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다소 자극적인
책표지에, 다소 구호 같은 제목으로 인식될 수 있는 중국 작가 옌롄커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소설이란다. 아빠는 이 소설을 보지는 않았지만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통해서 알게 되었단다. 몇 년 전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 좀 야한 영화가 개봉되었나 보다 했는데, 개봉 즈음에 원작이라면서
인터넷 서점에서 소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가
자주 노출되었단다. 그래서 무슨 소설인가 싶어 책소개를 읽었던 기억이 있단다. 그러다가 몇 달 전에 인터넷 중고 서점에 보이길래, 어떤 내용인지
급 궁금하고 프란츠 카프카 문학상도 받았다고 해서 한번 읽어보려고 구입했단다.
이 책은 출간 당시 중국에서
금지로 지정될 정도로 소위 문제작이었대. 읽다 보면 그냥 야한 소설이 아니고, 그런 야함과 주인공의 성적 욕망이 중국 공산당과 그들이 벌인 혁명을 조롱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단다. 책 제목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도 마오쩌둥의 어록에서 따온 것이라고 하는구나. 소설 속에서도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고 새겨져 있는 나무판이 있는데, 이것이 소설 속에서는 특별한 용도로 쓰이기도 했단다. 그러면 어떤
내용인지 수위를 좀 낮추어 너희들에게 간단히 이야기를 해줄게.
1.
주인공은 우다왕이라는 하위 계급의
군인이란다. 우다왕은 시골 출신으로 고향에 아내와 어린 아이가 있는데,
지금은 승진을 목적으로 가족과 따로 떨어져 군대에서 일하고 있었단다. 그런데 어느날 사단장
사택에 취사병으로 파견 오게 되는데, 이곳에서 잘 하면 사단장에게 잘 보여 승진할 수 있은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 그곳에는 사단장과 사단장의 어린 아내, 단 둘이
살고 있었단다. 사단장의 아내 류롄는 서른 두 살의 나이로 사단장보다 스무 살 가까이 차이가 났단다. 류롄은 원래 군병원 간호사였는데, 사단장과 결혼한 이후 5년 동안 사택 안에서 주로 지냈단다.
그들의 집 부엌에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구호가 적인 나무팻말이 있었단다. 우다왕은 취사병과 집안 관리로 사단장의 사택에서 하루종일 일하다가 저녁에 자신의 관사로 퇴근하는 것이 하루
일과였단다. 그런데 사단장이 출근을 하고 나면 우다왕과 류롄 난 둘이 남게 된단다. 어떤 스토리가 펼쳐질 지 눈에 선하구나. 그러다가 사단장이 두 달
넘게 출장을 가게 되었어. 아빠 같았으면 가능하다면 아내도 데리고 가거나, 친정에 가 있으라고 했을 텐데, 젊은 취사병과 단 둘이 집에 나두고
두 달 동안 출장을 갈 정도로 자신의 아내를 믿고 사랑했던 것일까. 소설의 초반 흐름을 보면 사단장과
아내 사이에 사랑을 찾아볼 수는 없었는데 말이야.
아무튼 둘이 남은 사단장 사택. 어느날 사모님 류롄은 우다왕에게 한 가지 지시사항을 내린단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팻말이 제자리에 없다면 그것은 자신이 볼 일이 있어 우다왕을 찾는다는 의미이니 이층의
자신의 방으로 오라고 했어. 그런데 사단장이 출장을 가기 전에 위층에는 절대 올라가지 말라고 했거든. 하지만 현재 사택에서는 사모님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지. 처음으로
그 팻말이 사라진 옷을 단정히 하고 위층으로 올라가니, 전등 스위치 줄이 위에 걸렸다고 내려달라는 일상적인
일이었단다. 스위치 줄을 내려 불을 켰는데, 실크드레스 차림의
사모님이 보였어. 류롄은 나이차이가 얼마 안 나니, 둘이
있을 때는 자신을 누님이라고 부르라고 했어. 우다왕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지. 몇 마디 질문을 더 답하고 아래층으로 내려왔지만, 우다왕도 남자인지라
얼굴이 붉어지고 사모님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릴 수밖에 없었지.
2.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팻말은
또 다른 곳에 가 있었고, 우다왕은 이층으로 올라가게 되었어. 류롄은
노골적으로 우다왕을 유혹했지만, 우다왕은 자신의 본심을 숨기고 선을 지키려고 자리를 떠났단다. 그러자 류례은 우다왕을 근무태만으로 상위에 보고했고, 사택에서 인민은
사모님이 사모님의 말을 따르는 것이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것이라며 우당왕은 심한 질책을 받았단다. 잘못하면
사택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고 했어. 우다왕은 류롄에게 반성문을 쓰고 깊이 사과를 하며 한번만 기회를
달라고 했단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이 시작되었단다.
이후 류롄은 우다왕의 상사에게
우다왕이 일을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했단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밤에 사택에서 여자 혼자 자는 것이
무서우니, 우다왕을 밤에도 사택에서 머물게 하겠다고 했어. 이제
우다왕은 하루 종일 사택에서 머물 수 있었어.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팻말은 자주 다른 위치에 있었고, 우다왕은 이층에서 살다시피 했단다.
류롄도 더 이상 사모님이 아니었어. 그저 사랑하는 남자의 애인이었어. 어떤 날은 류롄이 식사 준비를 하고 자신이 만든 음식을 우다왕에게 먹여주기도 했어. 류롄은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면서, 사단장이 남자 능력을 상실해서
사랑을 나눈 지 아주 오래되었다는 이야기도 했어.
둘은 집의 창문을 모두 가리고
문도 안으로 잠근 채 집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며칠 동안 벌거벗고 지내기로 했단다. 그들은 눈만
마주치면 사랑을 나누고 집 곳곳이 침실이었어. 그러다가 주석 석고상을 산산조각 내고 사고를 치고 말았어. 그것 때문에 잠깐 말다툼도 했지만 그들은 그 일을 계기로 그들의 우상의 상징들을 파괴하는 일을 벌였어. 마오쩌둥의 어록이 적힌 팻말들을 발로 밟고, 마오쩌둥의 책들을 찢어
발로 밟았단다. 온 집안이 마오쩌둥의 관련된 물건들이 파괴되어 널부러져 있었어. 이 때 사단장이 들이막치면 어쩌나, 읽는 아빠가 불안했단다. 하지만 다행히 사단장은 일정에 맞춰 돌아왔단다. 그 전날 류롄과
우다왕은 마지막 사랑을 나누었고, 그들의 사랑은 마음 속에 담아 영원할 것을 다짐했어. 류롄은 우다왕에게 돈을 충분히 챙겨주며 휴가를 다녀오라고 했단다.
…
우다왕은 고향집에 가서 한 달
동안 휴가를 보냈는데, 아내가 이전의 아내와 다르게 보였어. 그저
다른 여자 중에 한 명처럼 보였어. 우다왕의 마음에는 류롄이 가득 차 있었지. 한 달의 휴가를 마치고 사택으로 돌아온 우다왕. 한 달 사이에 많은
것이 바뀌었어. 사단장은 돌아와 사단을 해체한다는 선언을 하고, 사단의
군인들은 모두 제대를 해야 한다고 했어. 이 모든 일들이 사실 류롄과 우다왕 사이에 벌어진 일 때문이었어. 류롄과 우다왕 사이의 일을 아는 사람들도 여럿 되었지만 그들은 겉으로는 모른 척 하고 그것은 사단장도 마찬가지였단다. 어떻게 해서 그 일이 알려지게 되었는지는 몰랐어. 우다왕이 그곳을
떠나면서 사택에 들렀을 때, 문 앞에서 류롄을 잠깐 볼 수 있었는데 류롄은 임신 중이었어. 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선물만 건네주고 길을 떠났단다. 그들이 다른 시대 다른 장소에서 만났다면 어땠을까? 한 번 사는
인생에 그들은 비록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함께 할 수 없다니 한편으로 불쌍한 사람들이로구나.
…
세월이 흘러 15년이나 지났어. 그 사이에 우다왕은 한번도 류롄을 보지 못했어. 류롄은 이제 사령관 부인이 되었어. 용기를 내어 우다왕은 사령관
집에 가서 대문을 지키는 초병에게 자신의 이름을 말하면서, 류롄에게 이야기해달라고 했어. 하지만 류롄은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고 쪽지만 전달해 주었단다. 그
쪽지에 우다왕도 답글을 써서 초병에게 전달하면서 소설은 끝이 났단다.
…
누군가는 류롄을 비난할 거야. 하지만 소설을 읽다 보면 류롄을 이해하고, 그녀가 잘 되길, 행복하길 빌게 되더구나. 한 번 사는 삶인데 사랑 없는 결혼 생활에
이혼도 할 수 없는 처지라면 거기에 거의 모든 시간을 집안에서 지내야 한다면 그것은 결혼 생활이 아니라 감옥생활일 듯 하구나. 그렇게 만든 것이 중국 공산주의 군사 시스템일 수도 있고 말이야. 어쩌면
짧은 시간이지만 류롄에게 우다왕이 있어줘서 다행이었다는 생각이야. 그 시간 이후 긴 시간을 우다왕과
있었던 추억으로 견뎌내지 않았을까 싶구나. 옌롄커의 문제작, 재미있게
잘 읽었단다. 옌례커의 다른 작품들도 함 살펴봐야겠구나. 오늘은
그럼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소설은 삶의 많은 진실을 유일하게 대변한다.
책의 끝 문장: “이걸 류롄 누님에게 좀 전해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