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인류가 생겨난 이후 전쟁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단다. 그 많은 전쟁 중에 1차 세계대전은 규모도
규모지만 전쟁사에 있어 안 좋은 쪽으로 전환점이 되었단다. 가스전이 시작되었고 탱크 등 강력한 신무기들이
대거 등장하였단다. 이 이야기는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다는 이야기야. 그런 사람들 중에는 목숨은 건졌지만 얼굴을 다친 사람들도 많았단다. 얼굴은
한 인간의 정체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 얼굴을 다쳐 흉측한 모습이 되었다면 그 상처는 육체를 넘어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갖게 된단다. 삶의 의지를 잃은 사람들도 있었어.
1차 세계대전 때 그렇게 얼굴을 다친 군인들을 치료하고 고쳐준
의사들이 있는데 그 중에 대표적인 사람이 영국의 해럴드 길리스라는 사람이란다. 아빠가 오늘 이야기라는
하려는 책 <얼굴 만들기>는 바로 해럴드 길리스와
그와 함께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들 다루고 있단다. 전쟁의 참혹함에서 살아났지만 다친 얼굴로 또 다른
전쟁을 치뤄야만 했던 이들에게 삶의 의지를 다시 심어 주었던 해럴드 길리스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단다.
지은이 린지 피츠해리스는 영국의
의학 연구자이자 작가라고 하는구나. 이 책 이전에는 <수술의
탄생> 등을 출간했대. 오늘 이야기할 <얼굴 만들기>의 부제는 ‘성형외과의의 탄생’이란다. 앞서
짧게 이야기한 것만으로도 성형외과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짐작할 수 있겠지? 1차 세계 대전 중에 얼굴을
부상당한 사람들을 치료해주면서 성형외과가 시작한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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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5)
클레어에게는
다행히도 헤럴드 길리스라는 선견지명을 지닌 외과의사가 얼마 전부터 영국 시드컵의 퀸스 병원에서 일하고 있었다. 얼굴
재건만을 전담하는 세계 최초의 외과의사 중 한 명이었다.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길리스는 기존에 초보적인
성형 수술 기법들을 개선하고 상황에 맞게 변형시킨 끝에 완전히 새로운 수술법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오로지 지옥 같은 참호에서 망가진 얼굴과 정신을 복구하겠다는 사명감으로 흔들림 없이 일에 매달렸다. 이
엄청난 도전 과제를 해내기 위해서 그는 사람들을 모아 독특한 의료진을 조직했다. 그들은 찢겨 나간 부위를
복원하고 파괴된 것을 재창조하는 일을 맡았다. 외과 의사, 내과
의사, 치과 의사, 방사선 의학자, 화가, 조각가, 가면
제작자, 사진사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집단이었다. 모두
처음부터 끝까지 재건 과정을 도왔다. 길리스의 주도하에 성형 수술 분야는 진화를 거듭했고 새로 개척된
방법들을 표준화하면서 이윽고 현대 의학의 한 분야로 적법하게 자리 잡기에 이른다. 그 뒤로 이 분야는
전 세계 성형외과 의사들의 재건과 미적 혁신을 통해 우리 자신과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하는 방식에 도전하면서 점점 번창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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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책 이야기를 한번 해보자꾸나.
1.
전쟁이 일어나기 전인 1913년만 해도 해럴드 길리스는 골프를 좀 잘 치는 평범한 의사였단다.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와 결혼하여 아이도 낳으며 평범하게 지냈지. 하지만 전쟁이 일어나고 해럴드 길리스도
1915년 봄부터 전장의 간이 병원에서 부상병을 치료하는 일을 하며 많은 사람들을 살려냈어. 해럴드가 있는 병원에 마리 퀴리도 병원에 방문했었다고 하는구나. 자신이
연구한 것을 바탕으로 엑스선 기계 등을 고안해서 부상병 치료에 도움을 주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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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그
해 봄에 새로운 이들이 길리스와 모리슨만은 아니었다. 저명한 과학자 마리 퀴리도 병원을 방문했다. 퀴리는 라듐을 발견한 유명 인사했다. 1903년에 여성 최초로 노벨상을
받았고 1911년에 또 한 번 받았다. 전쟁이 터졌을 때
퀴리는 연구를 중단하고서 자신이 연구하던 방사성 원소를 모두 납으로 코팅된 용기에 담아 보르도의 안전 금고로 옮겨 독일군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조치했다. 그런 뒤 자신의 재능을 전쟁 쪽으로 돌려 병상, 발전기, 엑스선 기계, 사진 현상 암실 설비를 갖춘 차량을 고안했다. <꼬마 퀴리>라는 별명이 붙은 이 차량은 전쟁터를 돌아다닐
수 있었다. 이 세계적인 물리학자이자 화학자는 전시에 엑스선 기계를 갖춘 진료소 200곳을 세우고, 여성 방사선학 전문가 150명을 훈련하여 운영을 돕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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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럴드는 전쟁터의 병원에서 미폴리트
모레스탱이라고 하는 프랑스 의사가 능숙하게 피부 이식을 하는 것을 보고 성형외과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성형은 자신과 같은 외과의사 뿐만 아니라 치과의사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수술진도 모집하였다고 하는구나. 그의 수술진에는 의사 출신 화가인 통크스도 함께 했단다. 당시 사진은
흑백사진기뿐이어서, 그것보다는 통크스가 세밀하게 그린 칼라 그림이 더 효과적이라고 했어. 통크스는 수술 전후 환자의 얼굴을 그림으로 일을 맡았다고 하는구나.
….
피부 이식하는 것은 당시 생소한
수술이기 때문에 쉽지는 않았단다. 그래서 좀 쉬운 방법으로 가면 등으로 얼굴의 다친 부분을 덮는 시술도
많이 했었대. <오페라의 유령>처럼 그렇게 티가
나는 마스크는 아니고, 얼굴색과 비슷한 색상으로 해서 최대한 얼굴과 비슷하게 가면을 만들었어. 조각가들이 이 작품에 참여해서 감쪽같이 만들기도 했대. 하지만 그
가면의 최대 단점… 늘 같은 표정의 얼굴이었고, 늙지 않는다는
점이야. 얼굴을 대체하기에는 너무나 큰 단점이었던 거야. 그래도
조각가들도 성형에 참여했단다. 성형 수술이라는 것이 대충 피부를 덮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환자들의 삶의 의지도 살려주기 위해서는 미적인 것도 고민을 해야 했기 때문이야. 조각가들은 그런 것에 도움을 주었단다.
이 책에는 당시 부상병들의 수술
전후 사진이 실려 있단다. 아빠가 생각한 것보다 수술은 훨씬 잘 된 것 같구나. 수술 전 사진을 보면 도저히 복구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사진들도 있는데, 수술
후 사진을 보면 수술의 흔적이 조금은 남아 있지만, 환자들의 자존심을 되살리는데 충분해 보였단다. 부상병들에게 해럴드 길리스는 또 다른 부모가 아닐까 싶구나. 그들은
해럴드 길리스에게 깊이 감사의 말을 전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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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
그
소식이 알려지자 수십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한 사람은 길리스가 기사 작위를 받자 이렇게 썼다. <선생님께서 제게 보여 준 경이로운 친절과 제 삶을 살 가치로 있게 만들어 준 모든 일을 결코 잊지 못할
겁니다.> 또 한 환자는 자신의 위턱 일부가 사라진 적이 있다고 말해도 사람들이 믿지 않는다고
편지를 보냈다. <너무나 멀쩡해 보여서 11년 전에
거의 불에 다 죽을 뻔했다고 말하면 믿으려 하지 않아요.> 길리스의 노련한 손이 닿지 않았더라면
자신의 삶이 과연 어찌 되었겠느냐고 말하는 편지도 많았다. 이렇게 쓴 사람도 있었다. <선생님이 있는 곳으로 가기 전의 나 자신을 생각하면 정말로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길리스는 그들의 얼굴을 복원했지만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그들이 워낙 많았기에 그에게는 얼굴 없는 이들로
남았다. 한 병사는 이렇게 썼다. <선생님이 저를 기억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많은 부상병 중 한 명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상관없어요. 우리가 선생님을 기억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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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환자들의 부상 정도를
설명하기 위해 전쟁터에서 벌어진 일들을 자세히 이야기하는데 너무 처참한 장면들이란다. 전쟁은 이렇게
잔인하고 처참한 것이기에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것인데, 오늘날도 여전히 전쟁의 공포 살고 있구나. 그것도 무식하고 노망든 두 노인이 일으킨 전쟁 때문에 말이야. 또
얼마나 무고한 사람들이 죽었을까. 자신의 결정으로 무고한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죄책감 같은 것은
느끼지 않을까? 그런 사람은 싸이코패스밖에 없을 것 같은데 말이야. 이야기가
잠깐 다른 곳으로 샜구나.
2.
1차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아이러니하지만 의료계도 많은 발전이
있었대.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처럼 성형외과의 큰 발전이 있었고, 마취학도
발전하여 독립적인 학문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는구나. 그리고 수혈에 대한 연구와 발전도 있었대. 그 전까지는 피를 저장하지 못했는데, 이때부터 피를 저장하는 기술도
생겼다고 했어. 그렇게 의료 기술이 발전했다고 해도 전쟁은 절대 안 되지.
…
1918년 6월 28일 베르사유 궁전에서 드디어 종전 선언을 했단다. 이제 총으로
얼굴을 다칠 일도 없었어. 그렇게 되자 성형 수술의 미래는 불투명했다고 하는구나. 오늘날 성형 외과가 이렇게 성행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나 보구나. 해럴드
길리스 등 전쟁 중에 성형을 했던 이들은 민간 성형외과를 시작했는데, 예상과 달리 무척 잘 되었다고
하는구나. 하지만 해럴드 길리스는 돈에 욕심 없이 치료를 해주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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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317)
성형수술로
돈을 벌었든 못 벌었든 간에 길리스는 미용 수술의 정당성을 둘러싸고 대중뿐 아니라 의료계 내부에서 나오는 의문들을 의식하고 있었다. 그는 오로지 허영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수술을 한다고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환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만들어 줄 코가 헛수고가 된다면
내가 이런 일을 굳이 할 이유가 어디 있겠어요? 그런데 길리스가 때때로 내면의 갈등을 느꼈다는 것은
분명하다. 얼굴의 주름을 제거하다가 문득 내가 그저 돈을 벌기 위해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죄책감이 들면서도
수술을 받은 이들의 얼굴에 피어나는 환한 표정을 볼 때면 과연 환자를 거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길리스는
무심히 지나치는 사람에게는 사소해 보일 일탈이 당사자에게는 심한 고민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당시의 누구보다도 더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미용 수술이 원하는 이에게 약간의 추가 행복을 안겨주기에 정당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결국 그는 그렇다고 결론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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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후 또 한번 큰 전쟁이 일어났단다. 2차 세계 대전. 그때도 해럴드 길리스는 전쟁터에서 얼굴 다친 부상병을
치료해주었고, 그 동안 성형외과는 더 발전하여 2차 세계
대전 때는 생식기를 다친 사람들도 치료해 주었대. 전쟁 때 생식기 재건 수술이 발전하면서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에는 음경성형술이 발전하고 성전환수술도 할 수 있게 되었다는구나. 성정체성을 겪는 사람에게는 큰 힘이 되었을 것 같구나.
…
평생 성형외과 발전에 큰 공을
세운 해럴드 길리스는 돌아가시기 한 달 전까지 수술을 하시다가 1960년 78살 때 돌아가셨다고 하는구나.
우리가 가진 평범하지만 상처
없는 이 얼굴을 가지고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구나. 그런데 나이가 들다 보면 자신의 생각이
얼굴에 새겨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러니까 얼굴을 소중히 다루기 위해서는 생각도 올바르게 가져야
한다는 말.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잔소리가 된 것 같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캉브레의 동쪽 하늘에 붉고 노란 빛줄기가 환하게 뻗으면서
날이 밝았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과학 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런 수술이 과학적
사실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제1차 세계 대전 때 해럴드 길리스와 직원들이 성형 수술 쪽으로 흔들림
없이 일구어 나간 성취 덕분이다.
거기에 악취까지 동반되어 공포스러운 광경은 더욱 끔찍하게 와닿았다. 썩어 가는 살에서 나오는 역겨우면서 달착지근한 냄새가 사방으로 수 km까지 뒤덮었다. 다가가는 병사는 시신을 눈으로 보기 전에 냄새부터 맡을 수 있었다. 악취는 그가 먹는 상한 빵에도, 마시는 고인 물에도, 입고 있는 넝마가 된 군복에도 배어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 때 싸운 로버트 C. 호프먼 중위는 20여 년 뒤 미국이 두 번째 세계대전에 참전하는 것에 반대하면서 이렇게 경고했다. "죽은 지의 악취를 맡아본 적이 있나요? 모래알 하나를 보고서 애틀랜틱시티의 해변을 떠올린다고 상상해 보세요. 생지의 악취와 오래 전에 죽어 쌓여 있는 병사들에게서 나오는 악취의 차이가 그 정도는 될 겁니다." 호프먼은 시신을 묻은 뒤에도 <여전히 악취가 지독해서 몇몇 장교가 심하게 알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P14
길리스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칼을 움직여 환자의 가슴에서 특징이 사라진 얼굴에 이식할 피부를 떼어 내기 시작했다. 그 의료진은 설명을 이어나갔다. "가슴에 그려진 얼굴 전체를 떼어내어 손상된 얼굴을 덮을 거예요. 코는 갈비뼈에서 떼어낸 연골을 넣어 만들 거고요. 살아있는 진짜 피부로 덮을 겁니다. 피부 조직은 자연적으로 공급되는 피를 받아서 이식편처럼 새 자리에서 자랄 거예요. 그런 뒤 남은 흉터를 다 없앨 겁니다."- P193
길리스는 으레 그랬듯이 수술을 앞두고 자신의 집무실에 틀어박혀 있었다. 그는 발라디에의 편지를 옆에 두고서 벨의 얼굴을 재건할 계획을 마음속으로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코였다. 코는 감염되었음에도 기적처럼 남아 있었다. 하지만 코가 허약해진 상태이기에 사소한 실수만 해도 아예 망가질 수도 있다는 것도 알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수술 시간이 다가오자 길리스는 자신이 적고 스케치한 내용들을 살폈다. 더는 지체할 수 없을 시간이 되었을 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예전 프로그널 땅의 중심이었던 본관을 나섰다. 그는 새로 깎은 잔디밭을 가로질러서 새로 지어진 건물로 향했다. 환자들이 지내고 있는 병실과 그가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는 수술실이 거기에 있었다.- P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