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노르웨이
작가 프로테 그뤼텐의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라는
책이란다. 이 책은 인터넷 서점에 자주 노출이 되어 알게 된 책이란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누가 봐도 교훈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을 것 같은 책이구나. 마지막
하루, 삶의 소중함을 담은 그런 책이라고 예상이 되어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인터넷 서점에 자주 노출이 되고 평점도 좋고, 무슨
문학상도 받았다고 해서 한번 읽어봤단다.
약간 식상한 교훈적인 내용이더라도
가르침은 여러 번 본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거든. 노르웨이 작가 중에 아빠가 가장 많이 읽은 작가는
당연히 요 네스뵈란다. 하드 스릴러 장르를 주로 읽었다는 소리지. 그래서
프로테 그뤼텐의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라는
책을 읽으면서 일말의 다른 가능성에 대한 생각도 추가하여 책을 펼쳤단다. 그러니까 마지막 하루를 자신에게
원한 산 일을 한 사람들을 찾아 다니면서 다 죽이는 그런 하드 스릴러 장르 소설 말이야. ㅎㅎ 아빠가
장르 소설을 너무 많이 읽었나 보구나. 하지만 역시 이 책은 예상 가득했던 그런 내용이었단다.
1.
이 소설은 주인공 닐스 비크가
자신의 마지막 날 5시 15분에 일어나는 것으로 시작한단다. 닐스는 그 날이 자신의 마지막 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어쩌면
그 날을 마지막으로 하고 스스로 삶을 마감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고… 아무튼 소설은 닐스 비크의
하루로 소설이 이루어져 있단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더구나. 모든
사람이 자신의 마지막 날을 알 수 있다면 어땠을까? 하고 말이야. 그렇다면
좀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고,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남겨진 사람들과 이별 인사를 할 수도 있을
텐데 말이야.
마지막 하루라고 해서 특별한
것 없이 닐스는 늘 같은 루틴으로 아침을 시작했단다. 가장 떠오르는 사람은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 마르타였어. 마르타가 떠나고 집에 남긴 흔적을 다시 한번 살펴 보았어. 타지에서
생활하는 두 딸도 그려보았단다. 닐스는 자신이 떠나고 자신의 마지막으로 누웠던 침대를 누군가 보는 것이
싫어서 매트리스를 뒷마당으로 가지고 나와서 불태워버렸단다.
닐스는 마지막으로 집을 나와
자신 소유의 배로 갔어. 그의 배는 페리호로 평생 그 배로 사람들과 물건들을 실어 나르는 일을 했었단다. 페리호에 시동을 건 닐스는 피오르를 가로질러 앞으로 나아갔단다. 그
길은 마치 저승으로 가는 스틱스 강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닐스는 페리호를 혼자 타고 있었지만
그곳에서 그의 삶에 함께 했던 사람들을 만났단다. 자신의 첫 손님도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고, 아버지의 폭력에 맞서 싸우고 도망가다가 피오르에 빠져 죽은 소년도 다시 만났고, 눈사태가 일어났을 때 닐스가 구출해 준 사람들도 다시 만났단다. 그리고
그가 오랫동안 키웠다가 먼저 세상을 떠난 개 루나도 다시 만났단다. 다시 만난 루나는 말도 할 줄 알았단다. 승객 중에는 유명한 사람들도 있었는데, 닐스가 생각하는 가장 유명한
사람은 영화배우 에드워드 G 로빈슨이었어. 그렇게 반가운
사람들도 있었지만, 태우기 싫은 승객들도 있었는데 그들도 다시 만났어.
그밖에 닐스의 페리호를 탔던 많은 사람들을 다시 만났단다. 그러니까 닐스의 삶을 만들어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어. 마지막 날을 안다면 정말 그럴 것 같구나.
….
해가 지고 밤이 되었어. 닐스 비크의 시간은 더 멀리까지 가서, 어린 시절 함께 했던 형제들과
부모님도 기억도 떠올렸단다. 닐스의 소중한 두 딸 엘리와 구로와 함께 했던 소중한 기억들도 생생하게
떠올랐단다. 그리고 닐스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인 아내 마르타의 기억도 떠올랐지. 마르타를 처음 만난 날, 그리고 마르타와 처음으로 사랑을 나눈 날, 그리고 마르타가 세상을 떠난 날, 그리고 마르타가 세상을 떠난 후의
날들도 떠올랐어. 마르타는 닐스와 달리 불의와 불합리한 일에 대해 직접 행동하는 스타일이었어. 예를 들어 베트남전 미군 철수 시위에도 적극 동참했었단다. 마지막
하루, 그가 함께 했던 사람들이 그의 페리호에 다시 나타났는데, 마르타는
보이지 않아서 살짝 조바심도 났는데,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이라고, 마지막
하루의 마지막 순간 닐스는 꿈에 그리던 마르타를 다시 만나면서 마무리했단다.
…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될까? 지구상에 있는 사람 중에 죽어 본 사람이 없어서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단다. 많은 사람들이 추측을 할 뿐이지.. 이 우주가 엄청나고 광활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단다. 혹시 죽고 나면 이 광활한 우주 어디선가에서 다시 만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아주
가끔 한단다. 과학적 사고로는 말도 안 되는 것이지만, 이
광활한 우주를 과학으로 모두 설명할 수 있을까? 아무튼 닐스 비크는 마지막 하루를 한 분 한 초도 낭비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갈무리하는데 쓴 것 같더구나. 그런데 마지막 하루만 그렇게 소중한 시간은 아닌 것
같구나. 삶의 매순간이 똑같이 소중한 순간들이지… 이런 소설을
읽다 보면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게 되더구나. 그것이 자칫 후회와 이어질 수 있으니, 여기서 그만 하련다. 그래서 오늘은 여기서 끝.
PS,
책의 첫 문장: 새벽 5시 15분, 닐스 비크는 눈을 떴고 그의 삶에 있어 마지막 날이 시작되었다.
책의 끝 문장: 그의 마지막 날은 이렇게 끝이 났다.
거울 속의 남자. 크지도 작지도 않은 키에 건장한 몸집의 남자. 한때는 짙은 색이었던 그의 머리카락이 이제는 희끗희끗하게 변해버렸다. 거친 피부와 주름진 얼굴, 벗겨진 이마, 작은 눈, 손질이 필요한 눈썹.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곳은 거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신체 부위 중에서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오직 발뿐이라 말하곤 했다. 그는 시선을 고정했다. 거울 속의 남자도 시선을 고정한 채 팔을 내리고 미소를 지으려 노력했다. 그는 자신의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두 다 알고 싶어 하는 남자였다. 날씨, 바람, 시간. 하지만 이제 그는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한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P8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 그 끝은 결코 당신이 생각하는 것과 같지 않다. 끝은 모든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언젠가는 마지막으로 딸을 목말 태우고 숲을 산책하는 날이 올 것이다. 산 위에 올라가 발밑의 풍경이 마치 나만의 것 같다고 느낀 마지막 날, 마지막으로 가게에 가서 빵과 우유와 버터를 산 날, 마지막 여름. 마지막 수영. 그는 8월의 어느 날, 튜브에 등을 대고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을 올려다보았고, 햇살에 데워진 바위 위에 앉아 눈을 감고 피오르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를 들었다.- P43
그는 어떻게 하면 그녀를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이건 너무나 어리석은 일이다. 그는 일지에 그렇게 적었다. 우리는 쉽게 건널 수 있는 깊은 소금물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을 뿐이다. 어느 날 그는 배를 정박시키고 그녀의 집이 있다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발을 옮겼다. 두세 발자국을 떼었을까. 갑자기 용기가 사라졌다. 그는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이제 그의 삶은 저 집 안에, 저 대문 너머에, 마르타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의 삶 속에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P81
그는 여전히 이 몸 안에 있다. 시간은 그의 몸속에 존재하고, 그의 머릿속에 존재한다. 모든 것은 몸과 영혼, 앞과 뒤, 두 개의 반쪽 퍼즐 사이의 그 어딘가에 존재하며 서로 끼워 맞추어지려고 노력한다. 시간은 우리가 태어나는 날부터 시작해 우리가 점점 더 강해지고, 더 커지고, 더 현명해지고, 더 빨라지고, 더 명료해질 때까지 함께 하다가 천천히 내리막길로 향한다. 우리는 더 약해지고, 더 느려지고, 더 취약해지며, 어떤 일을 해보려는 우리의 열정은 사그라든다. 그는 이제 이것을 알고 있다., 천천히 시작해 천천히 끝을 맺을 것이다.- P153
닐스는 하나의 이름은 운명이자 숙명이며, 모든 시를 시작하는 첫 단어라고 말했다. 비록 인간이나 배가 죽거나 사라진다 하더라도 그 이름은 항상 남아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마르타는 그런 것쯤은 다 안다면서 자시는 바보가 아니라고 했다. 그럼 당신은 어떤 이름이 좋을 것 같나요? 밤과 낮. 그녀는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닐스는 코웃음을 치면서 배는 이미 완벽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피오르에 나가 있을 때, 그녀와 떨어져 있는 모든 밤과 낮에도 그는 항상 그녀 속에 들어가 있으니 말이다. 아, 징그러워. 그녀가 쏘아붙였다.- P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