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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mile
  • 자기만의 집
  • 전경린
  • 15,750원 (10%870)
  • 2025-02-20
  • : 2,356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전경린 님의 <자기만의 집>이라는 책을 이야기할게. 인터넷 서점 구경하다가 지은이 전경린 님을, 전혜린 님과 헛갈려서 클릭하게 된 책이란다. 젊었을 때 책을 많이 읽지 않던 아빠는, 전경린 님께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작가란다. 그래도 이 책이 처음 <엄마의 집>이라는 책이 출간되었던 2007년에는 책을 꾸준히 읽던 시절이었는데, 아빠의 레이더에 걸리지 않았구나. 늦게라도 괜찮은 소설을 알게 되어 다행이구나. 너희들이 학원 숙제 때문에 함께 읽는 우리나라의 옛 단편소설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모르고 있는 재미있는 작품들이 꽤 많구나. 읽어야 할 책들과 작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아빠는 유튜브의 유혹에 점점 빠지고 있으니 문제로구나. 2007년에 출간되었던 <엄마의 집>은 2025년에 <자기만의 집>으로 재출간되었는데, 아빠는 이 책을 읽은 거야. 엄마만 집이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자기만의 집을 마음 속에 하나씩 짓고 살아간다는 의미에서 제목을 바꿔서 출간한 것이 아닐까 싶구나.

 

1.

그럼 이야기를 바로 시작해 볼게. 주인공은 스물한 살의 대학교 2학년 생 김호은. 어느 날, 이혼해서 따로 살고 있는 아빠 김헌영이 몇 년 만에 학교로 찾아왔어. 그런데 혼자 온 것이 아니고, 아빠가 재혼해서 낳은 딸 승지를 데리고 왔어. 호민 아빠는 승지를 엄마한테 맡아달라고 하고는, 당황한 호민이 어떤 말도 할 새도 없이 사라지셨어. 호민 아빠도 참… 재혼해서 낳은 딸을 전처한테 부탁을 하다니.. 승지는 열다섯 살이고, 중학생이야. 승지의 엄마는 8개월 전에 병으로 돌아가셨다는 것은 아빠한테 전해 들어서 알고 있었어. 승지뿐만 아니라 애완용으로 기르는 토끼 제비꽃도 있었어.

호은은 부모님이 이혼 후 미술학원을 하는 엄마와 둘이 지내다가 엄마가 큰상을 받으면서 유명한 화가가 되셨어. 호은 엄마가 유명한 화가가 된 이후에는 호은은 외가댁에서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와 지냈어. 엄마는 가끔씩 오셨어. 호은 엄마는 이혼 후에도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고 지금은 애인도 있었어.

호은은 승지를 데리고 엄마 집에 왔어. 엄마도 당연히 당황했지. 전남편이 재혼해서 낳은 아이가 왔으니... 일단 그 날은 늦어서 엄마의 집에서 함께 자고, 다음날 다 함께 아빠가 사는 도시로 갔어. 그런데 아빠는 없고, 아파트 열쇠도 없어서 집에 들어갈 수 없었단다. 이 책이 처음 2007년에 출간되었을 때는 핸드폰이 보급되어 있을 때인데, 호은의 아빠는 핸드폰도 없었나 보구나.

아무튼 엄마는 아빠의 친구 경자아저씨한테 전화해서 만났어. 경자 아저씨가 말하길, 그들의 또 다른 절친인 해자 아저씨가 얼마 전에 교통사고로 죽었는데, 말이 교통사고이지, 자살이나 다름없었대. 해자 아저씨는 엄마도 잘 알던 사람으로 그의 죽음 소식에 엄마도 눈물을 흘렸단다. 그런데 경자 아저씨도 호은의 아빠가 어디 갔는지 모른다고 했어. 경자 아저씨, 해자 아저씨라고 부르긴 했지만, 본명은 아니고 그들이 젊었을 때부터 장난처럼 부르는 별명이란다..

호은 엄마는 아빠가 사는 도시에 아빠를 알 만한 사람들을 찾아보았지만 아빠의 행적을 찾지 못하고 인근J시에 있는 호은의 외가댁으로 갔단다. 외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외할머니 혼자 계셨어.

J시는 호은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곳으로 그곳에 오자 K도 생각도 났어. 고등학교 후배였던 K가 자신을 짝사랑하는 것을 알았는데, 어느 날 고백을 하고 호은도 고백을 해서 사귀게 되었어. 아참, K는 여자후배였어. 그런데 K가 연락도 끊은 채 사라졌는데, 얼마 후 K가 Y와 커플이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어. Y는 사실 호은을 쫓아다니던 남학생이었거든. 와, 배신도 이런 배신이 있나? K가 뭘 오해했나? K가 그렇게 한 행동은 그 일이 있고 2년이 지나서 K가 찾아와서 이야기해주어 알게 되었는데, 아빠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였단다. K는 오해라고 했지만 말이야.

 

2.

호은 엄마는 호은 아빠가 다니던 두부공장에 확인해보니 호은 아빠가 장시간 휴가를 썼대. 이쯤 되자, 호은 아빠가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긴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죽을 병에 걸렸다든가... 호은 엄마는 다시 호은 아빠의 친구들에게 연락해 보았지만 아빠의 행방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 몰랐던 사실, 승지가 아빠의 친딸이 아니라는 충격적인 사실만...

호은 아빠는 대학생 때 학생 운동을 했는데 전경들로부터 도망을 가다가 미술 화실로 뛰어들어 갔는데, 그곳에서 엄마를 만나게 되어 사랑을 키워 나갔다고 했어. 그리고 유인물을 뿌리다가 걸려 1년 6개월 감옥생활을 하기도 했어. 호은 아빠는 학교 졸업 후에도, 결혼 후에도 그런 운동권 기질이 있어 엄마와 잦은 의견 충돌이 있었고, 결국 호은이 아홉 살 때 이혼을 한 거야. 그리고 운동할 때부터 알고 있던 여자와 재혼을 한 것이야. 젊었을 때부터 방랑벽이 있었던 호은 아빠는 아직도 변하지 않았나 보구나.

호은과 호은 엄마, 승지는 결국 아빠의 행방을 찾지 못하고 다시 엄마의 집으로 돌아왔어. 그리고 셋이 함께 지내는 생활이 시작되었지. 아직 중학생인 승지는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나이였어. 호은 엄마 윤선은 심성이 착한 사람이야. 승지를 엄마의 집 근처의 학교로 전학시키고, 승지가 그곳에서 지내는 동안 잘 대해주었어. 승지도 승지 나름대로 싹싹하고 참 예의 발랐어. 그들은 점점 격 없이 지냈고 실수이긴 하지만 승지의 입에서 엄마라는 말까지 나왔어. 셋 모두 살짝 당황하기도 했지. 셋이 함께 생활하면서 셋 모두 성장해가는 모습이 보였단다. 호은 아빠가 어디로 가셨는지 모르지만, 셋이 충분히 살 수 있을 것 같았어. 엄마의 애인이 좀 삐쳤는지 엄마와 거리를 두긴 했지만..

4개월 뒤, 불쑥 사라졌던 호은 아빠가 불쑥 되돌아왔어. 고맙다면서 승지를 다시 데려가겠다고 했어. 자유로운 영혼인지 모르겠지만 호은 아빠는 아직 철이 덜 든 것 같구나. 승지와 토끼 제비꽃과 헤어지는 것을 엄마도 슬퍼하는 것 같았어. 하지만 헤어지는 자리에는 나오지 않았어. 호은과 승지, 그리고 괴짜 아빠 셋이 점심을 먹고 헤어졌단다. 이젠 그 이전과 다른 관계가 되지 않을까 싶구나. 엄마도 호은에게 승지와 자매처럼 지내라고 했어. 승지도 언제든지 호은과 윤선이 보고 싶을 때 마음 편히 와서 만날 수 있을 것 같구나. 가족처럼 서로 축하해주거나 위로하고 그러면서 말이야.

소설이 술술 잘 읽힐 뿐만 아니라 손 난로처럼 훈훈함마저 느껴지기도 하구나. 가족의 의미도 새겨 볼 수 있어 좋았어. 그리고 이 책에 좋은 문구들도 많아서 좋았단다. 몇 개 소개하면서 오늘 독서 편지를 마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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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사람은 누구나, 아무리 못난 인간이라 해도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다. 새삼 놀라운 사실이다. 우리는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자기중심적인 꿈을 통해 그 사실을 학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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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꿈은 상실되고 자신을 돈과 바꾸어 살아야 하니, 삶 자체가 하루하루 이렇게 소모적이기만 한 건가 싶죠. 참 다들 고독하고 가련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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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실제로 사람이 만나는 건, 드라마와 달라. 말할 수 있는 게 아냐. 질서 있는 인과관계도 없고. 착각과 도취, 혹은 무지한 고집과 자기합리화와 이상한 자포자기 같은 것이 운명을 만들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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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그래서 엄마의 사랑엔 죄의식과 슬픔과 희생과 희망이 뒤섞여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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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사랑이 다시 온다 해도 난 뒷걸음질할 것만 같다. 사랑은 나를 격정적으로 만들고, 균형 잡힌 관계들을 훼손시키고, 내 일상의 페이스를 무너뜨린다. 내 사랑에 대해 내가 보는 눈과 다른 사람들이 보는 눈은 다를 것이다. 무엇보다 사랑은 반드시 끝이 난다. 대체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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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

그러니, 내가 태어난 이유는 모른다 해도 그 의미는 앞으로 내가 만들어가야 할 과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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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

“사랑은 바라지 않아도 늘 있어. 너를 바라보는 이 순간에, 햇빛 속을 걸을 때나 비 오는 날 우산을 펼칠 때, 한밤중에 창문 밖에 걸린 반달을 볼 때도,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할 때도, 차 한 잔을 마시거나, 홀로 밥을 끓일 때에도, 아침 일곱 시와 오후 두 시와 밤 열한 시에, 사랑은 늘 거기 있어. 많은 마음이 차오를 때까지 깊은 숨을 쉬어봐. 그러면 알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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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을씨년스러운 늦겨울 아침이었다.

책의 끝 문장: 내가 엄마와 아빠와 아무리 무수히 헤어져도, 그건 삶일 뿐 이별이 아니라는 것을.


캥거루는 새끼를 배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닌다. 엄마의 배주머니 속에서 땅 위를 통통 튀어 오르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 어미가 무척 힘들 것 같지만, 새끼를 품 안에 넣고 뛰는 편이 탄성에너지를 받아 오히려 힘이 덜 든다고 한다. 캥거루 어미는 애기 집 청소를 할 때 앞주머니를 벌리고 얼굴을 밀어 넣어 혀로 핥는다. 캥거루가 뛸 수 있는 높이에 대해서는, 삼 미터부터 십삼 미터까지 의견이 분분했다.- P14
일상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존재적 고뇌를 가족과 나누는 것은 무리이다. 일상과 존재의 경계에서 가족 간의 절망이 생겨나는 것이다. 성장기 내내 가족과 소원하게 살아온 엄마는, 아마도 천성적으로 그랬듯이, 이모와 외할머니 앞에서 입을 굳게 다물어버렸다. 가족 공동체의 내부는 다정과 간섭이 넘치지만 사실, 한 치만 건너서 들으면 또 얼마나 이기적이고 흉한 공모인가. - P95
봄이란 하나의 계절이라기보다 겨울과 여름 사이의 격렬한 신경전 같다. 비와 바람과 햇빛과 눈이 서로의 매력과 무기를 다 동원해 밀고 당기고 엎치락뒤치락거렸다. 한겨울같이 기온이 떨어졌다가 삼월 마지막 날엔 깃털 같은 바람이 목덜미를 간질이더니 사월 첫날에는 눈이 내렸고 다음 날엔 황사 때문에 모든 것이 바랜 사진처럼 누렇게 보였다. 그런 날은 의식조차 현실감각을 잃고 부유하는 느낌이었다. 그 사이로 개나리와 목련, 벚꽃이 귀신들처럼 피어났다. 꽃은 한 송이 한 송이마다 자기의 세계를 열며 피어난다고 한다. 그래서 꽃 하나가 필 때마다 세계가 하나씩 생긴다고. 사람도 그렇게 자기를 꽃피워야 한다고.- P115
"엄마와 아빤 너무 일찍 만났어. 세상을 모를 때 말이야. 그 시대의 대담한 청춘들이 그랬듯 엄마와 아빤 세속적인 모든 것을 경멸했어. 권위적인 것, 관습적이고 통념적인 것, 집단적인 것, 가족주의, 유교적인 위계질서와 의례들을 비롯한 모든 고착된 질서들, 유명 브랜드 제품들, 공교육, 돈…… 우린 그런 것들을 우습게만 여겼어. 그땐 정말 둘이 의기투합이 됐었단다. 우린 평생 가난하고 자유롭게 살자고 맹세했으니까. 가난하게, 간결하게, 자유롭게. 그게 네 아빠의 모토였지."- P202
"호은아, 사랑이든 삶이든, 난 그게 내 몫의 강물을 헤엄쳐 건너는 일 같아. 그 물은 내 존재로부터 솟아 나와 큰 강을 이루어, 누구에게나 혼자 건너야 하는 강이 있는 거야. 언젠가 아저씨와 내가 헤엄쳐 건너야 할 물을 다 건너고 햇살 따스한 기슭에 닿아 옷을 말리면 좋겠다. 그게 결혼이라도 좋고 아니라도 좋아. 넌 사랑의 결실이 뭐라고 생각하니?"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흔히 말하듯 아이, 하나의 가정 같은 거 아닐까……
"사랑의 결실은 변태야. 변화를 겪고 달라지는 것. 계속 사랑하는 건 계속 달라져 가는 거야."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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