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비르지니
데팡트라는 프랑스 작가의 <친애하는 개자식에게>라는
책이란다. 독특한 책 제목에 관심이 생겨 한 번 눈이 가고, 평점이
좋아서 한 번 더 눈이 가서 구입하게 된 책이란다. 책 제목만 봤을 때는 스릴러물이겠구나, 생각했단다. 읽어보니 사회 소설인데, 사회를 바라보는 태도,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조언 같은 문장들도
있어서 좋았단다. 그런다면 왜 제목이 <친애하는 개자식에게>인가… 아빠는 얼마 전에 나온,
제목만 들어본 드라마 <친애하는 X에게>와 연관성이 있나, <친애하는 X에게>라는 드라마까지 검색해 보게 되었단다. 결론은 전혀 관련 없더구나.
….
오스카라는 40대 남성 작가가 주인공 중에 한 명이란다. 오스카가 파리에서 우연히
영화 배우 레베카를 목격하게 되었어. 레베카는 예전에 엄청 잘 나가던 유명한 영화배우인데, 50대가 되어서 그런지 나이 든 모습이 자신이 예전에 알고 있던 모습과 너무 달라서, 그 소회를 SNS에 적었어. 그런데, 그 글을 레베카가 본 거야. 여배우에 대한 외모에 대한 평가는 조심해야
하는데…. 레베카는 자신에 대한 오스카의 평가를 보고 화가 엄청 나서 그에게 바로 메일을 보냈단다. ‘친애하는 개자식에게’라는 제목으로… 그리고 내용도 그리 곱지 않았어. 격분하여 쌍욕이 담긴 메일을 보냈단다.
그 메일을 받은 오스카는 곧바로
사과의 메일을 보냈단다. 사실 자신의 누나 코린이 레베카와 어린 시절 친한 친구였다면서, 자신도 어린 시절 레베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고 했어. 그러면서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메일을 보냈어. 오스카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면 자신이 쓴 글을, 유명한 영화배우 당사자가 볼 거라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구나. 오스카가
사과의 메일을 보냈지만,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지 화가 잔뜩 담긴 메일을 두어 번 더 보냈단다.
…
이 책은 오스카와 레베카가 주고
받은 이메일로 이야기를 전개해 간단다. 그러다가 중간에 조에 카타나라는 사람의 SNS에 포스팅한 글이 등장한단다. 이 글로 인해 오스카는 큰 위기를
겪게 되지…
1.
조에 카타나는 오스카의 책을
홍보하는 일을 담당하던 사람이었어. 신입사원으로 들어왔다가 얼마 안 있다가 그만 둔 사람이란다. 조에는 어느날 SNS에 오스카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글을 올렸단다. 몇 년 전에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미투 사건을 떠오르게 하는구나. 조에가
운영하는 블로그는 1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영향력
있는 블로그였단다. 그런 블로그의 글이 올라왔으니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단다. 뉴스에도 나오게 되었어. 오스카는 억울하다고 생각했지만, 성추행이라는 것이 늘 가해자의 생각과 피해자의 생각이 다르니까…
당시 자신이 조에 카타나를 좋아해서
고백한 것이고, 술 취한 상태에서 자신도 모르게 키스를 하려고 했던 적은 있다고 했어. 단순이 해프닝이라고 생각했다는 거지… 이 일에 대해서 주변 지인에게
조언을 구했지만, 그들도 오스카가 잘못했다는 말뿐이라고 했어. 이
일이 있고 나서 오스카는 스케줄이 엉망이 되었고, 현재 사귀고 있는 여자 친구와 계획했던 여행도 취소하고, 딸 클레망틴을 보기도 부끄러운 상황이 되었다고 했어.
당시 오스카는 마약과 알코올
중독 때문에 약물 중독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서 약물을 끊으려는 모임인 NA에 모임에 참석하고 있었는데, 이 미투 사건으로 NA모임에도 나갈 수가 없었어. 오스카는 이 일에 대해 레베카에게 메일을 썼어. 레베카가 오스카보다
경험이 많아서인지 레베카는 이제 조언을 해주고, 자신도 마약에 빠져 어려운 일에 빠진 적이 있었다면서
현재 어려움에 빠진 오스카를 공감해주며 위로해 주었단다. 친애하는 개자식이 이젠 조언을 주고 받는 친구가
된 것 같았어.
….
이런 시기에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했단다. 그 시기에 살고 있던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경험인 코로나 바이러스. 프랑스도 전 도시가 봉쇄령에 빠졌어. 코로나 바이러스가 모든 이슈를
잡아먹으면서 오스카의 미투 사건도 잠잠해졌어. 조에 카타나도 코로나에 걸리게 되었어. 조에의 블로그를 모니터링하고 있던 레베카는 조에에게 연락해서 격리하고 있는 조에에게 생필품과 먹을 것들을 직접
갖다 주었단다. 유명한 배우가 직접 자신에게 먹을 것과 생필품을 가져다 주었다? 이것은 블로그에 글감으로 최고였을 거야. 조에는 이 에피소드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고 그 글을 오스카도 보았단다. 오스카는 레베카와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앙숙이나 마찬가지인 조에에게 그런 친절을 베푼 것에 대해 배신감을 느꼈단다. 이제 메일을 끊겠다고 했어. 다 큰 어른들이 생각이 참 얕구나… 레베카는 오스카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사과를 했어. 오스카도
마음을 풀어져서 다시 메일을 보냈어.
…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격리 생활은
일상이 되었어. 오스카는 마약과 알코올 중독으로 한때 고생을 많이 했고, 지금은 거의 치유가 된 상태였어. 그런데 미투 사건으로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어했단다. 그러면서 자기합리화를 했어. 자신이 마약이나
술을 끊기에는 나이가 적다고 말이야.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하고 다시 마약과 술을 하려고 했나? 레베카는 그런 그를 설득하고 또 설득하여 결국 오스카는 마약과 술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었단다. 또 그런 오스카를 레베카는 응원했어.
2.
아빠가 생각하기에, 오스카는 레베카와 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한 단계 성장하는 것 같았어. 그러면서
조에에게 한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반성하게 되었어.
…
SNS에 오스카와 일을 올린 조에 또한 악성 댓글로 시달리고 있었어. 심적으로 많이 불안해 하고 신경과 진료도 받았어. 그 일을 알게
된 레베카가 찾아와 조언도 해주었단다. 오스카의 누나 코린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갔어. 코린도 페미니스였는데, 조에와 이미 알고 지내던 사이더구나. 병원에서 조에를 만났는데 못 본 척 하고 지나갔다가 두어 번 더 마주쳐서 결국 미소를 한 번 지었는데, 그 일을 두고 조에는 오스카에게 큰소리로 욕설을 하며 비난했단다. 조에는
여전히 오스카는 자신의 가해자였던 거야. 오스카는 곧바로 진심으로 사과했지만, 조에는 그것마저 진심이 아니고 자신을 얕보는 것처럼 받아들이고 더 심한 욕을 하고 심지어 오스카의 얼굴에 침까지
뱉고 그 자리를 떴단다.
음… 조에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까지 하지
오스카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조에가 큰소리고 오스카에 욕설을 퍼붓다 보니 주변 사람들도 그들을
주목할 수밖에 없었지. 누군가 그들을 동영상으로 찍었어. 조에가
오스카의 얼굴에 침을 뱉는 장면도 말이야. 그 영상이 온라인에 다시 업로드되고… 조에는 또다시 사이버 테러를 당했단다. 그런데 그 장면 이전에 조에와
오스카가 함께 있는 장면이 얼핏 보면 다정하게 대화하는 것처럼 보여서, 이번에는 조에를 응원하던 진영에서도
조에를 비난하기 시작했단다. 조에를 지지하지 않는 이들은 그들 나름대로 오스카를 응원한다면서 그의 책을
더 사주어 오스카의 책판매량이 느는 아이러니한 일도 있었어. 이미 오스카는 깊이 반성하고 있어서 이런
현상에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했어. 레베카는 끝까지 조언을 해주었는데,
그런 조언들이 아빠가 서두에서 이야기했던 삶을 대하는 태도로 배울만한 글들이 여럿 있었단다. 몇
가지 발췌해 보았어.
===================
(254-255)
사회적
명성은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아주 커다란 격차에서 발생한 산물이에요.
자기 마을이나 계층에서 이름을 얻는 그런 문제가 더는 아닙니다. 19세기 초 세공 장인의
명성이 어떤 것이었는지 잘 모르지만, 아마도 당시에는 가치가 있었을 겁니다. 어떤 영역에서 노력을 제공하고 그 분야에서 재능을 가지고 있었겠죠. 최선을
다해 윤리적 방식으로 작업하면, 주변 사람에게서 존경과 애정이 보상으로 따라왔을 테고요. 사실 그에 대해 잘 모릅니다. 내가 아는 범위는 20세기입니다. 미디어로 전파되는 명성이죠. 어떤 계층이 선택한 개인에게, 그를 바라보는 이들보다 훨씬 더 중요한
권리가 부여되었습니다. 대형 스크린 앞 관객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연기가 어떠하든 변화시킬 수 없고, 절대적으로 수동적인 위치에 머물러요. 영화는 전개될 것이라고 예고한
대로 전개됩니다. 텔레비전 방송이 방영될 때도 마찬가지요. 브라운관
앞에서 무슨 짓을 하든지 상관 없어요. 그 과정에서 어떤 충격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이 도입되면서 상황이 바뀌었어요. 사람들이 개입하게
된 거죠. 개입에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 모욕임을 다들 바로 이해했습니다.
===================
===================
(285-286)
헛소리입니다. 감정은 오존층에 뚫린 구멍이고 기후변화이며 변함없는 화산 용암이자 바이러스의 폭격입니다. 공장이나 극장이 아니라 통제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감정을
기쁘게 맞이할 수 없습니다. 감정은 당신을 복종시키기도 합니다. 늘
미소를 따다가도, 겁을 집어먹을 수도 있어요. 감정은 당신을
뒤죽박죽으로 휘저어 놓습니다. 감정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다듬을 수 있는 수공예품이나 개인의
창작물이 아닙니다. 감정은 도자기 그릇이 아니니까요. 우리
세대에 급격히 퍼진 감정은 절망입니다. 집단적으로 퍼져 있어요. 지구
중심에 요란하게 상륙했습니다. 우리 모두를 봉기시킨 것은 바로 그 감정입니다. 각자 사소한 메시지, 자신만의 공식을 가지고 돌진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합니다. 당신이 세계의 지도자이든 대양의 중심을 떠다니는 표류물이든 상관없이 감정은 동일합니다. 우리는 감정에 구애 받습니다. 그것은 다른 무엇도 대적할 수 없는
화음이며, 무슨 일이 발생하든 울려 퍼질 것입니다.
===================
===================
(286)
당신의
절망을 파괴하는 유일한 기술은 희망입니다. 무척 간단한 문제죠. 희망은
절망을 지우는 단 하나의 해독제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압수당한 것 또한 희망입니다. 디스토피아가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지평선이 되어버린 겁니다. 미래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되리라 믿는 건 머저리라는 방증입니다. 그것은 승리한 전체주의입니다. 획일화된 신념이 우리 상상의 세계를 빼앗은 셈이죠. 대안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희망은 멍청이들에게나 유익한 겁니다.
===================
….
메일로 열심히 조언하던 레베카는
메일 속 세상은 너무 좁다면서, 만나자고 하면서 소설을 끝이 났단다.
주인공들이 메일을 주고 받는 것을 보면서 문득 메일로 사람들에게 안부를 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요즘은 실시간으로 날라가는 메신저로 안부를 전하다 보니 사적인 메일을 쓴 적이 정말 오래된 것 같구나. 회사에서 업무 메일을 쓰는 게 고작이니 말이야. 그런데 메일을 써도
사람들이 읽어보지 않을 확률이 높을 것 같구나. 아빠도 개인 메일을 확인한 것이 정말 오래된 것 같으니
말이야. 세상은 늘 변하지만 짧고 빠른 방향으로만 변하는 것 같구나.
오늘 읽은 <친애하는 개자식에게>는
책제목과 달리 두 주인공의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좋았단다.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아빠가
이 책을 읽은 지 시간이 꽤 지나서, 뭔가 빼먹은 부분도 있는 것 같고, 잘못 알려준 부분도 있는 것 같구나. 늘 독서 편지를 밀리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싶지만, 이미 밀린 것들이 너무 많아서 그것이라도 다 쫓아간 다음에 다짐을 해야겠구나. 밀린 독서편지를 위해서 앞으로 좀 짧게 짧게 써야겠다.^^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파리에서 우연히 레베카 라테를 봤다.
책의 끝 문장: 편지 속이 좁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나이의 역사에는 어떤 정의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떤 이는 오십 세에 쓰러집니다. 우리가 동경하던 성격적 특징은 왜곡되고, 오만함은 희한으로 변하며, 유머에는 요실금 환자의 지린내가 나고, 매력은 변절되어 버립니다. 청소년기의 변화와 비교할 수 있겠으나 더 비참하죠. 목소리가 변하지 않고 그대로이거나 사유의 융통성이 그대로인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오랜 친구들을 보석처럼 간직하세요. 여전히 함께 있을 때 편한 사람을요. 점점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더 지혜로워지거나 더 흥미로워지거나 더 관대해진 사람들이죠. 끔찍한 난파 사고의 생존자라도 되는 양 곁에 그들을 잡아두세요.- P71
오늘날은 모두들 좋은 소리만 듣고 싶어하죠. 모두들 착실한 학생이 되기를 원합니다. 교실 구석 난방기 옆에 앉아, 헛소리를 지껄이며 주변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얼간이는 오늘날엔 인기가 없죠. 프레베르의 시에 나오는 열등생은 새로운 옷을 입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사람들은 기업에서 쓰는 언어밖에 모르니까요. 진지함, 책임감, 고위직의 관점, 최고 수치의 기록, 우리가 견뎌야 할 유일한 도전은 흥미롭지 않습니다. 난장판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 손에서 시작해야 즐거운 일이 되는 겁니다.- P77
그런데 지금에 이르러 내게 무척이나 새로운 문제가 제기된 셈입니다. 열정은 더는 원할 때 진열장에서 꺼낼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나를 끌어당기는 게 없어요. 빛나는 것도 없고 나를 뒤흔드는 것도 없습니다. 나는 백만 번이라도 홀로 하는 사랑으로 고통받거나 죽는 편을 택할 거예요. 버림받거나 배신당하거나 창피를 당하거나 학대받는 편을 택할 거예요. 권태에 빠지는 것보다 그 어떤 상처라도 받는 편을 택할 겁니다.- P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