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홍보성 문구로
알게 된 책이란다. 아빠가 귀가 얇아서 그런 문구에 잘 휩쓸리잖니. ”2024
한국인 최초 퓰리처상 수상”이라는 홍보 문구였단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해야 옳겠구나. 퓰리처 상은 뉴스 보도 관련된 상인 줄 알았는데, 비(非)보도 부문도 있다고
하더구나. 그 비보도 부문을 한국계 미국인 우일연이라는 분이 2024년에
수상하셨다고 하는구나. 2024년은 한강 님이 노벨 문학상을 타고, 김주혜
님이 톨스토이 문학상을 타고, 우일연 님이 퓰리처상을 탔었구나. 2024년은
우리나라 문학계에 한 획을 그은 한 해라고 해도 될까? 물론 김주혜 님과 우일연 님은 교포시지만,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계시니까…
…
예전에는 한국계 미국인의 작품들이
우리나라에 번역 소개되는 것이 흔치 않아서 신기하게 생각하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많은 작가들의 작품들이
소개되는 것 같구나. 물론 실망을 준 작품들도 있지만…. 아빠는
퓰리처상을 받은 작품을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구나. 우일연님이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해서 그의
작품이 우리나라와 관련된 작품은 아니란다. 1848년 미국에서 실제 있었던 일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라고
하더구나. 소설 제목은 <주인 노예 남편 아내>로 네 단어로 나열하여 독특하구나. 소설 제목을 보면 노예 해방
관련된 이야기라 추측을 할 수 있겠구나.
1.
1848년 조지아 주 메이컨이라는 곳에 예속 피해자 윌리엄과 엘렌
크래프트 부부가 있었단다. 이 소설에서는 ‘예속 피해자’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원문에서는
enslaved를 번역한 것이래. 보통 노예는 slave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이 책에서는 enslaved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하는구나. 이유는 노예라는 신분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이 아니라 타의에 의해 강제로 부여된
상태를 분명히 하려고 그런 것이라고 하는구나. 그래서 옮긴이는 ‘enslaved’는
‘예속 피해자’로, ‘enslaver’는
‘예속 가해자’로 옮겼다고 하는구나. 엘렌은 노예 엄마와 백인 주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피부는
완벽하게 백인 주인 아빠를 닮아서 흰색을 가지고 태어났단다. 하지만 당시 노예의 피 한 방울만 섞여도
노예로 취급되었기 때문에 엘렌도 그냥 노예 피해자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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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힐리
가족은 서로를 남편과 아내로 불렀을지 몰라도 법은 그들에게 주인과 노예가 아닌 어떤 관계도 맺지 못하게 했다. 조지아주에서
개인에 의한 해방은 금지돼 있었다. 초기에는 조지아주 사람들도 자기 의지에 따라 노예를 해방할 수 있었다. 버지니아주의 조지 워싱턴이 (조건을 붙이긴 했어도) 노예를 해방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 시대에 힐리에게는 메리
일라이자나 그들의 자녀를 해방할 힘이 없었다. 아이들의 아버지가 백인이라는 점, 그들의 모습도 백인 같다는 점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 시기에는 소위
“한방울 법칙”이라는, 흑인의
피가 한 방울이라도 들어가면 그 사람의 몸 전체가 유색인종으로 변한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었다. 게다가
노예제도는 언제나 어머니의 혈통을 따랐다. 흑인이라는 혈통과 예속은 건드려서도 취소해서도 안 되는 영구적인
조건으로 간주되었다. 힐리 가족이, 그리고 이제는 엘렌도
바로 이런 가정에 반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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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은 흑인 노예였으며, 고급 가구 제작자 밑에서 일하는 유능한 기술자였어. 엘렌과 윌리엄은
조지아 주를 떠나 노예제가 폐지된 북부로 도망가기로 계획을 세웠어. 엘렌이 흰색 피부인 것을 이용하기로
했어. 엘렌이 남장을 하고 존슨이라는 가명을 쓰기로 했고, 윌리엄은
엘렌을 모시는 노예라고 하고 조지아 주를 탈출하기로 했단다. 엘렌이 피부가 희기는 하지만 체구가 작아서
남장하는 것이 눈에 띌 수 있는 위험도 있고, 윌리엄이 180cm가
넘는, 당시로는 큰 키라 눈에 잘 띄는 위험도 있지만, 그들에게는
그런 위험을 감수할 만큼 자유를 절실히 원했단다.
엘렌이 탈출하기 직전에는 자신의
주인이자 아빠인 사람이, 딸인 일라이자에게 소유권을 넘긴 상태였단다.
일라이자와 엘렌은 이복 자매였으나 신분 차이는 주인과 노예였던 거야. 그래도 다행히 이복자매
일라이자는 엘렌에게 잘 대해주었어. 하지만 자유는 주지 않았지.
…
조지아 주부터 북부 필라델피아까지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어. 조지아 주에서 기차표를 사는 것부터 그들에게는 위험한 순간이었어. 그리고 엘렌은 주인의 친구, 오래 전에 자신에게 청혼을 했던 남자
등 지인을 만나는 위기를 맞이했지만 다행히 그들은 엘렌을 알아보지 못했어. 기차 안에서는 귀머거리 행세를
하고 류머티즘으로 팔을 다친 척 했단다. 윌리엄도 기차 출발 전에 가구 제작사 주인이 와서 주변을 두리번거려서
걱정했으나 다행히 기차는 출발하였단다.
...
엘렌과 윌리엄은 기차를 타고
서배너로 가서, 합승 마차과 증기선을 타고 찰스턴으로 행했단다. 가는
내내 자신들의 신분이 들통날까 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단다. 엘렌이 류머티즘으로 팔을 다친 척 했는데, 그것이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도 했어. 사람들이 어디로
가냐고 물어 보면, 류머티즘을 고치러 의사 삼촌이 있는 필라델피아로 간다고 했고, 그러면 그들은 필라델피아에 가게 되면 노예가 도망갈 거라고 경고도 했어. 그런데
또 어떤 이들은 윌리엄에게 필라델피아에 가면 탈출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단다.
…
찰스턴에서 배를 갈아타고 워싱턴으로
갈 때 큰 고비가 찾아왔어. 찰스턴 세관원의 싸인 요청이 있었어. 글을
모르는 엘렌은 글을 쓸 줄 몰랐거든. 엘렌은 팔 아프다고 세관원에게 싸인을 대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어. 그런데 다행히 찰스턴으로 오는 배에서 알게 된 선장이 엘렌을 알아보고 서명을 대신해주었단다. 물론 존슨이라는 백인 신사라고 생각하고 말이야.
워싱턴에서 다시 기차 타고 볼티모어
역에 도착했을 때 다시 한번 고비가 찾아왔지. 볼티모어 역 관리인이 노예주인이라는 증서를 요구했어. 이번에도 기차의 차장이 그들을 알아보고 보증을 해주었단다. 그렇게
여러 번의 위기를 넘기고1600km의 긴 여정을 끝내고 드디어 필라델피아에 도착했단다. 하늘이 그들을 돕고 있는 것 같구나.
2.
그곳에서 반노예 협회의 스틸과
미플린 위스타 깁스라는 사람들이 그들을 도와주었어. 남자인줄 알았던 엘렌이 여자라는 사실에 놀랬지. 그리고 흑인 최초 지방판사인 퍼비스라는 사람도 그들도 도와주었어. 그들이
필라델피아에 도착을 했지만,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니었단다. 도망간
노예 사냥꾼들이 잡으러 올 수도 있거든.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 중에 백인은 불안하고 의심을 살 수밖에
없었단다. 하지만 세상에는 피부색이 아닌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엘렌은 글도 배우기 시작했어. 그들은 노예 탈출한 후 폐지론 강연자 겸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윌리엄 웰스 브라운을 만났어. 브라운은 그들에게 강연해 줄 것을 요청했단다. 고민 끝에 엘렌과
윌리엄은 받아들였단다. 그리고 브라운과 함께 강연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들의 영화 같은 이야기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어. 그러면서 신문 보도도 되었고, 그들이 떠나온 조지아 주 메이컨에도 알려지게 되었단다.
해가 바뀌고 1849년 엘렌과 윌리엄은 보스턴, 매사추세츠 등 순회 강연을 하였고, 이는 노예 폐지 지지자들이 늘어나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단다. 그들은
노예 폐지론자들과 함께 활동을 했는데, 그들 사이에서도 의견 차이로 갈등을 빚기도 했어. 그렇게 순회 강연을 하긴 했지만, 크래프트 부부는 정착하기를 원했어. 그래서 그들은 강연을 중단하고, 보스턴에 있는 흑인 공동체에 정착하기로
했단다.
이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는 1849년 미국은 노예제의 찬반으로 정치권도 갈등이 깊어지고 있었어. 그래서
연방 분리 이야기도 했었고,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소문도 무성했단다.
웹스터라는 상원의원이 연방의 분리의 위기를 지켜냈지만, 남부에서 도망친 노예들을 잡을 수
있는 도망노예법의 발의되어 통과되었단다. 이것은 남부에서 북부로 도망 와서 자유인이 된 이들에게는 최악의
법이었단다. 그들은 이제 납치 위협 속에 살아야 했어. 그래서
또다시 그곳을 떠나 캐나다로 탈출하는 이들도 늘어났단다.
한편, 엘렌의 주인이었던 콜린스는 도망노예법에 따라 엘렌과 윌리엄을 잡기 위해서 휴즈와 나이트를 고용하여 보스턴으로
보냈어. 휴즈와 나이트는 엘렌과 윌리엄에 대한 영장을 받으러 법원에 갔지만 판사들은 그 일을 꺼려 서로
미뤘어. 휴즈와 나이트는 변호사들을 찾아가 도움을 받으려고 했어. 휴즈와
나이트가 엘렌과 윌리엄을 잡으러 왔다는 소문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시위를 하면서 그들을 방해하고 조종하고 위협했단다. 당시 엘렌과 윌리엄은 파커 목사의 집에 숨어 지내면서 예의주시하고 있었어.
결국 엘렌과 윌리엄은 보스턴을
떠나 캐나다로 갔단다. 캐나다에 미국에서 건너오는 자유인들이 늘어나면서 그들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찬반 논쟁이 있었대. 캐나다는 더욱이 미국과 붙어 있기 때문에
100% 안전한 곳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엘렌과 윌리엄은 대서양을 건너 영국 리버풀로 가기로
했단다. 1850년 11월
29일 캠브리아 호를 타고 엘렌과 윌리엄은 드디어 리버풀로 출발하여 13일만에 리버풀에
도착했단다. 미리 와 있던 윌리엄 웰스 브라운과 재회를 했어. 오랜
여행 때문인지 엘렌은 신체적으로 많이 지쳐서 좀 쉬고, 윌리엄은 브라운과 함께 폐지로 강연을 다시 하기로
했단다. 그렇게 노예론 폐지 강연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면서 오컴에 정착하려고 노력했단다. 조지아 주에서 자유를 찾아 떠난 그들의 여정은 리버풀까지 와서 이뤄낸 것 같구나.
….
미국에서는 결국 노예제 찬반의
갈등이 심화되어 남북전쟁이 일어났단다. 너희들도 학교에서 배웠겠지만 남북전쟁에서 북부가 이기면서 미국
전체 지역에서 노예제는 폐지되었어. 전쟁이 끝난 후 엘렌의 어머니 마리아는 영국에 와서 17년만에 딸 엘렌과 재회했단다. 그 때의 기분을 어찌 상상할 수
있을까. 그리고 엘렌과 윌리엄 크래프트 부부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단다.
….
이 소설은 반전이나 박진감 넘치는
재미는 없었지만 두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면서 소설을 읽는다면 손에 땀을 쥐면서 읽을 수 있고, 그들이
결국은 자유를 찾았을 때 그들과 함께 쾌감을 느낄 수 있단다. 미국에서 남북전쟁이 끝나고 공식적으로
노예제는 폐지되었지만, 그 이후에도 오랫동안 인종차별이 이어져 와 아직도 숙제로 남아 있단다. <주인 노예 남편 아내>의 지은이 우일연 님의 다른 작품들도
우리나라에 소개되면 또 한번 읽어보고 싶더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1848년, 미국
조지아주의 예속 피해자인 윌리엄과 엘렌 크래프트 부부는 서로의 해방을 위해 서계 반대편으로 가는 8,000킬로미터의
여행길에 올랐다.
책의 끝 문장: 바로 그 공간이 우리가 들어갈 자리다.
엘렌은 기차가 메이컨을 떠나기를 기다리면서 이번 기차 여행 이후로는 믿을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알았다. 이곳에 돌아오면 아마 족쇄를 차게 될 것이다. 성공하면, 사랑하는 사람들을 영영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늘이 기도를 들어준다면 윌리엄만은 볼 수 있겠지만, 살아남는다면, 엘렌은 어머니를 해방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먼저 그녀와 윌리엄이 자유로워져야 했다.- P54
크래프트 부부의 특별한 탈출이 신문1면에 실렸을 때는 미국 정제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멕시코와의 전쟁이 끝나고, 미국은 기존 영토의3분의1에 해당하는 영토를 더 얻었다. 정착민들이 서쪽으로, 특히 캘리포니아로 몰려가고 있었다. 캘리포니아는 모든 신문에서 요란하게 광고되었다. 이런 광고의 헤드라인은 "골드러시!"라고 소리쳤다. 신문을 배달하는 소년들은 "새 배가 떠납니다!"라고 외쳤다. 이 모든 흥분의 한가운데에는 불안한 질문이 있었고, 크래프트 부부의 도망은 바로 그 질문을 강조했다. 이 땅에서 노예제도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미국 전체에서는?- P256
많은 사람이 엘렌을 백인으로 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 사람들은 겉보기에는 백인인 이 여성이 흑인 남성을 사랑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인종 간 결혼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금지되었던 주에서는 작은 문제가 아니었다. 엘렌은 청중에게 사회적 질서를 고정해 두는 그 모든 범주의 의미에 질문을 던지라고 요구했다. 그 범주가 북부든, 남부든, 흑인이든, 백인이든, 주인이든, 노예든, 남편이든, 아내든 간에 말이다. 엘렌과 윌리엄은 힘을 합쳐 널리 퍼져 있던 인종차별주의적 주장을 뒤집었다. 흑인은 사회악이거나 최선의 경우에도 자선의 대상이며 구원이 필요하다는 주장, 흑인이 백인이 되고 싶어 한다는 주장을 말이다.- P307
그들은 너무도 긴 거리를 달려왔다. 남부에서 북부로1,600킬로미터, 뉴잉글랜드 전역을 다니며 다시1,600킬로미터,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거친 파도를 건너4,800킬로미터, 그들은 서로를 위해, 서로와 함께 달렸고 이제는 바로 이곳, 이 시간에 서로를 소유하고 있었다. 이곳은 두 사람이 함께, 충분히 강하게, 각자의 정체성을 따로 탐색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누구를, 또 무엇을 잃었든 그들은 아무도 깨뜨릴 수 없는 가정을 만들겠다는 꿈을 이룰 수 있었다.- P482
주인과 노예로서 나란히 선 것도 아니고, 남편과 아내로서 팔짱을 끼지도 않은 채, 친구들 사이에 함께 선 지금의 크래프트 부부는 미국에서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그들을 규정했던 역할을 완전히 벗어버리고 세계를 거닐었다. 그들이 순회강연에서 반복적으로 끌어다 쓴 역할, 충격과 눈물, 경이감을 끌어내기 위해 뒤섞어 짜맞춘 역할은 이 마지막 시위에 빠져 있었다. 수정궁은 미국에서든, 그 너머에서든 가능한 삶의 모습이자 하나의 가능성으로, 언젠가는 이루어질 희망으로 나타내는 투명한 국제적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윌리엄과 엘렌, 엘렌과 윌리엄은 모든 방해에서 해방되어 세계 시민으로서 걸었다. 그들은 더 이상 주인과 노예, 남편과 아내가 아니었다.- P560
"나는 노예 상태로 돌아가겠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자유보다 노예제도를 선호할 만큼 자유를 부정하는 건 신계서도 금하시는 일입니다. 사실 나는 노예제도로부터 탈출한 이래로 모든 면에서 내가 예상조차 못했을 만큼 나아졌습니다. 만약, 그 반대였다고 해도 이 문제에 관한 내 감정만큼은 똑같았을 것입니다. 나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훌륭한 인간의 노예가 되기보다 잉글랜드에서 자유인으로 살아가는 편이 훨씬 좋습니다."- P5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