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한국이 싫어서
열매 2016/12/1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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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 싫어서
- 장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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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5-08
- : 13,544
솔직히 <표백>을 읽고 실망 많이 했다. 복잡하고 일관성이 흔들리는 인물들, 과잉의 정서가 넘쳤다. 그래서 장강명이라는 작가가 화제가 될 때 속으로 구시렁거렸다. 왜 그가 그런 평가를 받는가.
<한국이 싫어서>라는, 구미가 당기는 제목의 책이 나왔어도 계속 읽지 않은 건 그런 이유였다. 그런데 그 책을 읽은 건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서다. 실망한 기억은 나는데 얼마나 실망했는지는 잊었다. ㅎㅎ 눈앞에 있는 <한국이 싫어서>는 여전히 구미가 당겼다.
읽으면서 재미있었다. 편안하게 잘 읽히면서도 군데군데 뾰족하고 날카롭고 비틀린 면이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계나가 쭉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얘기를 풀어나가는 것도 그렇게 답답하지 않았다. 이민생활수기 같달까. 흡인력 있는 소재를 잘 골랐고 쉽게 읽으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책이었다. 쉽게 읽히는 책이 꼭 쉽게 씌여진 것은 아니라는 걸 알기에 작가의 치열한 노력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리고 인간적으로 표지가 너무 예쁘다.
한국이 언제 이렇게 살기 힘든 사회가 됐는지 모르겠다. 어릴 때 학교에서 배운 우리 사회는 늘 장밋빛 미래만 있을 것 같았는데. 사회에 나와보니 모든 게 녹록치 않다. 부모님 세대도 살기 쉽진 않았겠지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낙관적인 생각이 현실화되긴 했다. 그러니 우리에게 그렇게 낙관적으로 가르쳤을 것이다. 그래서 참고 또 참으며 책상 앞에서 그 시절을 보냈지. 그런데 기다린 행복은 오지 않는다. 어쩌면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가 만약 계나같은 처지였다면 나도 어디든 갔을 거다. 내 앞가림만 해도 되면. 부모님 뭐하시는지, 어느 대학 나왔는지, 어느 직장에 다니는지, 연봉은 얼마나 되는지 묻는 게 실례라는 생각조차 없고 그런 정보들로 사람을 평가하는 데 질렸다. 더 무서운 건 나도 모르는 새 점점 그렇게 사람을 보게 되더라는 것. 어떻게든 약점은 감추고 허영스러울 만큼 스스로를 내세우는 나를 보면서 자기혐오가 생겼다. 그래서 때때로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내가 나 자신이 아닌 다른 기준으로 평가받지 않는 곳에 가고 싶었다. 혼자서 잘해도 충분한 곳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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