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
나는 어려서부터 남자들에 대해 한 가지를 알아냈다. 그
족속들은 믿을 수 없는 것들이라는 것. 그것을 나는 가장 잔혹한 방식으로 배웠다. 차가운 밤마다 되살아나는, 손에 잡힐 듯 선명한 악몽을 통해서였다. 남자들은 우리 여자들보다 훨씬 더 변덕과 욕정에 휘둘리면서도, 오히려
그런 기질을 우리에게 덮어씌운다. 그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형태의 위선이다. 인류의 시작부터 존재해 온 위선. 아담과 이브를 생각해보라. 그래, 악마가 이브를 유혹한 건 지식을 얻으려는 욕망 때문이었다. 이브는 자신을 깨우치려 했을 뿐이다. 그렇게 미끼를 물고 나서, 이번엔 아담이 호기심과 질투에 사로잡혀 마치 제 욕심만 아는 어린아이처럼 그 일부를 탐했다. 그런데 다시 보라. 남자는 이성으로, 여자는 감정으로 지배된다고? 그들은 처음부터 우리에게 거짓말을 해왔다.
(378)
나는 늘 내 마지막 순간이 정원에서일 거라 생각했다. 뿌리에서
하늘로 뻗는 약초들의 날카롭고 푸른 향기에 둘러싸여, 축축하고 비옥한 흙이 마지막 베개가 되고, 고양이 수염이 주름진 뺨을 간질이며, 집과 집 멀리 들판에서 아이들, 손주들의 목소리와 웃음이 메아리치는 가운데, 그리고 토마스의 나무를
베고 사포로 문지르는 꾸준하고 참을성 있는 리듬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 그런 순간. 나는 항상 그보다
먼저 죽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신이 내 삶의 태양을 먼저 앗아가실 리 없으니까. 토마스 없이 살아갈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