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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총을 들고 싸운 사람들은 저잣거리 시민들이 아니었던가? 과거 민주화운동으로 얻은 어쭙잖은 명망을 업고 학생들을 모아 지도부를 결성한다고 하자, 그다음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한 번 간여한 우리는 싫든 좋든 학생 지도부와 함께 가야 할 것이고, 죽음을 무릅쓰고 싸운 저잣거리 시민들은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 아닌가?’

 

(185)

이종기 변호사의 제안에 장세균 목사와 남재희 신부가 조비오 신부를 돕겠다고 나섰다. 김성용 신부는 시민수습위원들의 주고받는 말에 흥미를 잃었다. 광주시민을 살상한 계엄사의 사과 없이 무기만 갖다바치면 수습이 될 것이라는 말에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김성용 신부는 광주시민의 희생을 줄이겠다고 무기를 회수하러 나선 조비오 신부와는 생각이 달랐다. 일부 수습위원이 가해자인 계엄사 측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어떤 조건을 요구하는 것은 협상이 아니었다. 무기를 회수해 오면 연행자를 석방하겠다, 보복을 금지하겠다, 광주에 재진입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본말이 바뀐 협상이었다. 김성용 신부는 수습위원의 태도를 비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187-188)

“저는 전남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극단 광대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는 동리소극장 대표인 박효섭입니다. 비도 오고 있으니 저는 군더더기의 말을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겄습니다. 계엄사 측은 무기를 회수해어 갖다 주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처럼 시민수습위원들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계엄사 측이 순진하고 순수헌 시민수습위원들을 속이고 있는 것입니다. 무기를 갖다 주는 것은 신군부 야욕을 도와주는 꼴입니다. 계엄사 측에 속아서는 안 됩니다. 시민들이 무기로 철저하게 무장허고 있어야만 계엄군의 진입을 막을 수 있는 것입니다. 며칠만 기다리십시오. 광주항쟁의 불길이 서울, 부산, 대전 등 전국으로 들불처럼 번져나갈 것입니다. 또한 우리의 항쟁은 세계 각국의 지지를 받을 것이고 신군부는 국제적인 비난에 직면하여 스스로 권력 찬탈의 야욕을 포기하고 말 것입니다.”

 

(314)

“고등학생들은 나가라. 우리가 싸와서 도청을 사수헐 테니 니들은 집으로 돌아가거라. 니들은 역사의 증인이 되거라. 우리는 오늘 계엄군에게 죽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니들이 우리를 잊지 않는다믄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기록헐 것이다. 도청을 나가는 니들은 비겁자가 아니다. 역사의 증인이 되기 위해 나가는 것이다.”

 

(350)

5월 26일, 우리의 피를 원한다면 하느님, 이 조그만 한 몸의 희생으로 자유를 얻을 수 있다면 희생하겠습니다. 하느님, 나는 무엇이오니까? 너무 가냘픈 존재이올시다. 너무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는 자올시다. 주님,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위해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더 큰 고통과 번뇌와 시련을 듬뿍 주셔서 세상을 이겨나갈 힘과 지혜를 주십시오. 고아라면 모두 이를 갈겠지요. 내 형제들, 어린 동생들, 이렇게 죽는 나로 말미암아 두세 겹의 고통과 멍에를 짊어지고 쓰레기처럼 살 수밖에 별 도리가 없겠지요. 하느님, 어찌해야 좋겠습니까. 양심이 그 무엇입니까. 왜 이토록 무거운 멍에를 매게 하십니까. 이렇게 주께 갈급하게 구해야만 세상일을 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하렵니다. 하느님, 도와주소서. 모든 것을 용서하시고 세상에는 관용과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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