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세상에서 가장 큰 집
열매 2016/12/16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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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가장 큰 집
- 구본준
- 13,050원 (10%↓720)
- 2016-11-21
- : 552
나는 우물이 있는 낡은 한옥집에서 자랐다. 우리집 옆에는 붉은 벽돌 이층집이 있었고 집 뒤에는 오층 짜리 아파트가 있었다. 큰 길을 건너고 로터리를 지나면 칠팔 십 년이 넘은 목조 적산가옥들이 즐비한 길이 나왔다. 일제시대에 일본인들이 살았던 거리였다. 엄마 손 잡고 가끔 가는 우체국은 1900년대 초에 지어진 러시아식 건물이었다. 늘 벗어나기를 바랐는데 막상 대학을 가고 다른 도시에 살게 되었을 때, 비슷비슷한 아파트 단지와 원룸촌을 걸으며 문득문득 우리 동네가 그리웠다.
가끔 건축 에세이를 읽고, 건축물 하나 보겠다고 수천 킬로미터씩 긴 여행을 했던 건 분명 내가 자란 동네 탓도 있을 거다. 딱히 실용적이거나 편리하거나 아름다웠던 것도 아닌데 그 동네의 부조화스러운 조화로움을 오래 보고 자라서 그런지. 읽어낼 이야기가 많이 숨어있는 건축물을 보는 걸 좋아한다는 걸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다.
2년 전 이맘 때 친한 동생에게 어느 건축 전문 기자의 부음을 전해 듣고 아차 싶었다. 땅콩집의 창시자(?)로 유명한 사람이어서 청개구리 심보가 발동해 일부러 그의 책을 읽지 않았던 터였다. 그리곤 잊고 있었는데 오늘 ‘우주소년‘이라는 동네 책방에 갔다가 최근 발간된 그의 유고를 집어왔다. 머리말에 공공건축에 대한 얘기에서부터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막 뿜어져 나왔다. <세상에서 가장 큰 집>인 종묘, 이세 신궁, 경복궁, 자금성의 건축 양식과 건축물의 구조를 꼼꼼히 설명하면서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가장 작은 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글도 재미있게 잘 쓰고 훌륭한 기자였겠지만 그 전에 따뜻한 시선을 가진 좋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는.
요 몇 년 사이 철학도 비전도 없이 그저 정치인이나 기업가의 과시용 업적 쌓기로 지어진 몇몇 건축물이 자꾸 생각나서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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