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우리의 정체성은 어디서 만들어질까. 뇌를 빼고 정체성을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구나. 심장이 달리고
있지만, 뇌가 죽었다면 뇌사라고 해서 의학적으로 죽은 것으로 인정하기도 한단다. 우리 몸 전체로 봤을 때는 적은 분량밖에 차지하는 뇌이지만, 우리
몸 전체를 지배한다고 할 수 있단다. 뇌는 정체와 동작원리가 완벽하게 알려지지 않은,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란다. 뇌에 이상이 있으면 이상한 신체 증상을
보이기도 하는데, 그 증상들이 아주 다양하단다. 그런 다양한
증상들을 책으로 엮어 출간한 경우가 많이 있단다. 아빠도 그런 책들을 여럿 읽었고,
최근에 또 한 권을 읽었는데
그것이 오늘 너희들에게 이야기할 마크 딩먼의 <뇌의 흑역사>라는
책이란다. 책 제목에 흑역사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이 한때 유명했는데,
그런 맥락에서 이 책의 우리나라 제목을 <뇌의 흑역사>라고 진 것이 아닌가 싶구나.
….
1.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의 뇌가
정상임에 감사한 마음이 들게 되더구나. 아빠는 기억력이 좋지 않은 뇌로 변해갔지만 말이야. 뇌가 고장이 나면 참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는데 그 중에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볼게.
먼저 자신이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대. 멀쩡히 살아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은
이미 죽은 몸이니 장례를 치르고 묻어달라고 하는 이들이 있대.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까. 사고로 몸의 일부를 절단하게 되면 뇌는 한동한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환상지에 대한 내용은 다른 책에서도 읽은
적이 있어서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멀쩡하게 있는 몸이 없어졌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다는구나. 없어야 할 신체가 있어서 괴로워하던 그 사람은 멀쩡한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고 나서야 만족감을 느꼈대. 그런데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손마저 거추장스럽게 느껴져서 손목까지 잘랐다고 나는데, 손목을 자를 때의 고통이 안 느껴질까? 아무리 뇌에 이상이 있다고
하지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뇌의 정체가 무엇이길래, 이런 것을 용납한단 말인가.
…
원치 않는 생각이 반복적으로
떠올라 불안감을 주는 것을 강박증이라고 하는데 이런 강박증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고 있을 거야. 그런데
그 강박증이 심하면 생활하는데 문제가 되지. 어떤 여자는 강박증이 심해지면서 담뱃재를 먹는 사람이 있대, 먹을 수 없는 것을 먹는 것을 이식증이라고 하는데, 그 사례들을
들어주었는데 정말 이상한 것들을 먹는 사람들이 많더구나. 그리고 이상한 행동을 하는 이들도 있는데, 어떤 부부는 쓰레기를 모으는 경우도 있대. 이런 경우는 저장 강박증이라고
하는구나. 무엇인가 모아야 하는 하는 강박증. 좁은 공간에
수많은 동물들을 모으는 사람… 그것은 동물들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야..
좁은 공간에 수많은 동물들을 몰아넣고 그곳에서 배변과 섞여 함께 지내는 동물들.. 열악한
환경으로 영양실조에 걸린 동물들… 아무리 뇌가 고장이 나서 한 행동이지만 동물 학대로 처벌 대상일 것
같구나. 연구를 해보니 뇌의 전전두피질에 손상이 생긴 경우 이런 저장 강박증상을 보이게 된다고 하는구나.
….
뇌에 이상이 있을 경우 머리가
이례적으로 좋아지는 경우가 있단다. 서번트 증후군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킴 픽이라는 사람의 예를 들었어. 킴 픽은 어릴 때 두개골 이상으로
정신지체아 판정을 받았어. 성인이 되어도 아이큐가 87에
불과했지… 정신지체, 발달이상의 예상되었던 그는 뛰어난 기억력과
산수 능력에 특출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대. 58세까지 12000권을
모두 외웠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구나. 이렇게 경이로운 천재 증상이 나타나는 서번트 증후군은 전측두엽에
이상이 있을 때 나타난다고 해..
2006년 마흔 살의 데릭 아마토란 사람은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다가
바닥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혀 뇌진탕 증상이 있었대. 심한 두통과 기억력에 문제도 생겼다고 하는데, 이상하게도 갑자기 피아노를 치고 싶은 욕구가 마구 생겼다는구나. 그
전에는 피아노를 제대로 쳐 본 적도 없는데 말이야. 그렇게 피아노는 쳤는데 엄청 잘 치게 되었다는 거야. 이후 그는 피아노 연주자로 활동을 했다는구나. 머리에 충격을 받은
이후 천재적 재능을 갖게 된 경우 후천적 서번트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극히 드문 사례라고 하는구나. 그러니
괜히 머리를 벽이 박고 그러면 안 된다^^ 그런데 더 신기한 사례는 머리에 손상이 없는데도 어느날 갑자기
지능이 좋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구나. 뇌의 작동 비밀은 정말 신기하구나.
…
2.
뇌에 이상이 생기면 성에 대한
욕망도 이상해진다고 하는구나. 에리카라는 사람은 에펠탑에 사랑에 빠져서 결국 2007년에 결혼까지 했대. 그런데 에리카가 사람이 아닌 사물과 사랑에
빠진 것은 에펠탑이 처음은 아니라고 하는구나. 그 전에는 활, 일본도와
사랑에 빠진 적도 있대. 이런 이들을 사물성애자라고 한단다. 그리고
성도착증이라고도 부르는 패티시에 관한 이야기도 실려 있단다. 정말 다양한 것에 성적 욕망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떤 사람은 옷핀에 성적 끌림을 느낀다고 했대. 그
사람의 경우 측두엽을 일부 수술하고 증상이 나아졌다고 하는구나.
하지만 이런 잘못된 성적 욕망은
성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단다. 그리고 성아소애자도 뇌의 문제가 관련 지어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다면 이런 성범죄를 뇌의 문제로 책임을 돌릴 수 있을까. 지은이는
그런 성적 욕망을 실제로 실행하여 옮기는 것은 윤리적 결정을 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지 못한 것이므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단다. 정상적인 성적 욕망을 가진 사람들도 윤리적이지 않으면 실행하지 않는 책임감을 갖고 살아가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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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성도착증의
신경과학적 논의도 쉽지 않다. 소아성애와 같은 문제 있는 성적 행동을 신경생물학적 이상의 탓으로 돌린다면
충동을 실행으로 옮긴 사람에게 범죄에 대한 면죄부를 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만일 소아성애자가 자신의
행동을 뇌종양의 탓으로 돌릴 수 있다면, 만일 소아성애자가 자신의 행동을 뇌종양의 탓으로 돌릴 수 있다면, 이들은 행위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걸까? 이 질문에는 더
깊은 철학적 논의가 필요하지만, 소아성애자의 뇌가 소아성애적 행동을 일으킬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음이
밝혀진다고 해서 범죄를 저지른 인해 죄가 없는 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비정상적 뇌 활동으로 인해
소아성애적 관심이 생긴다 하더라도,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기까지 무수한 결정을 내려야 하며 (오늘날 개인의 책임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바탕으로)그 모든 결정에는
도덕적 책임이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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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다 보면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 등장하는 여러 사례가 나오는 것 같구나. 다중인격장애라고 부르는 해리성 정체감 장애도 그런 것
중에 하나야. 내 안의 또 다른 자아가 있는 것은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소재거든. 캐런이라는 사람의 경우 17명의 인격을 가지고 있었다는구나. 계속된 치료를 통해 9년만에 하나의 인격으로 만들었다고 하니, 이런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가지고 있는 이들은 희망을 가져야겠구나. 신기한
것은 인격뿐만 아니라 신체의 증상도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대. 예를 들어 어떤 인격의 경우 시력이
문제가 없는데, 다른 인격이 나타나면 실명을 한다는 거야. 음.. 정말, 알면 알수록 신기하구나.
..
뇌의 정신이 신체를 지배하는
사례들도 이야기를 해주었어. 뇌에서 강하게 믿으면 그것이 신체에 영향을 준다는 거야. 어떤 사람이 오진으로 암을 진단 받았대. 그런데 그 사람은 자신이
암으로 곧 죽을 것이라고 강하게 믿었고, 그는 얼마 못 가서 죽고 말았다는구나. 그런데 죽고 나서 부검을 해보니 암은커녕 죽을 만한 어떤 병도 없었대.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결국 죽었다는 거야. 이걸 반대로 이야기하면 아무리 큰 병이 걸렸더라도 자신이
살 수 있다는 강력한 믿음만 있다면 다시 건강을 회복할 수도 있다는 거야. 이런 믿음의 치료의 가장
유명한 것은 플라세보 효과라는 것이 있단다. 플라세보 효과는 너희도 들어봤을 것 같은데, 이것은 실제 효과가 있어서 의사들은 플라세보
효과를 많이 이용을 한다는구나. 플라세보 효과와 반대로 치료에 대한 부정적인 예상을 하면 해로운 결과가
나오는 노세보 효과라는 것도 있다는구나. 이것은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겠구나.
….
뇌에 이상이 생기면 갑자기 글을
읽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대. 특히 뇌졸중 후유증으로 이런 경우가 가끔 나타난대. 글을 쓸 수는 있지만 읽지 못하는 실독증 증상이 나타난다는구나. 그렇게
글씨를 읽지 못하는 기능 이외에 말을 잃어버리는 실어증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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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명칭실어증은
대뇌피질의 여러 구역에 생긴 손상에 의해 발생한다. 특히 환자가 겪는 장애에 따라 손상 구역이 조금씩
달라진다. 동사를 잘 떠올리지 못하는 환자들은 대뇌피질의 전면부 근처에 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높고
명사를 떠올리는 데 문제가 있는 환자들은 측두엽 근처에 손상을 입는 경향을 보인다. 더 세세하게 구분할
수도 있는데, 측두엽에서 어떤 영역에 손상이 생기면 사물의 이름을 떠올리지 못하고, 이와는 또 다른 영역에 손상이 발생하면 생물의 이름을 떠올리지 못하는 장애가 유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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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율증이라는 것이 있어. 언어에 강정이 실리지 않은 채 말을 하는 거야. 마치 대충 만든 AI의 목소리라고 해야 할까. 이 증상은 우반구가 손상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다는구나. 임플란트 수술 후 말투와 억양이 이상하게 변하는 외국인 억양 증후군이라는 것도 있대.
…
앞서 믿음이 병을 낫게 할 수도
있고,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했잖아. 그런 믿음이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이 함께 믿으면서 비극적인 일이 일어난 경우도 있대. 공유정신병적 장애 또는 유발된 망상
장애라는 부르는 증상은 여러 사람들이 같이 망상적 사고를 갖는 경우라고 해. 이 경우 무엇인가 의심하는
의심회로가 비정상적으로 기능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경우의 최악의 경우는 존스타운의 예처럼 사이비 종교 단체로 모여 900명이 단체로 자살하는 사건도 있었다는구나.
…
그밖에 뇌수막염 치료 후 유달리
생물만 알아보지 못하는 현상,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안면실인증 현상도 있고, 뇌졸중 치료 후 오른손이 마치 자아가 생긴 것처럼 자기 맘대로 행동하는 외계인손 증후군도 있고 손이 커지는
느낌을 갖는 앨리스 증후군 등 다양한 증상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주었어.
이 책을 읽다 보면,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아빠의 뇌가 그래도 정상임에 고마워야 해야 하고, 앞으로도
뇌를 잘 관리해 주어야겠구나. 피곤하면 잠도 푹 자고, 적당한
운동으로 뇌를 활성화 시키고 말이야. 너희들도 숙제 한다고 늦게 자는 경우가 있는데 너희처럼 아직 뇌가
성숙하지 못한 청소년의 경우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단다. 제발 일찍들 주무시길.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1966년, 구름
한 점 없는 무더운 8월의 어느 날이었다.
책의 끝 문장: 이러한 현실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남들도 나와
같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 전체의 정신 건강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알렉스가 겪은 건 카그라스증후군으로, 1923년에 이 병증을 처음 기록한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 조셉 카그라스의 이름을 따 명명한 이상증이다. 환자는 배우자, 자녀, 부모, 형제 등 가까운 사람들이 저도 모르는 새 똑같이 생긴 사기꾼으로 바꿔치기 되었다고 믿는 독특한 일탈 행동을 보인다. 환자는 대개 외관이나 행동의 사소한 차이점, 혹은 환자 자신도 잘 설명하지 못하는 특정할 수 없는 특징을 들어 사기꾼과 ‘진짜’ 사이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P36
강박 사고와 강박 행동은 인간이 얼마나 쉽게 뇌에 관한 통제력을 잃을 수 있는지 다시금 일깨워 준다. 환자들은 자신의 생각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으며 짜증날 정도로 달갑지 않은 행동부터 트라우마가 될 정도로 고통스러운 행동까지 심각한 수준의 행동들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고 호소한다. 이러한 생각과 행동은 환자 스스로 원하는 것이 아니지만 자발적으로 발생한다. 마치 악덕한 선동가가 뇌 안에 들어앉아 우리 행동을 조종하는 것과 비슷하다. 신경과학 연구가 강박장애에 관한 사실들을 밝혀내 환자들의 생각과 삶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게 도와줄 날이 빠른 시일 내에 왔으면 한다.- P89
투쟁-도피 반응은 공포를 느끼거나 극도의 긴장을 느낄 때 심박수가 올라가고 혈압이 상승하며, 숨이 가빠지고 동공의 확장되는 등 우리가 이미 잘 아는 신체적 변화를 일으킨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즉시 행동할 수 있도록 산소가 풍부한 혈액을 근육으로 더 많이 보내고 주변 사물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동공을 확장하여 도망가든 싸우든 조치를 취하게끔 우리 몸을 대비시키기 위해서다. 동시에 현재 상황에서 에너지 쏟을 필요가 없는 과정을 억제하는 역할도 한다. 방광수 수축(싸우는 중에 오줌을 지린다고 무척 안타깝지 않겠나)이나 소화 같은 것 말이다.- P148
이와는 별개로, 비처의 발견은 임상 의학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 발견은 플라세보 효과가 상상 이상으로 강력하다는 점은 물론, 약의 효능이 상당 부분 플라세보 효과에 기인한다는 점을 암시했다. 다시 말해 가짜 약을 먹고도 나아진다고 느끼는 이유가 나아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인 것처럼 진짜 약을 먹고 느끼는 효능의 일부 역시 약을 먹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는 것이다(나머지 효능은 약의 실제 성분 덕분이다)- P169
당신의 뇌가 정상적으로 기능한다면, 축하한다.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기를 바란다. 뇌와 나머지 신체 기관이 영원히 멀쩡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인간의 뇌는 경이로운 유기적 기계이지만, 모든 기계가 그러하듯 언젠가는 고장 나기 마련이다. 그러니 할 수 있을 때 뇌의 모든 기능을 활용하라.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고, 즐거움을 탐닉하고(절제하는 연습도 하고), 깊이 생각하고, 몸을 움직이자. 뇌가 허락하는 모든 일을 해 보자. 그냥 하지 말고 즐겁게 하자. 우리의 뇌를, 그리고 뇌가 우리에게 빌려주는 능력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자.- P2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