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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mile
  • 글래스메이커
  • 트레이시 슈발리에
  • 18,900원 (10%1,050)
  • 2026-01-27
  • : 979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진주 귀고리 소녀>로 유명한 작가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신작 <글래스메이커>라는 소설이야. 아빠는 <진주 귀고리 소녀>를 2004년에 읽고 그 이후로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책은 읽은 적이 없구나. 의도적으로 읽지 않은 것은 아니고 그 작가가 눈에 띄지 않았을 뿐이야. 그리고 <진주 귀고리 소녀>가 독특하긴 해도 아주 재미있다는 생각은 안 했던 것 같아. 이번에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책을 읽게 된 것은 몇 달 전에 신간코너에서 눈에 띄었기 때문이란다..

한 작가의 책을 22년만에 다시 읽게 되다니, 감회가 좀 새롭니다. 얼마 전에 읽은 것 같은데 22년이나 흘렀다니... 작가도 22살 더 먹고, 독자도 22살 더 먹고 말이지. <진주 귀고리 소녀>는 집 어딘가에 있을 텐데, 지난 22년 동안 잘 있는지 모르겠구나. 검색을 해보니 지은이 트레이시 슈발리에는 그동안 꾸준하게 작품을 쓰신 것 같구나.

그럼, 22년만에 다시 만난 작가의 책 <글래스메이커>를 이야기해줄게. 글래스. 유리. 메이커. 만드는 사람. 이 소설은 유리 공예품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란다. 베네치아 인근에 있는 무라노를 주무대로 이야기가 펼쳐진단다. 그런데 판타지 요소가 좀 더해져서 무라노 섬과 베네치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시간은 그 밖에 세상과 다르게 흘러간단다. 무라노와 베네치아 밖의 시간은 수백 년이 흘러도 무라노 섬에서는 한 소녀의 한평생 정도만 시간이 흐른단다. 수백 년 동안 유리 공예 제작자들이 어떻게 변했는지 이야기를 하되, 주인공들은 그대로 유지하려고 그런 판타지 요소를 적용한 것 같더구나.

..

 

1.

시작은 1486년 무라노 섬에서 시작한단다. 아홉 살 소녀 오르솔라 로소가 주인공이야. 로소 집안은 유리 공방을 대대로 하고 있고, 아버지 로렌초 로소가 장인으로 공방을 이끌고 있고, 두 아들이자 오르솔라의 오빠들인 마르코와 자코모, 도제인 파울로가 로렌초의 밑에서 함께 일을 하고 있단다. 오르솔라의 엄마 라우라는 주로 집안 일을 하셨어. 그들의 경쟁 공방으로 바로비에르 공방이 있는데, 사실은 바로비에르 공방이 좀더 잘 나가는 공방이란다. 아버지 안젤로 아래 아들 조반니와 딸 마리아를 중심으로 공방을 운영하고 있어. 유리 공방의 직책을 간단히 이야기 보면, 처음에는 가르초네트로 시작해서 실력이 늘어나면 가르초네, 세르벤테(도제)로 직책이 올라간다.

시간은 흘러 오르솔라는 17살이 되었어. 유리 공방에서 작업 중 직원의 실수로 유리가 깨지는 사고가 났는데 그 깨진 유리에 아버지 로렌초가 목에 찔려 출혈과다로 갑자기 돌아가시고 말았어. 두 아들에게 아직 기술을 모두 전수하지도 못하고 갑자기 죽게 된 거야. 첫 아들 마르코가 공방을 물려받아야 하는데 마르코는 실력도 안 되고 인성도 좋지 않아서 유리 공방을 운영을 제대로 운영할지 모르겠구나. 제품의 품질이 떨어져서 거래선이 줄어들기 시작했단다.

오르솔라는 길에서 우연히 경쟁 공방의 유리 공예사 마리아를 만났는데 그때 오르솔라가 작고 낡은 옷을 입고 있어서 그랬는지 마리아는 오르솔라에게 드레스 선물을 주었단다. 오르솔라는 마리아에게 유리장신구 만드는 것을 배우고 싶다고 하자 마리아는 사촌 엘레나에게 보내서 장식구슬을 배우게 했단다. 이후 오르솔라는 유리구슬 만드는 것에 열심이었어. 평상시에도 꿀을 이용하여 연습했어. 마리아와 오르솔라의 인연이 나중에도 중요하게 이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더구나.

...

어느 날 큰오빠 마르코가 유리잔을 팔기 위해 베네치아 본토에 있는 상인 클링엔베르크를 만나러 갔는데 하루가 지나 올 시간이 지나도 오질 않아서 둘째 오빠 자코모와 오르솔라가 마르코를 찾으러 베네치아에 갔단다. 당시에도 베네치아의 주요 이동수단은 곤돌라였어. 클링엔베르크를 찾아갔더니 마르코가 가지고 온 유리잔은 품질이 떨어져 받을 수 없다고 거절했다고 했어. 그러면서 공방에서 잘하는 것부터 서서히 하라고 조언해주었어. 오르솔라는 장식유리구슬도 받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했단다. 그건 그렇고 마르코는 어디에 있는 거야? 자코모와 오르솔라는 술집을 돌아다니며 찾다가 술에 만취해 있는 마르코를 발견해서 섬으로 데리고 왔단다.

 

2.

얼마 후 마르코는 니콜레타라는 여자와 결혼했고 엄마 라우라는 딸 스텔라를 낳았어.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엄마는 임신 중이었거든.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선물이었나 보구나. 오르솔라는 어린 동생을 돌봐야 했단다. 그렇다 보니 유리구슬 만드는 연습을 거의 하지 못했어. 어느날 베네치아의 어부로 일하던 안토니오라는 사람이 찾아와 유리 공예를 배우겠다고 했어. 일전에 마르코가 약속했다면서 말이야. 그래서 안토니오도 마르코의 유리 공방에서 일하게 되었단다. 그런데 오르솔라의 눈에 자꾸 안토니오가 거슬렸어. 그에게 자꾸 끌린 거야. 오르솔라는 장식유리구슬을 만들어 클링엔베르크에게 보냈는데 소식이 없었단다.

그런데 몇 달 뒤 클링엔베르크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한 달에 100개씩 제작해 달라고 했어. 오르솔라의 첫 수입이 성사되는 순간이었지. 오르솔라의 유리구슬 주문량도 점점 늘어나게 되었어. 안토니오는 유리공예에 재능이 있었어. 금방 배우고 창의적인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도 내놨어. 그래서 유리공방이 그럭저럭 다시 자리를 잡아갔단다.

....

그런데 역병이 돌아서 베네치아 전체가 폐쇄되었어. 이제 자리를 잡아가던 공방도 중단할 수밖에 없었어. 무라노 섬에도 감염자가 생기더니 마르코의 아내 니콜레타가 그만 감염되고 말았어. 당시 둘째를 임신하고 있었는데 큰일이구나. 감염이 되면 신고하고 격리시설로 보내야 하는데 어머니 라우라는 격리시설에 가면 무조건 죽을 거라는 생각에, 몰래 집에서 돌보기로 했단다. 집에 있는 아기들, 스텔라와 마르코의 첫째 아기 마르콜린은 할머니 댁으로 보내고, 집에서 일하던 시녀도 혹시 몰라서 집으로 보내고, 안토니오에게 특효약을 찾으러 베네치아에 보냈어. 그리고 라우라와 오르솔라가 번갈아 가면서 니콜레타를 보살폈단다. 그런데 집으로 보낸 시녀가 역병 증세가 나타나 죽고 말았어. 그래서 조사단이 라우라의 집에 와서 조사를 했고, 니골레타의 감염 사실도 발각되어 니골레타도 격리시설로 가야 했어. 그런데 엄마 라우라가 함께 가겠다고 했단다. 책임감과 희생정신이 대단한 엄마구나.

오르솔라, 마르코, 자코모, 파울로도 감염자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 40일간 집에 격리해야 했어. 다행히 안토니오가 집밖에 머물고 있어서 생필품과 음식, 물 등으로 창문으로 넣어주었단다. 역병의 상황은 점점 안 좋아져서 죽는 사람들도 늘어났어. 함께 격리하고 있던 파울로도 그만 감염이 되어 얼마 못 가 죽고 말았어. 할머니도 감염되어 이모와 아기들도 격리해야 했단다. 오르솔라는 구슬을 만들어 역병퇴치구슬이라고 하여 팔기 시작했단다.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사람들이 그 구슬을 사기 시작해서 돈을 좀 벌어들였지만 인기는 이내 시들었단다.

...

격리한 지 40일이 지나고 격리가 해제되었단다. 다행히 오르솔라, 마르코, 자코모는 병에 걸리지 않았어. 그리고 격리시설에 갔던 엄마 라우라가 아기만 데리고 돌아오셨단다. 니골레타는 결국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죽은 거야. 그 아기 이름은 라파엘레라 지었단다. 역병은 베네치아의 3분의 1이 죽고 나서야 역병이 사라졌단다.

..

 

3.

바깥 세상은 시간이 흘러 흘러 1631년이 되었어. 마르코의 둘째 딸을 위한 유모 모니카라는 사람이 일하게 되었어. 모니카는 로셀라라는 딸이 있었단다. 그런데 얼마 안가 모니카는 마르코와 결혼했단다. 어찌 보면 잘 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집안일 도와주는 하녀로 모니카의 사촌 이사벨라가 왔는데 얼마 안가 이사벨라는 자코모와 결혼을 했단다. 어찌 보면 잘 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오르솔라도 결국 안토니오와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단다. 결혼을 하지 않았는데 임신이 되어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안타깝게 유산을 하고 말았어. 어찌 보면 잘 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

이제 공방도 다시 정상궤도를 찾는 듯 했어. 오르솔라도 다시 장식용 유리구슬을 만들었어. 안토니오의 실력도 점점 좋아져서 순리대로라면 마르코의 도제가 되어야 하는데 마르코가 안토니오를 싫어했어. 이웃에 있는 바로비에로 공방에 있던 스테파노를 스카우트해 와서 도제가 되었단다. 아니, 더 큰 공방에서 일하고 있던 스테파노가 왜 작은 공방의 도제로 왔을까. 오르솔라는 자신 때문이라고 눈치챘어. 역시나 얼마 후 스테파노는 마르코에게 오르솔라와 결혼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고 마르코도 허락을 했단다. 아마, 사전에 이야기가 다 되어 있었을 거야. 물론 오르솔라는 싫다고 했지.

안토니오는 도제 건으로 화가 나서 공방을 떠나 북부 지역으로 갔단다. 오르솔라는 안토니오에게 남아달라고 하고 안토니오는 오르솔라에게 함께 떠나자고 했는데 결국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안토니오는 홀로 길을 떠났단다. 마르코는 안토니오가 기술을 빼돌렸다면서 그를 신고하여 추적하게 했단다. 역병이 돌았을 때 안토니오가 도와준 일, 공방을 유지하는데 큰 힘이 된 것을 마르코는 잊은 것인가. 나이를 먹어도 그 더러운 성격은 그대로이구나. 스테파노의 계속된 청혼에 안토니오가 떠난 지 1년이 지나고 오르솔라는 스테파노와 결혼을 하게 되었어. 하지만 마음 속에는 여전히 안토니오가 있었단다.

...

8년이 지나고 오르솔라는 네 번의 유산 끝에 딸 안젤라를 낳았단다. 그 8년 사이에 자코모의 아내 이사벨라가 딴 남자와 눈이 맞아 도망을 갔단다. 오르솔라는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겸 (그런데 사실은 혹시 안토니오를 만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테라페르마에 갔다가 길거리에 말똥이 널브러져있는 등 너무 더러워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로 했어. 그런데 곤돌라에서 어떤 남자가 추파를 던졌어. 얼마 후 그 남자가 어떻게 알고 공방에 구슬을 사러 왔는데 그의 속셈은 오르솔라를 보려고 왔던 거란다. 그런데 그 남자 이름이 카사노바였어. 바람둥이로 유명한 실존인물 카사노바였단다. 굳이 이 사람을 등장시킨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실존 인물의 갑작스러운 등장이었단다. 카사노바가 베네치아 출신이라서 그랬나?

아무튼 카사노바는 오르솔라를 어찌해보려는 이유인지 샹들리에를 포함하여 엄청난 양의 유리 공예를 주문했단다. 공방이 한동안 바쁘게 움직였는데 물건이 거의 다 만들어질 즈음 카사노바가 빚쟁이 사기꾼으로 감옥에 갇혔다는 소식을 들었어. 다 만들어놓은 샹들리에는 팔지도 못하게 되었고, 들어간 비용도 받을 길이 없었단다. 공방은 이 일로 몇 년 동안 힘든 시기를 보냈고 다시 신뢰를 되찾는데 몇 년이 더 걸렸단다.

....

또 시간이 흘러 1794년이 흘렀어.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조금만 나이를 더 먹었단다. 당시 나폴레옹이 유럽 전역을 휩쓸던 시기였어. 나폴레옹은 베네치아를 오스트리아에게 넘겨버렸어. 이 때가 베네치아와 무라노 섬의 암흑기였어. 망하는 유리 공방들도 늘어났어. 마르코의 공방도 주문량이 줄어 힘든 시기를 보냈어. 다행히 나폴레옹의 부인인 조세핀의 유리 목걸이 주문이 들어와서 좀 숨통을 트였단다. 또 한번의 실존인물 출현.

....

바깥 세상의 시간은 또 흘러 1915년이 되었어. 하지만 소설 속 인물들은 나이를 조금만 먹어 오르솔라는 이제 마흔네 살이 되었어. 오르솔라는 얼마 전부터 만들기 시작한 씨앗구슬을 만들고 있었어. 다른 유리 공예품으로 영역을 넓혀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어. 그런데 1915년이면 1차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시절이겠구나. 전쟁은 그들도 피해가지 못했어. 전쟁 중 조카 한 명도 참전하여 그만 죽고 말았단다. 그리고 여동생 스텔라는 간호사로 전쟁에 참여했는데 역시 폭격으로 죽고 말았단다. 전쟁이 끝나고 베네치아는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어. 오르솔라네 공방도 유리 공예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가게를 열어 유리 공예품을 팔았단다.

....

시간이 또 흘러 2019년이 되었어. 이제 오르솔라 나이는 65세가 되었어. 이제 베네치아는 관광도시로 한 해에 480만명이 오곤 했어. 그리고 베네치아 풍경도 많이 변했지. 무엇보다 예전에 드물던 홍수가 예삿일이 되었단다. 기후 변화가 그렇게 만든 거야. 2019년 11월에는 대홍수로 베네치아 대부분이 물에 잠기기도 했어. 이 사건을 실제로 있었던 일이란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너희들도 잘 알고 있는 코로나19 때문에 전세계가 격리되었단다. 베네치아도 마찬가지였어. 남편 스테파노가 이때 코로나19에 감염되어 황망하게 죽고 말았단다. 오르솔라는 그 옛날 역병이 생각났을 거야.

시간이 또 흐르고 이제 60대 후반이 된 오르소라. 어느 날 손님이 왔는데, 깜짝 놀랐단다. 안토니오를 꼭 닮은 손님이었어. 알고 보니 그는 안토니오가 아니고 안토니오의 몇 대 후손이었단다. 안토니오가 당시 간 북부 지역은 시간이 제대로 흘렀던 거야. 안토니오는 이미 수백 년에 죽고, 안토니오가 남긴 유언에 따라 그의 후손들은 정기적으로 베네치아의 어떤 집의 주소로 돌고래 모양의 유리 공예를 보냈던 것이야. 그렇게 돌고래만 보내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방문한 것이라고 하는구나. 결국 안토니오의 만남은 끝내.이루어지지 않았구나.

소설은 그렇게 끝을 맺었단다. 아빠가 시작할 때 이야기했듯이 이 소설은 두 세상의 시간의 속도가 다른 판타지 요소가 있었는데, 아빠는 그런 구성에 다소 반대였단다. 소설의 시작부분인 중세 시대 베네치아의 유리 공예가들의 삶과 그들만의 철학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소설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 거라 생각이 드는구나. 지은이 트레이시 슈발리에 소설을 22년만에 읽었는데, 다음에 또 22년만에 읽는다면 아빠 나이가? 아, 상상하고 싶지 않구나. 지난 22년이 휙 갔는데, 앞으로 22년은 더 빨리 가겠지만….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물 위로 납작한 조약돌을 던져 솜씨 좋게 물수제비를 뜬다면, 돌은 떨어지기 전까지 길게, 혹은 짧게 간격을 두고 물 위를 여러 번 통통 퀴어갑니다.

책의 끝 문장: 그를 위해서, 그렇게 할 것이다.


안토니오가 떠날 때마다 로소 가족 세 사람은 그가 길을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의 자유를 부러워하고 자기들도 폰다멘타 데이베트라이를 따라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날을 기다렸다. 걷다가 캄포산토 스테파노에 들러 굴을 먹고 로모 살바데고에서 술 한잔하고, 산티 마리아 에 도나토에 들어가서 기도를 올리거나 바닥의 모자이크를 감상하고, 북쪽의 정원들을 느긋하게 산책하거나 체리를 따고 은방울꽃 향기를 맡아보고 싶었다. 또 캄포 산 베르나르도에 서서 누가 다투고 누가 결혼했는지, 누가 아이를 가졌는지, 누가 육아로 고생하는지, 어떤 공방이 다른 공방을 앞섰는지, 누가 사업을 그만두었는지, 누구의 와인이 상했는지, 누구의 치즈가 남아도는지, 로소가의 도제가 누구를 만나고 그가 정말로 좋아하는 건 누군지 같은 소문을 얻어듣고 싶었다. 인생에서 사소하지만 중요한 일들.- P187
인생은 다양한 자극 없이는 지루했다. 장소, 소리, 사람들. 오르솔라는 자기 자신에게 싫증이 났고 다른 사람들이 그리웠다. 전화로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는 건 그들과 같은 방에 함께 있는 것과 같지 않았다. 이 사실을 인정하면 루치아나가 비웃겠지만, 그래도 오르솔라는 베네치아가 그리웠다. 낯선 사람의 존재, 산 마르코 광장 주위를 어슬렁거리다가 유리 제품을 집어 들었다 다시 내려놓고, 로셀라가 구슬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던 관광객들이 그리웠다. 오르솔라가 직접 만든 사람이라는 것도 생각하지 않고 작품을 무례하게 평하는 짜증스러운 손님들까지도 그리웠다.- P487
그 여행 후, 라파엘라는 각 카지노가 어떻게 모두 다른 주제, 대개 장소들을 본떠 지어졌는지 설명해주었다. 파리, 로마, 이집트, 그리고 물론 베네치아까지. 라파엘라는 모형 캄파닐레, 두칼레 궁전, 리알토 다리, 수영장처럼 맑고 푸르게 염소 소독한 물이 가득한 운하들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곤돌라까지도 있었지만, 어떤 사공들은 노를 틀린 방식으로 젓고 있었다. 심지어 베네치아에서 정통성 있는 곤돌라 사공들을 데리고 간 거라고 하는데도 그랬다. 라파엘레가 그들 베네치아인 중 한 명에게 그것을 지적하자 그는 정통 베네치아식으로 욕을 내뱉더라고 했다. "사람들이 좋아하더라고요." 라파엘레는 이 ‘베니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어떤 미국인이 이러는 거예요. ‘굳이 이탈리아까지 한참 비행기 타고 갈 필요가 있겠어? 라스베이거스의 베네시란 리조트에 가면 똑 같은 게 다 있는데, 게다가 도박도 할 수 있잖아!- P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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