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책은 책제목에 깊이 공감하여
읽게 된 책이란다. <짜증나니까 퇴근할게요> 퇴근은
기분이 좋아도 하고 싶고 행복해도 하고 싶은 것이 퇴근이고, 심지어 출근도 하지 않았는데 하고 싶은
것이 퇴근인데, 짜증나는 날은 두말할 나위 없지. 책제목만
보고 책소개와 먼저 읽은 이들의 리뷰를 읽어봤는데 재미 있을 것 같아서 읽게 되었단다.
주인공이 아빠와 세대가 좀 다른 MZ 세대이지만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면서 읽었단다. 다른 공간 다른
세대의 일인데 어쩜 이리 공감이 가는지... 사람 사는 것은 다 비슷한 모양이구나. 소설은 카나리아 제도 푸에르토리코를 배경으로 하는데 이곳이 어디인지 몰라서 지도 검색을 해보니 아프리카에서
대서양쪽 방향에 있는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섬나라더구나. 스페인 령으로 유럽문화권이라고 보면 돼. 사진으로 봤을 때는 무척 평화로운 곳이겠다 생각이 들었는데, 그곳에도
우리와 같은 스트레스를 받는 회사원이 있었구나.
지은이는 메리엠
엘 메흐다티라는 사람으로 모로코에서 태어나 카나리아
제도에서 자랐대. 무슬림 여성 MZ 세대로 축구도 무척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란다. 팬픽션으로 글쓰기를 시작하여 인기를 많이 끌었다고 하는데, 소설의 주인공 이름이 지은이 이름과 같은 매리엠이란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지
않았을까 싶구나.
1.
소설 속 주인공 메리엠은 25살로 전형적인 MZ 세대로 나온단다. 힘들게 공부를 했지만 취직은 쉽지 않았어. 학창 시절 왜 공부하는지도
모르고 힘들게 보냈는데 도대체 왜 한 거지? 하는 생각이 들만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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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
초등학교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날까지, 이제 힘든 일은 다 끝냈다고 제 몫을 다 해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까지도 우리는 한 가지 대답만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보내야 한다. ‘앞으로 살면서 무얼
해 먹고 살 것인지’, 그것을 알아내는 데 그 아까운 학창시절을 다 보낸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인생의 초반에는 부모님의 선택으로 내 모든 인생이 돌아간다. 공립유치원으로 보낼까, 영어유치원으로 보낼까? 학교는 발레를 보낼까? 아니면 중국어나 영어학원… 다 우리에게 좋은 미래를 보장하기 위한 선택들이다. 우리는 그냥
열심히 공부만 하면 된다. 왜 그래야 하는지는 하나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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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오늘날 우리나라 사정과
비슷한 것 같구나. 너희들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을까?
…
메리엠은 다섯 번의 면접 끝에
슈퍼사우루스라는 회사에 인턴으로 일하게 되었단다. 사수는 욜란다라는
46살 여자였는데 메리엠 입장에서 보면 의도적으로 메리엠을 괴롭히려고 사람 같았어. 메리엠이
일하는 준법감시팀의 팀장은 페란 마티키라는 사람이고 팀원으로 40대 초반의 빅토르 마르케스와 페드로
오테로가 있었어. 그러니까 메리엠 또래의 직원은 없었어. 그
와중에 품질관리팀의 오마르라는 사람이 계속 메리엔에게 플러팅을 해왔어.
….
메리엠의 집은 푸레르토리코라는
곳이고, 회사는 라스팔마스란 곳에 있어서 거리가 꽤 되어 출퇴근도 일이었단다. 집에 와서는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주저리주저리 식구들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단다. 인턴이라 아직 정식사원이 아니다 보니 제대로 대접해 주지도 않는 것 같고, 인턴이
정직원이 되는 것도 드문 일이었어. 그 어려운 것은 해내는 메리엠의 성장 드라마가 펼쳐진단다. 몇 달의 인턴 생활을 마치고 마티키의 비서로 계약직원이 되었어. 인턴보다는
한 단계 올라섰지만, 아직 정규직은 아니고 계약직이었어.
…
2.
사수였던 욜란다는 여전히 메리엠에게
부정적으로 대한단다. 아빠가 생각하기에 회사에서 가장 힘든 것은 인간관계란다. 아무리 힘든 일이라고 해도 마음 맞는 사람들과 일을 하면 그 힘든 일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지만, 갈구는 상사와 힘든 일을 해 나갈 때는 두 배, 세 배 더 힘들어지거든.. 메리엠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구나. 그런 일이 쌓이자
메리엠은 그 동안 마음에 담았던 것을 메일로 잔뜩 썼으나 발신 버튼 누르기 전에 모두 지우고 “잘 알겠습니다”로 대신했단다.
….
계약직원이 되었으니 당분간 회사에
계속 다녀야 하니, 집도 회사 근처로 알아보았단다. 하지만
이것 또한 쉽지 않았어. 원하는 집은 비싸고 월급은 적고, 월급에
맞춰 집을 구하다 보니 마음에 안 들고… 결국 많은 부분 포기하고 작은 방 하나를 구했어.
…
욜란다와 갈등은 점점 많아져서
힘들고 적성에 맞지도 않은 일은 점점 많아지고, 그렇다고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니고… 고민 끝에 메리엠은 퇴사를 결심하고, 팀장에게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때마침 자신의 능력을 인정한다면서 정직원 신분과 대폭 인상된 연봉을 제안 받았단다. 그렇게 금융치료로 또 어려운 고개를 하나 넘어서는구나. 아빠도 나름
회사 생활을 오래 했는데, 금융치료만큼 힘든 회사 생활을 지탱해주는 것은 없는 것 같더구나. 누군가는 월급을 마약으로 비유하기도 했어. 한 달에 한번씩 받는
마약 때문에 회사 생활을 그만 둘 수 없다고 말이야.
….
정직원인 된 메리엠은 회사에서도
인정을 받아서 맞지 않는 옷인 줄 알았던 회사가 아주 편안한 옷은 아니지만 그래도 입을만한 옷으로 변해갔단다. 그리고
나중에는 부사수로 인턴 사원을 받고 리더의 역할도 하게 된단다. 그렇게 커리어 우먼이 되어간단다.
…
소설 속에서 나 자신을 하나의
회사로 간주한 글이 있는데, 참 공감이 가더구나. ‘나’라는 회사만은 잘 경영해봐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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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310)
어느
날 스스로를 하나의 회사라고 간주해버린다. 당신의 인생 드라마에선 당신이 최고경영책임자이자 최고운영책임자이자
최고재무책임자다. 그러니 당신은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을 항상 느끼며 인생에서 단 1분이라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면 안 되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자연스레 생각이 많아지고, 생각이 많아지면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된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으니까. 돈을 아끼고, 당신의 재능을 더 잘 이용하고, 업무를 다양화하고, 모든 면에서 결과를 최적화해야 한다. 이 모든 게 의미하는지, 당신이 인생에서 정확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고 해도 상관없다. 당신이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당신을 내쫓겠다고 위협할 직원도 없으니까. 그저 당신은 샤워를 마치고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면서 그 나이에 마땅히 이루었어야 할 모든 것들, 친구들과 달리 아직 눈앞에 보이지
않는 모든 것들 때문에 스스로를 조금씩 갉아먹게 될 뿐이다. 그러다 귀에서 시계가 재깍재깍 소리를 내는
게 느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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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고 싶었는지 물어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책의 끝 문장: 그녀에게 ‘따르지
않는다’는 선택지가 있긴 할까?
나는 계속 나이를 먹어갈 것이다. 가족에게 짐이 된다는 이유로,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역사상 교육을 가장 많이 받았지만 역사상 가장 낮은 임금을 받고 역사상 가장 많은 카페인을 섭취할 뿐만 아니라 역사상 가장 불안정하고 우울하고 콤플렉스가 많은 세대라는 이유로, 살짝 정신이 나간 채로 새벽 3시 27분이 되면 이력서를 여기저기 보내기 시작했다.- P21
그렇기는 하지만, 누구든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 스물여섯 살이 되어 있으면 자신이 젊음을 잃었다고 생각하겠지. 그런데 스물여섯 살부터는 ‘카나리아제도 주민 전용 승차권’을 살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은 카나리아 주민이 될 수 없다는 뜻인가? 젊음과 주민은 상호 배타적인 관계인가? 나는 아직 28유로로 시내버스와 시외버스를 타고 다니지만, 스물여섯 살이 되는 순간 35유로를 내야 한다. 하여간 왜 청년할인은 있는데 성인 할인은 없는지 이해가 안 된다 내 또래들 대부분이 갈 곳이 없어 부모님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이 빌어먹을 경제적 상황에 사회적인 젊음은 서른 살이 되기도 전에 끝난다니, 말이 되는가? 하긴 휘발유 가격이 올라도 자기는 항상 20유로어치만 넓으니 상관없다는 멍청이도 있으니까.- P223
"우리는 정말 거지 같은 세상에 살고 있어." 나는 청중 두 명을 향해 말을 쏟아냈다. "누가 깔리든 말든 바퀴는 절대 멈추지 않아. 나는 점점 나이를 먹고 있어. 내가 바퀴에 깔리면 누군가 나를 대체하겠지. 우리가 미쳐버릴 때까지, 심지어 ‘자본주의가 우리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고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지 않은 게 잘못’이라고 우리를 세뇌할 때까지 자본주의는 우리를 피폐하고 만들고 우리의 생명까지 빨아먹는 아주 병든 시스템이라고."- P229
할머니집의 벽은 내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 초반의 많은 이야기를 간직했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몇몇 기억들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나는 흑역사,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에피소드, 사춘기 때의 경멸과 오만함을 떨쳐버리는 잊는 방법을 익혔다. 손님이 올 때마다 축 처지던 내 어깨도 지워버렸다. 문제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어땠는지, 할머니가 머리를 어떻게 빗었는지, 할머니 몸에서 어떤 향이 났는지, 옷차림은 어땠는지까지 잊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왜 뚜렷하게 기억하지 못하냐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할머니’ 하면 얼굴 생김새, 우리가 집으로 돌아갈 때 많이 우시던 모습, 손, 커피를 무척 좋아하시던 모습만 생각난다.- P246
어김없이 돌아온 쓰레기 같은 월요일, 이메일로 충분히 대신할 수 있는 거지 같은 아침 미팅. 회사생활은 이 두 가지의 반복이었다. 그 와중에 복숭아색 정장을 입은 마카레나는 내 머리를 드럼세탁기처럼 핑핑 돌게 했고, 내가 거짓말할 걸 알면서도 멍청한 질문만 던졌다. 모두가 진실을 요구하면서, 막상 그들에게 진실을 말하면 그 진실을 넘기지 못해 캑캑대는 꼴이 우스꽝스러웠다. "이건 너무 쓰고, 너무 짜잖아. 설탕을 한번 넣어봐" 하며 진실을 가장한 거짓을 원했다. 여기서 계속 일하려면 내가 얼마나 더 당신에게 비굴하게 굴어야 하느냐고 마카레나에게 묻고 싶었다. 이제 눈에 뵈는 것도 없으니까.- P361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까운 가족, 예를 들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삼촌이나 할머니가 돌아가시더라도, 내가 심한 우울증에 걸리더라도, 몸이 아프더라도, 계속 일해야 한다는 생각 말이다. 우리의 삶은 무슨 일이 있어도 노동만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듯이 흘러간다. 사람보다, 다른 것들보다 일이 더 중요한 셈이다. 가장 두려운 점은 내가 다른 것들을 우선시하며 노동을 그만둘 경우, 나를 대체할 사람은 차고 넘친다는 것이며, 나 또한 그걸 알고 주저한다는 것이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게 틀림없다.- P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