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지난 번에 이어서 매기
십스테드의 <그레이드 서클> 2권을 이야기해줄게. 메리언에게는 늘 비행사라는 꿈이 늘 있었고, 다른 것들은 뒷전이었단다. 그래서 결혼한 후에도(사실 사랑이 있는 결혼인지는 모르겠지만) 비행 때문에 아이를 갖지 않기로 했었지. 그런데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아 임신하고 말았단다. 그리 사랑하지 않는 남편에게 이 이야기를 했다가는 꼼짝없이 아이를 낳으라고
할 테니 메리언은 고향 미줄리를 떠나 무작정 도망을 갔단다. 제이미(기억나지? 쌍둥이 동생)의 도움으로 중절 수술을 하고 알래스카로 갔단다. 그리고 그곳에서 비행사로 취직을 했는데, 본명으로 일을 하면 자신을
추적할 남편에게까지 알려질 수 있을 것 같아서 제인 스미스라는 가명으로 일하게 되었단다.
알래스카에서 비행사로 취직한
메리언은 비행기로 배달할 수 있는 것은 모든지 다 배달을 했단다. 물건뿐만 아니라 사람도 실어날랐어. 몇 년 뒤, 남편 버클리의 밀주 사업이 들통나서 감옥에 가게 되었고, 다시 출옥을 하고 총격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접했단다. 메리언은
그제서야 다시 이름을 메리언으로 바꾸었어. 알래스카에서 일하다가 가끔 고향 미줄리에 오기도 했어. 고향 미줄리에서 지내는 어릴 적 단짝 케일럽을 만나기 위함이었어.
한편, 제이미는 화가로서 성공을 거두어 시애틀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어. 제이미는
여전히 결혼하지 않고 혼자 지냈는데, 아마 첫사랑 세라를 잊지 못해서인 것 같았어. 시애틀 전시회에서 그 세라와 10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어. 세라는 이미 결혼하여 아이도 둘이나 된다고 했어. 문득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 노래 가사가 생각나는구나. “그렇듯 더디던 시간이 우리를 스쳐 지난 지금 너는 두 아이의 엄마라며 엷은 미소를 지었지” 하지만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처럼
순수한 만남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어. 세라가 제이미를 집으로 초대해서 둘은 과거를 회상하다가 다시 사랑에
빠진 것이 아니라, 말다툼으로 안 좋게 끝내고 제이미는 집으로 돌아왔단다. 하지만 둘의 마음에는 아직 서로에게 애틋한 마음이 있었고, 세라와
다시 만나 결국 10년 전 미완의 사랑을 이루었단다. 하지만
세라가 아직 결혼 중이라서 그들은 사랑은 여전히 위험하고 불안한 사랑이구나.
1.
메리언은 알래스카에서 비행시간을
늘려서 좀더 큰 비행사에 취직할 수 있는 경력이 쌓였어. 메리언은 뉴욕에 와서 ATA를 지원했단다. ATA가 무엇인지 아빠도 자세히 몰라서 찾아왔더니, 2차 세계 대전 때 있었던 수송 보조 부대로 전투기와 달리 여성 조종사도 일할 수 있었어. 주로 전쟁 물자를 나르는 일을 했대. ATA는 Air Transport Auxiliary의 약자였단다. 메리언은 ATA에 합격을 하여 영국으로 가게 되었단다. 한편 고향 절친인 케일럽도
전쟁에 참여한다고 했어. 제이미도 해군종군화가로 참전하게 되었단다. 어째, 좀 불안하구나. 전쟁터에 따라 다니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직접
총을 들도 다니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 같지 않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위험상 상황도
왔어. 일본군과 맞닥뜨리기도 해서 제이미도 총을 써서 적군을 쓰러뜨렸어. 1권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동물도 못 죽이고, 심지어 남이 죽인 고기도
먹지 못했던 제이미인데… 하지만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고… 제이미가
타고 가던 수송선이 폭격을 맞아 그만 죽고 말았단다.
…
ATA에 있으면서 메리언은 여성 동료 비행사 루스와 친해졌단다. 처음에는 동료로서 친하게 지낸 것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묘한 감정이
일기도 했어. 그러나 루스는 에디라는 남자친구가 있었단다. 메리언은
루스를 통해 에디를 알게 되었어 셋이 만나는 경우도 많았어. 에디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비행사였어. 그런데 루스는 에디가 남자친구가 아니라고 했어. 에디도 성소수자였고, 루스 자신도 그렇다고 했어. 메리언은 그제서야 자신의 감정이 끌리듯
루스를 사랑했고 둘은 사랑에 빠졌단다.
메리언은 스스로 생각하길 자신은
남자도 사랑하고 여자도 사랑하는 양성애자로 생각했어. 에디는 17번째
비행기 때 격추되었단다. 모두 에디가 죽은 줄 알았는데, 다행히
목숨은 건졌으나 수용소에 감금되고 말았어.
군복무 중인 케일럽이 메리언을
찾아와서, 어렸을 때부터 품고 있었던 마음속 이야기를 꺼냈단다. 메리언을
사랑한다고 말아야. 메리언은 만나는 사람이 있다고 거절했지만, 케일럽을
다시 만나고 자신이 케일럽도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았어. 정말 사랑은 어렵구나. 메리언은 결국 루스와 케일럽 사이를 오가는 소위 양다리를 걸쳤어. 그
즈음 메리언은 제이미의 사망 소식을 들었단다. 큰 충격에 빠졌어. 슬픔을
이겨보려고 비행을 했지만, 오히려 죽으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 케일럽도
제이미의 절친이라서 충격을 받았지만 메리언의 충격이 훨씬 컸고, 케일럽은 메리언을 위로해 주었어. 둘이 있는 장면을 우연히 루스가 목격하게 되고, 루스는 둘 사이를
짐작하고 떠났단다. 루스가 편지를 보냈지만, 메리언은 답장조차
보내지 않았어. 그런데 얼마 후 루스가 비행기 이륙할 때 폭발로 죽고 말았단다. 메리언은 다시 한번 충격에 빠졌고, 루스의 죽음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자책을 했단다. 하지만 루스가 다시 돌아올 수는 없는 일…
2.
지긋지긋한 전쟁이 끝났어. 루스가 죽은 이후 메리언은 한동안 방황을 했단다. 1947년이 되어서야
고향 미줄리로 돌아왔어. 메리언 앞으로 편지들이 많이 와 있었어. 세라로부터
온 편지가 있었는데, 그 편지를 통해 제이미의 생물학적 딸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 제이미가 더 불쌍해지는구나. 그리고 마틸다라는 사람으로 온 편지들이
많이 있었어. 마틸다는 누구냐면…. 1권에서 메리언의 아버지가
큰 여객회사의 사장의 목숨을 구해준 적이 있다고 했잖아. 그 큰 여객회사의 사장의 아내가 바로 마틸다였단다. 그 사람의 편지를 수차례 보낸 이유는 이렇단다. 메리언의 아버지
애디슨이 운행하던 여객선이 폭발하여 메리언의 엄마는 실종되고, 그 사고의 책임으로 메리언의 아버지 애디슨은 10년 동안에서 감옥에서 지냈잖아. 그런데 그 여객선의 폭발이 사실은
그 여객회사 사장이 화물칸에 실은 폭탄 때문이었던 거야. 당시 사장은 사고가 난 이후 그 사실을 쉬쉬했고, 여객선 선장이었던 애디슨도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자신이 10년형을
받은 것이란다. 마틸다는 지금이라도 보상하고 싶다면서 편지를 보내온 것이야.
메리언은 마틸다를 만났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말하라고 해서, 메리언은 자신의 꿈인 비행기로
세계일주를 하고 싶다고 했고, 마틸다는 흔쾌히 그 비용을 지원해 주기로 했단다. 그러면서 마틸다는 한 가지 제안을 했어. 비행을 하면서 있었던 일이나
생각들을 일기 또는 일지 쓰듯 적어보라고 했어. 그것은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했어. 그렇게 메리언은 세계일주의 모험이 시작되었단다. 세계 일주를 하려면
혼자는 어렵고 유능한 항법사가 필요했는데, 에디가 떠올라 메리언은 에디에게 이 모험을 제안했고, 에디는 흔쾌히 하겠다고 했단다. 둘은 오랜만에 다시 만나 비행 준비를
했단다.
…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그들은
비행기를 몰고 첫 출발지인 뉴질랜드 오클랜드로 갔어. 쿡제도 아이투타키 섬으로 갔고, 하와이를 거쳐 알래스카 배로로 갔어. 당시 비행기로는 한번에 세계
일주를 할 수는 있는 것은 아니고, 당연히 중간에 내려서 기름도 보충하고 비행기도 정비하고 그들도 휴식을
취하고 다시 비행하는 것이었단다. 알래스카 배로를 떠나 스발바르 롱위에아르뷔엔로 갔는데, 스발바르는 북극 인근의 섬이란다. 메리언과 에디가 지나는 곳을 구글
지도에서 찾아보면, 뉴질랜드에서 시작하여 북쪽으로 계속 올라와서 북극 지역을 지나고 있는 거야. 스발바르 다음에는 스웨덴 말뫼로 왔고, 다시 남아프리카 케이프다운에
도착했단다. 그리고 가장 어려운 코스인 남극대륙 퀸모드랜드 모드하임을 거쳐 남극대륙의 의 로스빙붕 리틀아메리카 III 기지에 도착하게 된단다.
이 기지는 그들이 도착했을 때는
비어 있는 기지였단다. 마지막 코스는 남극 로스빙붕에서 첫출발지인 뉴질랜드로 가는 길인데, 이 길이 만만치 않고 당시 남극의 환경이 만만치 않았어. 그렇다고
그곳에 남아 있는 식량도 많지 않아 오래 머물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단다. 에디는 남극에서 떠나지 않겠다고
고집 부렸어. 그들은 비행을 성공하지 못하고 결국 바다에 빠져 죽을 것이라고 했어. 그뿐만 아니라 그는 남극에서 지내는 것이 더 좋다고 했어(아빠의
기억력이 정확하지 않지만) 메리언은 끝까지 에디를 설득했지만, 에디의
뜻은 바위보다 완고했고, 실랑이 끝에 메리언은 혼자 떠나기로 했단다.
메리언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의 꿈을 완성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메리언은 혹시 자신이
바다에 빠져 죽을 수 있으니, 그 동안 남긴 기록은 남극 리틀아메리카
III 기지에 남기기로 했단다. 메리언은 마지막 비행을 하면서 자신의 꿈을 이룬 다음 자신을
생각해 보았어. 이제 자신의 마지막 꿈을 이루었으니 조용히 은둔하면서 지내기로 마음먹었단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위기가 찾아왔어. 생각보다 비행기가 연료가 급격히
떨어지고 비행기를 탈출해야 했어. 오히려 이 상황이 자신이 은둔하는데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어. 메리언은 비행기가 바다에 추락하게 하고 자신은 낙하산으로 탈출하였고, 인근에
이름 모를 섬에 내려앉았단다
그곳은 알고 보니 캠벨이라고
하는 외딴 섬이었단다. 다행히 그곳에는 기후를 연구하는 연구원들이 머물고 있었어. 그 연구원들은 메리언을 도와주었고, 나중에 뉴질랜드 본토로 가는
것도 도와주었단다. 뉴질랜드에 도착을 한 메리언은 남장을 하며 양치기 생활을 했어. 그리고 케일럽에게 암호와 같은 편지를 보냈는데, 눈치 빠른 케일럽은
그것이 메리언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곧바로 뉴질랜드로 날아왔단다. 그 이후로 케일럽은 주기적으로 뉴질랜드로
왔고, 75살 케일럽이 죽기 전까지 그들의 만남을 이어갔단다. 그리고
메리언은 세계 일주를 성공 46년 후 조용히 눈을 감았단다. 그리고
남극 기지에 남겼던 메리언의 일지는 58년이 지난 후 발견되었고, 큰
화제를 일으키며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단다. 사람들은 그 기록 이후 메리언의 흔적이 사라졌기 때문에 결국
세계 일주를 성공하지 못하고 사망했다고 알려졌단다.
….
이 소설은 1권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과거 메리언의 이야기와 현재 메리언을 연기하게 된 해들리라는 영화배우의 이야기도 교차하면서
진행된다고 했잖아. 그런데 사실 해들리의 이야기를 비중이 아주 적더구나. 그래서 아빠도 거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 한 가지 이야기를 하자면, 해들리가 메리언의 역할을 하게 되면서, 어찌 저찌하여 메리언의 생물학적
조카분을 만나게 되고, 그 조카분을 통해서 메리언이 당시 죽지 않고 뉴질랜드에서 지내셨다는 것을 추리하게
되었단다. 그렇게 새롭게 알게 된 사실로 해들리가 출연한 영화의 마지막은 더욱 극적으로 바뀌지 않을까, 싶구나.
….
소설은 이렇게 끝이 났단다. 이 소설 속에서 메리언의 삶을 영화로 만드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소설 자체가 한 편의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빠의 머릿속에서 세계일주를 하면서 비행기 안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지만, 영화로 만든다면 영상미가 멋진 영화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가상의 인물의 이야기였지만, 실재했을 것만 같은
이야기였단다.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조감독이 모두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했다.
책의 끝 문장: 송어와 함께 처음 하늘에 올랐을 때처럼, 순수한 가능성의 힘으로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이제 모든 걸 보게
될 것처럼, 그렇게 육신에서 빠져나가 승천하기를 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