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작년부터인가 뉴스에서 자주 ‘엡스타인 사건’이 등장하였고, 유명
인사들이 엮여 있는 엄청난 스캔들이라고만 대충 알고 있다가 몇 달 전에 유튜브 방송에서 자세하게 알게 되었단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와 빌 클린턴 등 전현직 대통령과 빌 게이츠, 영구 앤드루 왕자 등이
연루되어 있는 십대소녀들을 상대로 한 불법 성매매 사건이었어. 한창 트럼프 대통령과 연관되어 있다는
소문이 돌 즈음, 이란과 전쟁을 일으켜서 자신의 엡스타인 사건의 연루설을 덮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는
소문도 있었단다. 그리고 빌 게이츠의 아내 멜린다 프렌치 게이츠가 이혼한 이유도 빌 게이츠가 엡스타인
사건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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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7)
얼마
지나지 않아 멜린다 프렌치 게이츠는 CBS 게일 킹과의 인터뷰에서,
27년간 함께한 남편 빌 게이츠와 이혼한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엡스타인과 남편의 관계였다고 밝혔다.
멜린다는 킹에게 “빌이 제프리 엡스타인과 만나는 것이 싫었고, 그 점을 분명히 말했습니다”라고 전하며, 본인 또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직접 보고 싶어서” 엡스타인을 “딱 한 번” 만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녀가 느낀 소감은 이러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부터 후회했습니다. 그는 혐오스러운 자였어요. 악의
화신 그 자체였죠. 피해 여성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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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주범인 엡스타인은 감옥에서
자살을 했는데 그 자살 또한 여러 가지 일어날 수 없는 우연들이 겹쳐서 자살이 아닐 수도 있다는 소문도 있었어.
무엇보다 그들에게 희생당한 피해자 중에는 십대 소녀들도 있었어. 그 중에 버지니아 로버츠
주프레라는 사람이 자신의 경험담을 책으로 엮은 <노바디스 걸>이라는
책을 앞서 이야기했던 유튜브 방송에서 소개해주어 알게 되었단다. 그 책을 구입하면 그 피해자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기도 하고, 이 무지막지한 사건에 대해서 더 궁금하기도 해서 읽어보기로 했단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책의 지은이 버지니아 로버츠 주프레는 이 책이 출간되기 얼마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하더구나.
이것도 음모론이 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안타깝게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맞는 것
같더구나. 그건 차차 이야기해줄게.
사실 이 책을 읽는 것은 피해자의
감정이 그대로 전달되어 감정적으로 힘들었단다. 이렇게 글로 읽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는데 직접 경험을 한
당사자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구나. 그럼 버지니아의 이야기를 들려줄게.
1.
버지니아에게도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단다. 버지니아의 아빠는 스카이라는 사람이고, 버지니아의
엄마 린에게 스카이가 두 번째 남편이란다. 첫 번째 남편과 이혼했는데 첫 번째 남편 사이에서 낳은 아들
대니가 있었고. 린과 스카이 사이에서 첫째로 태어난 사람이 바로 버지니아이고, 둘째가 스카이디라는 아들이란다. 버지니아는 어렸을 때 아버지가 사
주신 말도 탔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단다.
그런데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엄마와 아버지 사이에 미묘한 변화가 있었어. 특히 아버지가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어. 아버지가 은밀히 버지니아를 애무하고 성추행을 하기 시작하다가 성폭행까지 한 거야. 아버지가 완전 변태였구나. 그뿐 아니라 아버지는 자신의 친구에게
버지니아를 맡겠는데 그 놈도 변태였어. 둘은 자신의 딸을 바꾸어 성폭행을 한 거야. 이제 고작 11살인 딸을 말이야.
짐승만도 못한 놈들. 엄마라도 딸을 보호해 주었으면 좋겠지만, 버지니아의 엄마는 버지니아를 멀리하고 딸이 성폭행 당하는 것을 외면했어. 완전
콩가루 집안이구나.
아버지와 아버지의 친구로부터
성폭행을 당해서 요도가 감염이 되어 병원에 갔더니 처녀막이 손상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엄마는 그때도
진실을 숨기고 승마 때문에 그랬다고 거짓말을 했단다. 집이 아니라 지옥이었을 것 같구나. 얼마 뒤에 버지니아는 초경을 겪었는데, 버지니아의 엄마는 알아서
하라고 했다는구나. 엄마의 무책임도 버지니아를 지옥으로 몰아넣어 원인 중 하나였단다. 아무도 버지니아의 편이 없었어. 친척들과 함께 캠핑장을 갔는데, 아버지가 버지니아를 때리는 일이 있었는데, 버지니아는 친척들 모두
들으라고 큰 소리로 아버지가 자신을 강간했다고 이야기했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대. 이런 가정에서
자라는 것이 쉽지 않았을 거야.
그런데 버지니아는 집에서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불운한 경험을 겪었단다. 엄마는 버지니아를 ‘그로잉
투게더’라는 시설에 보내서 그곳에서 지냈는데, 그곳은 탄압과
강압과 폭력이 난무하는 곳이었어. 버지니아는 그곳에서 도망가다가 낯선 사람의 차를 얻어 탔는데 하필
그 사람이 또 다른 악마이었어. 모텔로 데리고 가서 성폭행하려고 했어.
그가 방심한 틈에 무작정 도망가다가 어떤 할아버지가 리무진에 태워줬는데 그의 집으로 끌고 갔어. 그곳에
자신과 비슷한 어린 소녀들이 있었어. 그 또한 착한 얼굴을 한 악마였단다. 그때 버지니아의 나이가 고작 15살이었단다. 행복하게 어른들의 보호를 받으며 자라나야 할 시절에 버지니아는 악마들 사이에 휩싸여서 자라났던 거야.
결국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말았는데, 당시 아버지가 일하던 마러라고 리조트의 헬스 클럽 라커룸 보조원으로 일하게 되었단다. 마러라고 리조트는 트럼프가 주인으로 있는 리조트인데, 아버지의 소개로
트럼프를 만나게 되었고, 트럼프의 소개로 부잣집 베이비 시터로 일하기도 했대. 지금까지의 삶도 지옥 같은 삶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이 헬스 클럽에서
그보다 더 지옥 같은 삶을 살게 하는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되는데, 그가 바로 제프리 엡스타인의 단짝인
길레인 맥스웰이란다. 길레인 맥스웰은 마러라고 클럽에 손님으로 왔다가 버지니아에게 마사지를 제안했단다. 버지니아도 생각하기를 마사지 기술을 배우면 생계 유지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좋다고 했어. 그렇게 길레인이 버지니아를 어떤 저택에 데리고 갔는데, 그곳에서
마사지를 가르친다면서 어떤 남자를 마사지했는데 그 사람이 바로 제프리 엡스타인이었단다. 마사지를 하다가
그 자리에서 제프리에게 성폭행을 당했단다. 그때 버지니아 나이는 고작
17살이었단다. 어린 시절 성폭행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돌고 돌아 다시 이런 곳에 오게
되었구나. 그 이후 2년 동안 제프리 엡스타인와 길레인 맥스웰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단다.
2.
이후 엡스타인의 저택에서 성적
학대를 당하면서 성접대, 마사지에 대한 기술을 배웠어. 누군가는
그곳에서 왜 도망가지 못하냐고 물어보지만, 어린 버지니아에게 그렇게 학대를 당하면서도 가끔씩 안정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래.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버지니아는 늘 성폭행 속에 살았기 때문에 그나마
부잣집에서 지내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그들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했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드는구나. 제프리 엡스타인은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엡스타인은
대학에서 과학 관련된 학과를 전공하고 고등학교에서 수학과 물리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대. 이런
전공과 경력으로 나중에 과학계 저명 인사들과도 교류를 하게 되었대. 버지니아는 엡스타인의 저택에 머물면서
마사지를 배우고 어느 정도 마사지 실력이 늘어나자 엡스타인은 버지니아를 다른 남자에게 보내기 시작했대. 그들은
대부분 재벌 또는 유력인사로 뉴스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어.
엡스타인과 길레인이 타겟으로
하는 소녀들은 생리를 막 시작한 앳되고, 약점이 있는 소녀들이었어. 버지니아는
그들의 강요에 의해서 자신도 다른 소녀들을 저택으로 데리고 온 적이 있는데 이 일로 평생 죄책감을 갖고 살아야 했다는구나. 엡스타인은 어떻게 돈을 모았는지 모르겠지만 개인 소유의 리틀 세인트 제임스라는 섬을 가지고 있었어. 그곳에도 엡스타인 소유의 저택이 있는데 그곳에서 주로 성접대를 했단다. 버지니아도
그곳에서 성학대를 당했는데 이 때쯤에는 버지니아는 포기 반 순종 반 상태였던 것 같아. 그들이 하라는
대로 하고, 그들이 가라는 대로 갔어. 그러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길레인 맥스웰은 버지니아를 믿기 시작하는 것 같았어. 버지니아에게 고급 사교 교육을 시키기도 했어. 외국에 다닐 때 버지니아를 데리고 가서는 그곳의 유력 인사에게 버지니아를 떠넘기기도 했어. 그렇게 그들과 함께 다니다가 영국의 앤드루 왕자를 만나게 된 거야. 그리고
그에게 성적 착취를 여러 번 당하게 된단다. 이 일이 나중에 드러난 이후 앤드루 왕자는 영국 왕족 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단다.
…
엡스타인이 버지니아를 점점 믿는
것 같아서 버지니아는 서서히 탈출 계획을 세웠단다. 태국에서 마사지 전문 교육을 받고 싶다고 했어. 그러자 아무 의심 없이 엡스타인은 태국의 8주 교육 코스를 신청하고
숙박도 예약해 주었단다. 그래서 처음으로 혼자서 비행기를 타고 태국에 왔단다. 그때가 2002년 19살
때였어. 태국에서 무에타이를 배우러 온 호주 사람 로비를 만나게 되어 둘은 첫눈에 반했단다. 진심으로 사랑했기에 버지니아는 자신이 살아왔던 일들을 모두 이야기해주었어. 로비는
그런 버지니아를 이해해주었고, 둘은 만난 지 10일만에 결혼했단다. 엡스타인이 사람을 보낼까 봐 걱정했는데 버지니아는 정면돌파를 선택했어. 버지니아는
엡스타인에게 전화해서 다시는 그곳에 가지 않겠다고 했더니, 엡스타인은 ‘잘 살아라’하며 전화를 끊었다고 했어. 그것으로 이후 5년 동안 엡스타인과 연락하지 않고 살았다고 하는구나. 이제는 로비와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어.
3.
버지니아와 로비는 태국 주변
나라로 신혼 여행을 다녀온 후, 호주로 가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단다.
로비의 부모님은 이탈리아 계였는데, 아들이 갑작스러운 결혼에 당황하셨을 법한데, 그래도 잘 대해주셨단다. 로비의 부모님 댁에서 잠시 지내다가 그들은
독립을 했단다. 여느 젊은 부부처럼 둘이 티격태격 할 때도 있었지만,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어. 2006년 첫 아들 알렉스가 태어났고, 2007년에는 둘째 타일러를 낳았단다. 그런데 둘째 타일러를 임신하고
있었을 때 5년만에 엡스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소름이 돋았다고 하는구나. 엡스타인과 길레인이 고발당한 상태라면서 검찰에서 연락이 갈 거라고 했어. 버지니아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어. 고발당했던 엡스타인은 가벼운 형량에 보석금으로 금방 풀려났단다. 그를 조사했던 경찰은 엡스타인이 그렇게 보석으로 풀려나자 화가 나서 그가 십대 소녀들을 성착취하고 성매매했다는
증거를 확보해서 연방수사관을 찾아가 재고발을 했지만, 이번에도 엡스타인은 13개월이라는 가벼운 형을 받았어. 그것마저도 대부분 외부에서 출퇴근하는
혜택을 받았다는구나.
…
2010년 버지니아는 셋째 엘리를 출산했어. 얼마 후 영국 데일리 메일의 처처 기자로부터 연락이 왔어. 에드워즈
변호사가 도와준다면서 엡스타인의 저택에서 지내면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달라고 했어. 영국 기자답게
앤드루 왕자의 성접대 이야기도 해달라고 했단다. 망설이던 버지니아는 텔레비전과 신문 등에서 앤드루와
엡스타인이 여전히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고 버지니아는 실명으로 그들의 만행을 밝히기로 결심했단다. 데일리메일과 인터뷰가 세상에 다시 내딛는 첫 번째 인터뷰였단다. 버지니아는
인터뷰 및 증거 등 자료를 제공하면서 기사 제보에 대한 일정 금액 보수를 받았단다. 언론사가 다 그렇게
진행되는 것인 줄 알았어. 이 일로 인해 돈 받고 인터뷰를 했다는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어. 사람들 참 못났구나. 자신의 딸이 그런 피해를 보았다고 해도 그런
말을 할까. 이후 버니지아는 언론과 인터뷰를 할 때면 돈은 따로 받지 않았어.
다시 세상 밖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미국에 살고 있는 식구들이 생각났어. 특히 아버지와 화해하려고 노력했단다. 하지만 아빠는 그 점에 있어 버지니아를 이해할 수 없더구나. 자신을
낳아주긴 했지만, 어린 시절 자신을 성폭행하고 자신의 친구에게도 성폭행하게 하는 아버지가 무슨 아버지란
말인가. 그냥 짐승새끼지.. 하지만 버지니아는 가족이 필요했나
봐. 아버지와 화해하기 위해서 아버지는 호주로 두 차례 초대를 했단다.
하지만 그 짐승새끼는 여전히 제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버지니아에게 고의로 음란 사진을 보여주곤 했어.
그 일을 남편 로비가 알게 되어 로비는 버지니아의 아버지가 크게 싸우고 아버지는 일찍 미국으로 돌아갔단다.
아버지 말고도 오빠 대니와 동생
스카이디도 보고 싶고 고향이 무척 그리웠어. 결국 버지니아와 로비는 미국으로 이주하기로 했단다. 아빠는 버지니아의 이 선택도 이해가 가질 않았단다. 악몽 같은 기억만
있는 고향으로 가면 아픈 옛기억만 다시 떠오를 텐데 말이야. 미국에 도착해서도 에드워즈 변호사, 시그리드 변호사와 함께 제프로 엡스타인과 길레인 맥스웰의 만행을 계속 폭로했단다. 오빠 대니와 남동생 스카이디는 모두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도 있었어.
그들은 여전히 아버지와 만나면서 지냈는데, 아버지가 그들의 아이들에게 나쁜 짓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대니와 스카이디는 버지니아가 어린 시절 아빠한테 성폭행 당했다는 사실을 몰랐어. 그제서야 버지니아는 아버지의 손주들이 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대니와 스카이디에게 아버지가 어린 시절
자신에게 한 짓을 이야기했단다. 대니와 스카이디가 놀란 것은 당연했어.
대니는 그 이후 아버지와 의절을 하고 만나지 않았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더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되었어. 버지니아가 엡스타인으로부터 성착취를 당하고 있을 때 아버지가 엡스타인으로부터 모른 척
해달라는 조건으로 거액의 돈을 받았다는 거야. 아빠가 버지니아의 아버지를 짐승새끼라고 했는데, 짐승도 그런 짓은 안 할 것 같구나.
버지니아는 더 이상 아버지를
보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플로리다를 떠나 콜로라도로 이사갔단다. 콜로라도에는
엄마가 새아버지와 살고 있었어. 버지니아의 어린 시절 엄마도 잘 한 것이 하나도 없었지만, 버지니아에게는 살가운 가족의 품이 그리웠나 봐. 콜로라도에서 버지니아는
엄마와 많은 시간을 보냈단다.
…
4.
에드워즈 변호사와 시그리드 변호사와
함께 이야기하면서 ABC 방송국과 인터뷰를 하기로 했고 인터뷰는 성공적으로 했으나 끝내 방송에는 나오지
않았단다. 엡스타인의 로비로 ABC 방송국 같은 거대한 방송국의
방송까지 막은 거야. 정말 무서운 사람들이구나. 한편 로비의
아버지 프랭크가 암 투병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어. 그리고 미국 생활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 그래서 다시 호주로 돌아가기로 했단다. 호주로 돌아오긴 했지만 버지니아는
소송으로 미국에 자주 갈 수밖에 없었단다. 엡스타인은 여러 차례 재판에 섰지만, 파트너인 길레인 맥스웰은 지난 6년 동안 교묘히 빠져나가 재판을
안 받다가 2015년에 와서야 처음으로 재판을 받게 되었단다. 길레인은
재판에서도 요리조리 피해 다녀서 민사 소송을 진행해야 했어. 버지니아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고발을 하게
되자 다른 피해자들도 용기를 내고 세상에 모습을 보이고 재판에 참석했단다.
….
어느 날 마이애미 해럴드 소속
탐사저널리스트 줄리 K. 브라운으로부터 연락이 왔어. 엡스타인
탐사 기획 보도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인터뷰 요청을 받았어. 이 탐사 보도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엡스타인의
만행을 알게 되었어. 그런 여론에 힘입어 엡스타인은 2019년 7월 다시 성매매와 인신매매 등으로 체포되었어. 이 때 즈음 버지니아는
미국연방수사국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어. 버지니아의 생명을 노리는 징후를 포착했다면서 조심하라고 했어. 그래서 버지니아는 자신은 절대 자살하지 않겠다는 글을 게시했단다. 혹시
자살로 의문사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런 글을 쓴 것이야. 그런데
2019년 8월 엡스타인이 감옥에서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단다. 간수들이 감사하는 교도소에서 어찌 자살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여전히
타살 논란이 있는데 공식적으로는 그의 죽음은 자살로 일단락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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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2-543)
실제로
엡스타인은 자해를 시도한 적이 있었음에도 자살 감시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한때는 수감실 동료가 있었지만, 사망 당일 밤에는 혼자 수감실을 쓰고 있었다. 엡스타인의 수감실에서
불과 15피트(약 5미터) 떨어진 책상에 앉아 있던 간수 두 명은 밤 10시 30분부터 아침 6시 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순찰하며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간수들은 잠을
자거나 인터넷 서핑을 했고, 나중에 순찰을 마친 것처럼 기록지를 조작했다. 엡스타인의 자해 행위나, 음모론자들의 주장대로라면 엡스타인을 살해한
누군가의 움직임을 포착했을 보안 카메라는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다행히 작동 중이었던 다른 카메라들을
확인해보니 엡스타인이 사망한 밤에 해당 구역으로 들어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로써 자객이 몰래 침입했을
가능성은 배제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엡스타인의 동생이 고용한 법의학 전문의의 공식 부검 보고서로
상황은 반전됐다. 그는 엡스타인의 목 부위에서 발견된 골절과 연골 파손 흔적이 “타살을 가리킨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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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죽었지만 길레인을 비롯한
공범들은 아직 있었어. 그리고 더 많은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어. 언론 매체들에서도 더 많은 취재를 하기 했단다. 글로벌 OTT 넷플릭스에서 엡스타인 사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시작했어. 버지니아도
더 많은 매체에 나가서 제프리 엡스타인과 길레인 맥스웰의 만행을 이야기하지만 그것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었단다.
아픈 과거를 계속 이야기하는 것은 버지니아에게도 힘든 일이었어. 결국 숨어 지내던 길레인
맥스웰도 체포되었어. 버지니아는 미국과 호주를 오가는 강행군 때문인지 수막염에 심하게 걸렸고 그 상태에서
발을 헛디뎌 목뼈가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고 말았어. 수술을 했지만 목에 극심한 통증으로 인해 일반적인
생활도 쉽지 않았어. 그러면서도 재판 등 공적인 일도 계속 했단다. 그런
와중에 2020년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 때문에 활동도 쉽지 않았어.
엡스타인 사건의 핵심 가해자였던
앤드루 왕자로부터 결국 사과를 받아내고 합의금을 받아냈단다. 앤드루는 왕족 자격 박탈을 당하는 수모도
당했어. 그리고 요리조리 피해 다니기만 하던 길레인 맥스웰은 결국 유죄 판결을 받고 20년형을 받았단다. 그간 노력이 어느 정도 보상이 된 기분이었지만, 버지니아는 일상으로 돌아오기 쉽지 않았어. 재판을 진행하면서 잊혀졌던
일들이 다시 또렷이 기억되면서 트라우마가 생겨났고, 목뼈 골절 후유증으로 고통은 날로 심해졌단다. 그러다 보니 자살을 생각하게 되었고 진통제를 한꺼번에 240개를
먹기도 했어. 다행히 가족들이 발견하여 살아났어. 버지니아는
가족들을 보면서 다시 삶의 의지를 찾기도 했단다. 그런데 하늘은 버지니아를 그냥 두지 않는구나. 이번에는 섬유조직염이라는 병에 걸려 전신에 극심한 통증과 압통을 겪어야 했단다.
…
비록 너무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어서 실명으로 밝히지 못하는 가해자들도 많았지만 그래도 버지니아는 희망을 이야기했단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더 생기지 않도록 범죄예방을 집중하는 단체를 지원하고 하고, 피해자들의 회복을 돕는 기금을
마련하는 계획도 세웠단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 행복을 찾는 일상을 살아가겠다면서 책은 끝이 났단다.
그래서 행복하게 오랫동안 살았다고
하면 좋았겠지만 결말은 그렇지가 않았단다. 책의 앞부분에 이 책의 편집자 에이미 월러스의 말에서 그
이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단다. 남편 로비 덕분에 버지니아가 일상을 찾긴 했지만, 그들의 사이가 늘 좋았던 것은 아니었단다. 나중에는 남편 로비가
버지니아에게 폭행을 했었던 것 같아. 버지니아는 그 사실을 숨기려고 했던 것 같고… 결국 그들은 헤어지게 되었대. 거기에 2025년 3월 버지니아는 교통사고로 더 다쳐 몸은 더 안 좋아졌대. 이 책을 준비하면서 출판사 편집자와 메일을 주고 받는 일이 받았는데, 죽음을
암시하는 글들이 있었고 자신이 죽어도 책은 꼭 출간해 달라는 메일을 남긴 채 2025년 4월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하는구나.
…
그 어려운 시절을 다 견뎌냈는데, 하늘은 계속해서 버지니아를 시험대에 올려 놓았고, 결국 계속되는
심적 육체적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선택을 한 것 같아 너무나 마음이 아프더구나. 하지만
몇 년 전 버지니아가 자신은 절대로 자살을 하지 않겠다고 한 적이 있어서 버지니아의 자살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는 것 같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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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6)
그러던
중 트위터에서 누군가 “미국 연방수사국이 초부유층과 권력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당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라는 추측성 글을 올렸고, 나는 이에 응답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만약 내가 갑작스럽게 죽는다면, 누구도 사고사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나는 어떤 경우에도, 어떤 방식으로든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의사가 없음을 공개적으로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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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버지니아의 고통이 그대로
느껴져서 읽기 쉽지 않았지만, 한 개인이 거대 세력을 맞서 싸운 기록이고, 책 띠지에 적혀 있는 것처럼 세상을 바꾸려고 한 인간의 기록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피해가 없길
바란다.
오늘은 이야기가 길어졌구나.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삶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책의 끝 문장: 고로 이 책이 우리를 그토록 간절히 바라는 현실로
단 한 걸음이나마 더 다가서게 할 수 있다면, 그리하여 단 하나의 삶이라도 지켜낼 수만 있다면, 나는 나의 소명을 다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