그러고보니 상당히 시간이 지났다. 베젠트가 책을 쓰기 시작한때부터 그리고 우리가 여기 온지도. 스코비아는 베젠트가 오고부터 쭉 베젠트를 도왔다. 그래서 그런지 베젠트 책 얘기를 하면서 평소에는 잘 보여주지않는 흥분한 모습을 보여줬다. 얘가 이런때가 여태까지 몇 번있었더라? 기억을 더듬어봐도 딱히 떠오르지않았다. 흐릿하게 생각나는것 같으면서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너 베젠트 도와주는게 재밌어?”
“응, 재미있어. 책 내용도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자극적이고.”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자극적이라고?”

얘가 책 쓰는걸 도와주더니 말하는게 뭔가 희안해졌네.

“그런데 너 이런 모습 처음 보는거 같다?”
“이런 모습?”
“뭔가 할기차보인달까. 그냥 느낌이 그래.”

스코비아는 손을 내저으며 혀를 찼다.

“설마, 그냥 기억 못 하는 걸테지.”





“스코비아, 나 잠깐 마을에 다시 갔다올게.”

마을로 바로 달려갔다. 아무리 달려도 마을은 나오지 않고 끝없이 이어진 길을 계속 달리니 날이 서서히 어두워졌다. 밤이 되고 하늘에 달이 떴다. 하지만 마을은 입구도 보이지않았고 나는 계속 달리고 있었다. 달이 밝아서 달리는 와중에도 주변을 잘 볼 수 있었다.

그러다가 눈에 큰 나무 한그루가 들어왔다. 큰나무가 점점 가까워졌다. 달리던 걸 멈추고 큰나무를 천천히 한바퀴 돌아봤다. 어디선가 많이 봤던 나문데 잘 기억이 나지 않아서 애를 먹고있자니 방금전에 없던 한 사람이 나무 밑에 서있는게 보였다. 긴머리를 풀어헤친 그 사람의 뒷모습으로 보건데 여자란 것을 알수있었다. 그 여자는 손에 나뭇가지 하나를 들고 흔들거리다가 곧 떨어뜨렸다.

“리슈넬 언니?”

맞다. 리슈넬 언니다. 나는 언니에게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리슈넬 언니 등을 약하게 툭 칠려고 손을 뻗었는데 이상하게 닿지않았다. 다시 한번 거리를 갸늠해서 가까이 다가간 다음에 손을 뻗었다. 어? 또 멀어졌다. 또, 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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