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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mile
  • 표범
  • 주세페 토마시 디 람페두사
  • 15,300원 (10%850)
  • 2024-11-07
  • : 3,751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은 참 꾸준하구나.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들을 소개해 주는구나. 이번에 읽은 책도 제법 최근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 추가된 작품으로, 아빠는 처음 들어가는 작가의 처음 들어보는 작품이란다. 책표지의 사진이 인상적이어서 책소개를 읽어보다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읽게 된 소설이란다. 이탈리아의 국민 작가로 알려진 주세페 토마시 디 람페두사의 <표범>이라는 소설이란다. 알아보니 책표지의 사진은 1963년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의 한 장면이고, 책표지에 한쪽 안대를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아빠도 알고 있을 정도로 잘생기기로 유명했던 알랭 들롱이더구나. 그냥 사진으로 봤을 때는 몰랐는데,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그가 알랭 들롱이더구나. 이 정도 되면 영화도 보고 싶긴 한데, 어디서 찾아서 봐야 할지 난감했는데, 유튜브에 검색을 해보니, 무료로 볼 수 있더구나. 안타깝게 한글자막은 없지만 말이야. 그래도 나중에 한번 도전해봐야겠구나. 그런데 영화가 3시간이나 되니, 영화도 큰 마음을 먹고 봐야겠구나.

또 알아보니 최근에도 이 소설을 영상화한 작품이 있더구나.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졌는데, 넷플릭스를 구독하지 않기 때문에 이 또한 당장 볼 수는 없겠구나. <표범>이라는 작품의 무대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이란다. 이 소설의 배경은 1860년대 중반의 시칠리아로 당시 이탈리아는 아직 하나의 국가가 아니고 여러 공국들이 공존하던 시기였단다. 당시 시칠리아는 이탈리아 공화국으로 통일하기 위한 전쟁이 일어난 혼란스러운 시기였어. 아빠가 이탈리아의 역사를 잘 모르기 때문에 소설 속 장면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단다. 이탈리아 역사에 대한 지식이 있었다면 좀더 재미있게 읽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단다. 그럼 이 소설의 이야기를 해줄게.

 

1.

1860년 5월 시칠리아는 양시칠리아 왕국에 속해 있었으며, 부르봉 왕조의 지배를 받고 있었고 당시 왕은 페르디난드 국왕이 왕위에 있었어. 얼마 전인 4.4 폭동이 일어났는데, 이는 시칠리아의 공화주의자 주세페 마치니가 일으킨 반란이었어. 그리고 주세페 가리발디라는 사람은 혁명군을 모집하여 이탈리아를 하나의 공화국으로 통일시키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단다. 그의 혁명군이 시칠리아까지 진입했단다. 이 사건을 역사적으로 리소르지멘토라고 한다. 이것은 결국 이탈리아를 하나의 공화국으로 통일하는데 성공하고 주세페 가리발디는 국민적 영웅으로 칭송 받는다고 했어. 당시 이탈리아 역사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를 했는데, 아빠가 이해한 수준에서 적은 것이라서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단다.

이야기는 시칠리아의 대 귀족이자 영주인 돈 파브리초 살리나의 영지에서 시작한단다. 돈 파브리초는 귀족 가문을 이끄는 가장으로 키 크고 힘도 센 사람으로 나온다. 뿐만 아니라 천문학에도 관심이 많아서, 당시에는 흔치 않는 망원경도 갖고 있었어. 돈 파브리초의 아내는 마리아 스텔라야. 스무살 때 결혼하여 아이들을 일곱 명을 낳았는데 지금은 사실 아내에 대한 사랑이 식었단다. 돈 파브리초는 아내 몰래 따로 사랑하는 마리안 나나라는 여인이 있었는데, 큰 비중이 있는 인물은 아니었단다. 지금은 사랑하지 아내에 대해 죄책감마저 느끼고 있었어. 딸 중에 콘체타는 수도원에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앞서 이야기한 폭동으로 현재는 집에 와서 머물고 있었어.

돈 파브리초는 조카 탄크레디의 후견인으로 보살펴주고 있었단다. 탄크레디는 누나의 아들인데 고아가 된 이후 돈 파브리초가 후견인이 된 거야. 탄크레디와 콘체타는 어렸을 때부터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었고, 사랑을 알 나이가 된 콘체타는 그 호감이 사랑의 감정으로 변하게 되었단다.

어느날 탄크레디가 돈 파브리초를 찾아와 자신은 가리발디의 혁명군과 합류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고 찾아왔어. 돈 파브리초는 뜻이 다른 조카를 막지 않았단다. 조카의 생각을 존중해주는 그런 어른이었어. 몇 달 뒤(1860년 8월) 탄크레디는 대위 계급장을 달고 한달 휴가를 왔단다. 눈 부위 부상을 입어서 한쪽 눈은 안대를 하고 왔어. 여름이면 살리나 식구들은 그들의 또다른 영지인 돈나푸가타로 휴가를 간단다. 돈나푸가타의 시장은 돈 칼로제로라는 사람인데 상업으로 자수성가하여 시장까지 된 인물이었어. 그런데 그의 아내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집에만 있어서 이상한 소문들도 들었어. 천한 신분에 글도 읽을 줄 모르기 때문에 공식석상에 나오지 않는다는 거야. 하지만 한 가지 명확한 사실은 엄청난 미모를 가졌다는 거야. 그래서 돈 칼로제로의 딸 안젤리카 또한 엄청난 미인이었어. 그러니까 안젤리나는 아버지의 머리와 어머니의 미모를 닮은 거야.

돈 파브리초는 저녁 만찬에 시장의 가족을 초대했는데, 이번에는 돈 칼로제로는 아내는 오지 않고 딸만 데리고 대동했단다. 안젤리카의 미모에 만찬에 참석했던 모든 남자들의 마음이 설레지 않았을까 싶구나. 그 중에 탄크레디도 포함되어 있었고, 탄크레디는 안젤리카와 대화를 나누었단다. 그 장면이 이 책의 앞표지에 쓰인 장면인 것 같구나.

 

2.

1860년 10월. 다시 전쟁터로 간 탄크레디는 주기적으로 돈 파브리초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어느 날은 자기 대신 돈 칼로제로와 안젤리카에게 청혼을 해달라고 했어. 이 일을 아내 마리아에게 이야기를 하고 의논했고, 마리아는 탄크레디를 배신자라고 했어. 물론 돈 파브리초도 자신의 딸 콘체타가 탄크레디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젊은이의 끓는 뜻을 꺾으려 하지 않았어. 탄크레디가 조카이지만 역시 자식처럼 대했고, 그의 뜻을 지지해주었단다.

한편 돈 칼로제로가 시장으로 있는 돈나푸가타에는 이탈리아 공화국으로 편입할 것인지를 두고 국민투표가 있었는데, 백퍼센트 찬성으로 이탈리아 공화국으로 편입하기로 했단다. 이 일은 돈 칼로제로가 주도하여 조작한 것 같은 의심이 들었지. 그래서 돈 파브리초는 돈 칼로제로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 상인으로 성공하여 시장에 오른 것도 그와는 신분이 다르다고 생각했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카 탄크레디의 부탁은 들어주었단다. 그래서 돈 파브리초는 돈 칼로제로를 찾아가서 탄크레디의 청혼 소식을 알렸어. 돈 칼로제로도 그 청혼을 받아들이기로 했어.

..

탄크레디가 군 동료 카브리아기와 함께 찾아왔단다. 탄크레디는 이제 사랑에 눈이 멀어 안젤리카만 바라보고 둘만의 시간을 만들어 사랑을 키워나갔단다. 반면 탄크레디의 군 동료 카브리아기는 콘체타에게 관심을 가졌지만, 탄크레디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한 콘체타는 그런 관심을 받아줄 기분이 아니었어. 사랑은 언제나 어렵구나.

통일정부가 세워지고 정부측 인사인 슈발레가 돈 파브리초를 찾아왔어. 슈발레는 돈 파브리초에게 통일정부의 상원의원이 되어줄 것을 제안했단다. 이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여 새로운 정부의 중요인사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지만 돈 파브리초는 슈발레의 제안을 거절했단다. 돈 파브리초 자신은 시칠리아의 역사를 함께 한 사람으로 시칠리아와 자신은 하나라고 했어. 그런 시칠리아 왕국이 사라졌으니 자신의 역할도 이젠 끝이 났다면서 자신은 이제 늙은 기성세대일 뿐이어서 새로운 통일정부와 맞지 않는다고 했어. 그러면서 돈 칼로제로를 추천해 주었단다. 돈 칼로제로는 그 동안 혁명군에게 적극 협조를 했고, 신흥 부르주아 계급이니까 새로운 통일정부와 맞다고 생각한 거야. 그동안 시칠리아를 지켰던 표범의 시대는 가고, 자칼이나 하이에나의 시대가 온 것이라고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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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236)

영주는 우울했고 이렇게 생각했다. ‘이 모든 일을 이렇게 지속되게 놔두어선 안 될 것이다. 하지만 늘 지속되겠지. 물론 인간사라는 시각으로 볼 때의 ‘늘’이다. 100년, 200년….. 그후에는 달라지겠지. 하지만 더 나빠질 게 분명해. 우리는 표범, 사자였다. 우리를 대신할 사람들은 자칼, 하이에나가 될 것이다. 이들 모두, 그러니까 표범, 자칼, 양은 계속해서 자신들이 세상의 소금이라고 믿을 것이다.’ 그들은 서로에게 감사를 표하며 작별 인사를 나눴다. 슈발레는 토사물 색깔의 바퀴 네 개가 지탱하는 우편 마차에 올라탔다. 굶주리고 상처투성이인 말이 긴 여정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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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의 마지막 장은 1910년 5월로 이탈리아 통일정부가 들어선지도 거의 반세기가 되었단다. 통일정부를 반대했던 이들도 찬성했던 이들도 세상을 등졌단다. 살리나 가문은 홀로 남은 콘체타가 지키고 있지만 그 옛날의 위세는 모두 사라지고 흔적만 남아 있었단다. 그런데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한 가문으로 그렇게 조용히 문을 닫게 되는구나.

이 소설은 이탈리아 통일을 다룬 시기의 소설로 이탈리아 사람들에게는 남다른 소설로 느껴질 것 같구나. 아빠도 이탈리아 역사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는데, 이 소설을 통해 이탈리아 통일 시대를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구나.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PS,

책의 첫 문장: “눈크 에트 인 호라 모르티스 노스트라이, 아멘.”

책의 끝 문장: 그런 다음 모든 것이 납빛 먼지 더미 속에서 평화를 찾았다.

 



사랑,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사랑의 불길과 불꽃은 1년이면 꺼져 버리고 이후 30년은 그 재로 살아간다.- P93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다. 저녁에 인사를 나누었던 구름들은 어딘지 모를 곳으로, 죄가 크지 않아 진노한 신이 가혹하게 벌하지 않은 곳으로 떠나 버렸다. 별들은 흐릿했고 별빛은 더운 공기를 뚫고 나오려 애를 썼다. 돈 파브리초의 영혼은 별들을 향해, 손으로 만질 수도 닿을 수도 없는 별들을 향해 달려갔다. 대가를 요구하지 않고 기쁨을 주며 거래 따윈 하지 않는 별들을 향해. 그는 수없이 그랬듯이 공상에 빠졌다. 순수한 지성인이 자신이 계산용 수첩을 들고 곧 차디차고 광활한 공간으로 가는 상상이었다. 수첩에 풀어야 할 계산은 어렵고 복잡하겠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잘 풀릴 터였다. ‘별들만이 순수하지. 유일하게 선량한 피조물들이지.’ 그는 세속적인 공식에 따라 생각했다. ‘어느 누가 플레이아데스성단의 지참금을, 시리우스의 정치 경력을, 베가의 부부 침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신경 쓰겠는가?’ 그날은 운수가 좋지 않았다.- P108
피할 수 없는 고통을 배경으로 죄 많은 인생을 살게 될 탄크레디와 안젤리카의 파란만장한 삶에서 그때가 가장 좋은 시절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한 채로 구름과 바람으로만 이루어졌을 뿐인데, 구체적인 무엇이라고 생각했던 미래를 뒤쫓았다. 늙고 부질없이 지혜로워졌을 때 두 사람은 끊임없이 그 시절을 돌이켜 보았으며, 그리움과 후회를 떨칠 수 없었다. 그때는 욕망이 존재했으나 항상 패배하던 시기였고, 잠자리 기회가 수없이 주어지기도 하고 거부당하기도 했다. 억제된 관능적인 충동이 잠시 체념으로 변하기도 하는, 그러니까 진정한 사랑으로 승화되기도 하는 때였다. 그때는 성(性)적으로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던 결혼 준비기간이었다. 하지만 절묘하면서도 간결한, 완전체 같은 기간이었다. 잊힌 오페라, 그러니까 은근한 암시와 익살로 수치심을 가리고 공연 중에 조화롭게 연주되지 않아 실패한 아리아들이 담김 오페라의 서곡 같았다.- P206
"슈발레, 의도는 좋아요. 하지만 너무 늦었어요. 게다가 제가 이미 말했듯이 대부분은 우리 잘못입니다. 당신은 조금 전에 경이로운 현대 세계에 새로운 모습을 보일 젊은 시칠리아를 이야기했지요. 내가 보기에는 휘체어에 앉아 런던 만국박람회에 끌려 나온 백 살 먹은 노파처럼 보여요. 노파는 아무 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아무것에도, 셰필드의 철강 공장에도 맨체스터의 방적 공장에도 관심이 없어요. 그저 침으로 얼룩진 베개와 요강을 밑에 둔 침대로 빨리 돌아가고 싶은 생각뿐이지요."- P226
슈발레는 생각했다. ‘이런 상황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새롭고 민첩한 현대적인 행정부가 모든 것을 바꿀 것이다.’ 영주는 우울했고 이렇게 생각했다. ‘이 모든 일을 이렇게 지속되게 놔두어선 안 될 것이다. 하지만 늘 지속되겠지. 물론 인간사라는 시각으로 볼 때의 ‘늘’이다. 100년, 200년….. 그후에는 달라지겠지. 하지만 더 나빠질 게 분명해. 우리는 표범, 사자였다. 우리를 대신할 사람들은 자칼, 하이에나가 될 것이다. 이들 모두, 그러니까 표범, 자칼, 양은 계속해서 자신들이 세상의 소금이라고 믿을 것이다.’ 그들은 서로에게 감사를 표하며 작별 인사를 나눴다. 슈발레는 토사물 색깔의 바퀴 네 개가 지탱하는 우편 마차에 올라탔다. 굶주리고 상처투성이인 말이 긴 여정을 시작했다.-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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