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
신부, 인생과 사랑에서 그보다 더 빛나는 말은 없다. 꽃들의 향기, 벌의 선물, 샘물의
첫 모금, 종달새의 서곡, 창조의 칵테일에 얹힌 레몬 껍질-신부란 바로 그런 것이다. 아내는 신성하고, 어머니는 위대하고, 여름 여자는 눈부시다. 하지만 신부는 남자가 인간의 운명과 결혼할 때 신들에게 받는 결혼 선물 가운데 가장 확실한 보증수표다.
(567)
“나는 이 도시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찾아야 해.” 내가 말했다. “다른 도시들은 목소리가 있어. 이건 과제야. 나는 찾아야 해.”
내 목소리가 커졌다. “뉴욕은 내게 시가나 건네면서 ‘친구, 나는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어’ 하면 안 돼. 다른 도시들은 그러지 않아. 시카고는 주저 없이 ‘내가 하겠어’ 해. 필라델피아는
‘내가 해야 돼’ 해. 뉴올리언스는
‘나는 전에 했어’ 해. 루이빌은
‘해도 상관없어’ 하지. 세인트루이스는
‘미안해’ 하고 말해. 피츠버그는
‘다 말해’라고. 그런데
뉴욕은……”
(614)
조용한 눈보라의 군대는 공기의 나룻배를 타고 음울한 이스트 강 너머에서 도시를 공격했다. 눈은 이미 도로를 30센티미터 두께로 덮었고, 눈 더미는 포위된 도시의 성벽을 기어오르는 접이사다리처럼 차곡차곡 쌓여 올라갔다. 대로는 폼페이 거리처럼 조용했다. 이따금 마차들이 흰 날개의 갈매기처럼
달빛 어린 대양을 스치고 날아갔다. 그보다 수가 적은 자동차들은 –비유를
계속하자면- 유쾌하고 위험한 여행에 나선 잠수함처럼 거품 이는 물결을 헤치고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