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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49)

인간이라는 존재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다 보면 대체로 자존심 상하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지구가 특별한 행성이 아니고 인간이 자연의 일부일 뿐이라면, 우리가 지구에서 발견한 법칙에도 특별한 구석이 없을 것이다. 이는 곧 우주 반대편에 있는 외계 행성과(그곳에 있을지도 모를) 외계 생명체 역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우주의 모든 곳 그리고 우주의 모든 과거와 미래를 이해하려는 우리의 열망은 결코 공염불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수록 과학은 발전한다.

 

(105)

암흑물질의 정체는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지만, 이들이 일상적인 물질에 가하는 중력의 세기를 측정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은하의 질량분포와 별의 움직임을 비교하면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세울 수 있다. ‘암흑물질은 우주 초기에 별과 은하를 탄생시켰고, 그 별의 잔해에서 행성이 탄생했으며, 그곳에서 생명이 진화하여 현재에 이르렀다.’ 이 가설이 옳다면 암흑물질은 지금과 같은 우주에서 인간이 존재하도록 만들어준 일등 공신인 셈이다.

 

(148-149)

1930년대 초, 천문학자들은 은하단(cluster of galaxies)을 관측하던 중 이들이 망원경으로 보이는 물체의 중력보다 훨씬 강한 힘으로 뭉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후 1970년대 미국의 천문학자 베라 루빈이 하나의 은하(은하수) 안에서 동일한 현상을 발견했다. 은하를 구성하는 별들의 공전 속도와 예상보다 너무 빨랐던 것이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공전한다면 중력보다 원심력이 커서 은하가 산산이 흩어져야 하는데, 우리은하는 단 하나밖에 없다. 눈에 보이는 천체들(우리에게 친숙한 물질)이 복사를 방출하지 않고 전자기파와 상호 작용을 하지도 않으면서 오직 중력만 행사하는 희한한 물질로 에워싸여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그 후로 이 수수께끼의 물질은 ‘암흑물질’로 불리게 된다.

 

(213-214)

물곰 또는 이끼돼지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초미세형 완보동물은 극한 미생물 중에서도 최강으 생존력을 자랑한다(외모는 섬뜩하면서도 귀엽게 생겼다). 다리가 여덟 개 달린 이 수중생물은 지금까지 발견된 생명체 중 가장 죽이기 어려운 것으로 정평이 났다.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단단한 물건을 던져도 절대 죽지 않는다. 심지어 이 녀석은 우주 여행도 견뎠다. 여기서 말하는 여행이란 우주선 안에 탑승한 안락한 여행이 아니라, 우주선 바깥에 매달린 채 날아가는 극한의 여행을 말한다. 2007년 유럽우주국은 완보동물을 우주선 외부에 묶어 날려 보냈는데, 지구 저궤도에서 12일 동안 극저온의 진공과 강렬한 우주 방사선에 고스란히 노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살아서 돌아왔다.

 

(243)

이 방대한 작업을 수행하려면 엄청난 컴퓨팅 파워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바로 ‘SETI@home’ 프로그램이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의 천체물리학자들이 기획한 프로젝트는 평범한 사람들이 과학자로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개인용 컴퓨터가 유휴 상태일 때 메인 컴퓨터에 자동으로 접속되어 SETI의 데이터 분석을 돕는 식이다. 지금도 전 세계 사무실에서는 화면 보호 모드로 들어간 컴퓨터들이 SETI의 데이터를 열심히 분석하고 있다.

 

(306)

평평한 우주와 열린 우주의 경우, 종말 시나리오는 암흑에너지의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우주 초기에는 일반물질과 암흑물질이 한데 섞여서 밀집되어 있었기 때문에 암흑에너지를 압도하고 우주의 지배적인 힘으로 군림했으며, 이로 인해 우주팽창에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팽창 속도가 점차 느려졌다. 그러나 빅뱅 후 50억 년쯤 지났을 무렵에는 공간이 팽창함에 따라 일반물질과 암흑물질의 밀도가 낮아졌고, 중력의 지배력도 많이 약해졌다. 바로 이 시기부터 암흑에너지가 주도권을 넘겨받아 팽창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는데, 이 추세는 지금도 계속 이어지는 중이다. 즉, 우리는 암흑에너지가 지배하는 가속팽창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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