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아빠가 좋아하는 작가
중에 한 명인 이혁진 님의 <단단하고 녹슬지 않는>이라는
소설이란다. 이 책은 위즈덤하우스의 위픽 시리즈 중에 한 권이란다. 위픽
시리즈가 있다는 것은 알았는데, 위픽 시리즈는 이번이 처음이란다. 위픽
시리즈라서 산 것은 아니고 아빠가 이혁진 작가님을 좋아해서 산 거야. 위픽 시리즈가 무엇인가 알아봤더니, 위클리 픽션의 약자더구나. 일주일에 한편씩 소설을 출간하는 그런
시리즈인가? 아무튼 이번 이혁진 님의 소설은 기존에 읽은 이혁진 님의 소설과 좀 장르를 달리했단다. 기존 이혁진 님의 소설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날 현실 세계를 배경으로 한 소설들이었는데 이번에 읽은 <단단하고 녹슬지 않는>는 지금보다 조금, 아주 조금 먼 미래 세계를 다루고 있단다.
이 책에서 다룬 것이 인공지능이
우리 삶에 들어왔을 때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이미 인공지능은 우리 생활이 큰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아빠가 아주 조금 먼 미래 세계라고 이야기한 거야. 인공지능 세계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사회의
모습인데 분명 순기능이 있겠지만 그것만큼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큰 것이 사실이란다. 그런 것이 이 소설에서도
이야기되고 있단다. 인공지능 덕분에 우리 삶이 좀더 편해진 것은 맞는 말이지만, 그것에 옳은 방향이냐고 물어보면 아빠는 선뜻 답을 못하겠구나. 앞으로
미래 사회는 어떻게 변하게 될지 기대가 되면서도 걱정도 되는구나. 인공지능에 따른 직접적인 부작용에
대한 걱정도 있지만,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위한 엄청난 수의 데이터센터와 그런 데이터센터를 구동하기 위한
전력 문제와 지구 온난화의 가속화 문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구나.
...
1.
자, 그럼 소설의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슈마허. 완전자율주행 인공지능 자동차 브랜드란다. 유명한 레이싱 선수의 이름을
따서 만든 것 같구나. 주인공 최재호는 슈마허를 개발한 수석개발자이자 CEO 세리와 더불어 공동창업자야. 10년 넘게 연구한 결과가 이제서야
서서히 빛을 보고 있단다. 그런 슈마허가 처음으로 교통사고를 냈는데 갑자기 튀어나온 고양이를 피하다가
전봇대를 박은 사고였어. 이 사고로 회사 이미지는 안 좋아졌고 주가도 떨어지는 등 큰 위기를 맞이했어. 세리는 대책 회의를 소집했지. 세리는 고양이를 피해서 자가 망가지는
사고가 나는 알고리즘에 대해 비판했어. 재호는 생명을 우선시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이야기했어.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회사의 존재여부라는 세리의 말에 설득 당해 결국 최소비용을 드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알고리즘으로 수정하기로 했어. 차가 망가지는 선택이 아닌 갑작스럽게 길에 뛰어난 동물들을 치는 선택을
하게 수정했어.
이후 다시 슈마허는 시장에서
인기를 누리게 되었고 점유율도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어. 슈마허의 점유율이 50퍼센트가 넘어가면서 막히던 출근길도 개선되었어. 슈마허들이 서로
통신하면서 줄 맞춰 운전을 하자 차는 많은데 교통 체증이 없었어. 출근 시간에 평균시속 80km로 달리는 기적을 만들어냈어. 정치권에서도 슈마허의 성공을
축하하고 세리는 성공한 여성 CEO로 주목을 받게 되었어.
....
도로에는 슈마허가 있다면 집안에는
무버가 있었단다. 무버는 커다란 바퀴 달린 의자가 달린 교육용 머신으로 인공지능 가정교사라고 생각하면
돼. 역사적 유명한 학자들이 아이들을 가르쳐 준다? 아이들의
지식은 부모들을 놀랠 정도로 향상되었어. 무엇보다 무버는 부모들을 육아로부터 해방시켜 준 혁신제품으로
돈이 있는 집에서는 하나씩 장만하는 제품이었어. 무버를 타면 걸을 필요도 없었지. 처음에는 무버에 거부 반응을 보였던 아이들은 하루 종일 무버 위에서만 지내는 이들도 있었어.
그로 인한 무작용도 나타났지. 이미 스마트폰 중독을 경험했던 이들일 텐데 무버의 중독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하루 종일 무버 위에 있다 보니 신체적 발육이 저하되고 부모들이 걸으라고 잔소리하면 아이는 왜 걸어야 하냐는 철학적 질문으로 반문했어. 재호의 아들 건주도 그런 아이들 중에 한 명이었어. 무버는 스마트폰보다
더 중독성이 있는 제품으로 아빠 같으면 절대 이 제품은 사지 않을 것 같은데, 재호와 아내는 아들 건주를
어떻게 하면 무버에서 내려오게 할지 걱정이 심했어.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를 설득하지 못하고 병원에
가서 성장촉진제를 맞혀 저하된 발육을 치료하는 방법을 선택했어.
재호도 세리가 추천한 병원에
건우를 데리고 갔어. 함께 간 재호의 아내는 이건 아니다 싶어 병원에서 재호와 아들 건우를 데리고 나왔어. 주차장에서 건우에게 내려서 걸으라고 했고 건주는 울면서 싫다고 했어. 재호의
아내는 화를 내며 걸으라고 했고 건우는 울면서 끝내 무버에서 내려오지 않았어. 사실 무버를 처음 산
것은 재호 아내의 의견이었어. 힘든 육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좋았지. 하지만 그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곧 깨달았지만 과거로 되돌리는 것은 쉽지
않은 거야.
....
2.
한영인이라는 사람은 어떤 학원
재단 이사장이었어. 남편과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아들을 뺑소니로 잃고 지금은 혼자 지내고 있었어. 학교에 무버를 타고 오는 아이들이 있는데 이것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있었단다.
한영인은 무버의 학교 반입을 반대하는 입장인데, 무버를 찬성하는 선생님들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어. 소설이 설정이 다소 극단적인 것 같구나. 스마트폰도
학교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데, 무버가 상용화되었다 해도 학교에서는 금지할 것 같다는 것이 아빠의
생각이란다. 소설에서는 모두 허용되는 것으로 설정했단다.
어느날 학교에 큰 배낭을 맨
아이가 경비원에 쫓겨 달려가고 있었는데 그 아이는 도로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 위험해 보여서 그 아이를 보호해준다고 한영인이 막아주다가 둘 다 도로에
넘어졌어. 하필 그때 슈마허가 아이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어. 그런데
마지막 순간 차가 방향을 틀어 영인을 치는 사고가 발생했어. 다행히 며칠 후 영인은 병실에서 깨어났지만, 중상을 입어 여기저기 깁스를 하고 있었어. 슈마허의 사고 처리팀은
영인에게 모든 보상을 해주겠다고 했어. 하지만 영인은 그보다 슈마허가 마지막 순간 왜 자신에게 방향을
틀었는지에 대한 알고리즘 처리기록을 요청했어.
보상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아 CEO 세리는 회의를 소집했어. 다들 난감해하고 있는데 세리는 오히려
이 일이 좋은 기회라고 했어. 슈마허는 희망과 미래를 보호하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아직 미래가 창창한 아이와 나이 드신 여자 중에 한 명을 칠 수밖에 없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그 선택을 미래와 희망을 기준으로 슈마허가 선택했다는 거지.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생각나는구나. 슈마허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세리의 이런 입장에 재호는 크게
반발했어. 재호는 66% 확률로 충분히 피할 수 있다고 했어. 아빠 생각에 세리의 생각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만, 재호의 논리도
빈약해 보였단다. 100퍼센트가 아니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니.
테드라는 관리임원은 원칙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회사를 대변했어. 그건 단순 교통사고다. 영인과
쓰러진 아이가 도로 안으로 들아 와서 발생한 사고다. 그런 상황에서 슈마허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러니 큰 문제될 것 없다고 말이야. 재호는 세리와 테드에 의견에
반박을 했지만 벽에 이야기하는 기분이었어. 슈마허 회사의 보상 처리반 임원인 매튜라는 사람이 있었어. 매튜는 미국계 한국인으로 보상 업무에 있어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임원까지 되었어. 그는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 이유가 있어. 딸 애나가 성대가 섬유화되는
불치병을 앓고 있었거든. 그런데 그 증상이 다른 신체부위에도 발생할 수도 있다고 해서 치료가 시급했어.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치료를 했지만 아직 고칠 수 있는 병원을 아직 찾지 못했어.
매튜가 일을 잘 하는 이유는
냉정하고 정확한 판단의 소유자였어. 한번도 보상협상에서 실패한 적이 없었어. 영인 건도 매튜가 진행하게 되었지. 매튜는 영인을 만났어. 영인의 가족 잃은 사연을 들어주면서 공감을 하면서도 회사 입장에서 보상 협상을 했단다. 영인이 협상의 여지를 보이지 않자 은근히 협박도 했어. 영인도 물러서지
않았어. 자신은 가족도 없고 돈도 원하지 않는다며 그저 슈마허가 왜 그럼 행동을 했는지 궁금할 뿐이라고
했어. 그러면서 자신을 ‘어느 늙고 미친 여자’라고 생각하라고 했어. 사실 아빠는 이 책의 제목이 ‘어느 늙고 미친 여자가‘인줄 알았단다. 왜냐하면 책 앞면지에 ‘어느 늙고 미친 여자가‘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써 있거든... 책 제목인 <단단하고 녹슬지 않는>보다도 큰 글씨로 말이야.
…
영인의 완강함으로 매튜는 다시
회사로 돌아왔어. 매튜의 진행사항을 들은 테드는 이상하고 악랄하지만 이상하게 수긍이 가는 논리로 폈어. 그러면서 영인이 잘못해서 사고가 난 것이라고 했어. 여론전도 펼쳤단다. 그 사고는 어쩔 수 없이 일어난 것이다. 슈마허의 자율주행이 아니고
차주가 운전했다면 차주는 처벌과 사고 후유증이 컸을 텐데, 그걸 슈마허가 대신 해준 것이라고 했고, 피해자 소녀의 가정사를 미화하는 다큐멘터리도 제작했어. 한편으로
영인의 재단에 대한 세무조사를 해서 영인을 궁지에 몰아넣게 하고 결국 영인은 이사장 자리에서 쫓겨났단다. 영인의
친척들도 소송 당하기 시작했어.
그렇게 되자 영인은 매튜에게
연락을 하고는 사고 당시 함께 있던 아이를 찾아달라고 했어. 매튜가 조사해 보니 그 아이는 부모들로부터
학대를 받고 부자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줍는 일을 하고 있었던 거야. 사고 당일도 학교에서 물건을
줍다가 경비한테 걸려서 도망가다가 사고가 난 것이고… 사고가 나서 얼마 후 어떤 아이의 물건을 주웠다가
실랑이가 벌어졌고 두 아이 모두 도로로 넘어졌고 하필 또 슈마허가 그곳을 지나다가 그 아이를 치고 말았는데 그만 죽고 말았어. 이전 영인의 사고 이후 세리는 교통사고를 낼 수 밖에 없는 경우에 옷차림을 스캔해서 가난한 사람을 치는 알고리즘으로
업데이트했는데 그 영향인지 그 가난한 아이가 슈마허에 치어 죽고 말았단다. 재호는 이런 알고리즘에 반대했는데
세리는 재호를 제외하고 일을 진행했단다.
...
영인은 재호로부터 아이의 사망
소식을 듣고 자신의 죽은 아들도 이야기했어. 아들의 이름은 선열. 응급실
의사로 일하고 있었고 어렸을 때부터 쇠로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스테인리스 스틸로 직접 만든 반지를 영인에게 선물해주었다고. 스테인리스 스틸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단하고 녹슬지 않아서라고 했어. 무슨
일이 있어도 단단하고 녹슬지 않는… 그러면서 영인은 그 반지를 매튜에게 전해주었단다.
매튜는 영인과 이야기를 계속
하면서 자신의 일에 회의감을 느끼게 되어 결국 사직서를 냈단다. 그리고 영인을 다시 찾아가 슈마허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데 도와주겠다고 했어. 슈마허의 점유율은 계속 늘어만 가고 세리는 유명한 기업인으로
젊은이들의 스타가 되었어. 재호는 회사에서 세리와 갈등을 빚는 것에 아내와 이야기를 했어. 그리고는 재호도 회사를 그만 두기로 하고 영인을 돕기로 했단다. 페이스북
연구원들이 자신들이 개발한 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 중독에 빠진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고 회사를 관둔 것이 연상이 되는구나.
…
아무튼 소설은 그렇게 끝이 났단다. 아빠가 생각하기에 소설 속 설정이 다소 과한 부분도 있었지만, 서두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인공지능의 어두운 면에 대해 소설로 잘 쓰신 것 같구나. 그의 이전 작품처럼 술술 잘
읽히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이혁진 님의 다음 작품도 기대되고, 위픽
시리즈의 다른 작품들도 어떤지 궁금하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슈마허는 재호가 개발한 완전자율주행 인공지능의 이름이었다.
책의 끝 문장: 긴 싸움이 될 뿐 지는 싸움이 될 순 없었으니까.
이걸로 슈마허에게 가르쳐줘. 전봇대를 받아 탑승자를 다치게 할 바에야 길고양이를 치는 게 훨씬 싸게 먹힌다는 걸. 애들한테 걷어차도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가르쳐주듯. 세희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런 눈으로 볼 거 없어. 이미 다 있는 거, 우리 다 하고 있는 거야. 보험사에는 평가액, 은행에는 신용 점수가 있고, 결혼 정보 회사에도 입사 시험에도 학교 시험에도 다 있잖아. 등급, 석차, 점수, 우리 이마엔 이미 바코드가 찍혀 있어. 리더기만 들이대면 ‘삑’하고 얼마짜린지 다 나와. 모른 척하고 아닌 척할 뿐이지.- P19
사랑만이 고통에도 의미를 주니까요. 그 고통엔 의미가 있어 더욱 고통스러워니까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고통을 견디는 것도 의미가 있는 거예요. 무의미하기만 한 고통은 그걸 겪고 견디는 우리들끼리 무의미하게 만드니까요. 오로지 휘몰아치는 고통만이 있을 뿐이고 우리도, 다른 모든 것도 거기에 이리저리 휘날리기만 하는 티끌들인 거예요. 영인은 쓸쓸히 창밖을 봤다. 내 나이쯤 되는 사람들은 다들 그러죠. 자기 인생을 쓰면 책 한 권은 너끈히 될 거라고 하지만 그 책의 대부분은 지루하고 하찮기만 할 거예요.- P164
어떤 것이 자율이라는 건 필연히 다른 것들이 타율이라는 뜻입니다. 간단한 논리의 문제죠. 무버에 적혀 있는 말처럼 모든 것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필연히 움직이지 않는 단 하나일 수밖에 없습니다. 전기밭솥을 생각해보면 쉽죠. 인공지능이 알아서 밥을 짓는다고 우리가 자율밥솥이라고 하나요? 자동밥솥일 뿐이고 자율주행도 결국엔 자동주행일 뿐이죠. 그 반대라면 우린 밥솥이 무슨 밥을 짓든 먹을 수밖에 없고 차들이 어떻게 주행하든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명백한 횡포고 억압이며 사실 별로 낯선 것도 아니죠. 늘 가장 강력하고 악독한 횡포와 억압은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져왔으니까요. 우리가 지금 얼마나 ‘자율적’으로 서로를 혐오하고 배척하는지 생각해보면 아실 겁니다. - P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