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지 카페의 아무 냅킨에라도
그림을 끄적이고 싶어졌다

나는 책 표지의 이 문구를 보자마자 아주 오래된 내 여행노트에 그려놓은 그림이 생각났다. 정말 그땐 내가 그 여행지에서의 감정으로 넘쳐 흘러 이렇게라도 나의 감정을 표현해 놓지 않으면 안되겠다 싶었다. 이 책 표지의 문구처럼 나는 정말 아무 냅킨에라도 그림을 끄적이고 싶었을 때가 있었다.

2005년 벨기에의 강가 그리고 스위스의 어느 한 호숫가에 앉아서 나는 정말 이 아름다운 풍경을 꼭꼭 담아 놓고 싶었다. 이 책에서 작가는 말한다. 카메라 없이도 펜과 종이만으로 기록할 때, 기억이 더 오래 선명하게 남는다고.. 그래서 그런지 어떤 생각으로 그리고 어떤 풍경을 보면서 이 그림을 그렸는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는 그림을 무척이나 그리고 싶어하는 아이였다. 어린시절 내게 미술이란 것을 배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아쉽게도 나는 미술과 그리 친해질 기회는 없었다. 그러나 항상 마음 한 구석에는 미술에 대한 로망이 있다는 것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그러나 이 책을 보면 '굳이 배우지 않아도' 라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저자는 언제나 스케치북과 펜을 휴대하며, “막 그려도 돼. 즐겁게 그리자!”는 자유로운 태도로 스케치를 즐겨 왔고, 그런 모습을 보면 '아, 나도 할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갖게 된다.

이 책의 소개를 간단히 하자면 이 책은 크게 3장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스케치 여행을 위한 준비
노트 커스터마이징, 스케치 도구 소개, 빠르게 그리는 팁 등 기본 설계
여행 노트를 채우는 30가지 아이디어
‘멈춰 있는 비행기’, ‘거리 풍경’, ‘카페 소품’, ‘나무와 수풀’, ‘음식 표현’ 등 실용 주제를 통해 스케치 아이디어 제공
작가와 함께 떠나는 스케치 여행
교토, 오사카, 경주 등지를 실제 스케치하며 기록한 여행 에피소드 소개
각 장면마다 핵심 표현 방식, 생략과 강조의 밸런스, 구도 잡기 등을 튜토리얼 형태로 설명해줘서 실용적이다.

사실 많은 책들이 바로 그림 그리기에 집중하는 한편, 이 책은 여행 준비 단계에서의 작은 소품 (필기구, 탑승권 등)을 먼저 스케치하는 접근이 인상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사실 풍경을 찾아야 한다는 조바심 없이 작고 사소한 것부터 시작할 수 있어 사실 맘 편하게 시작할 수 있게 한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나에게도 벌써 많은 그림 소재가 눈에 들어온다. ㅎㅎㅎ

이 책의 서평자의 말처럼 바야흐로 사진의 시대다. 그럼으로 불구하고, 사진으로 담아내지 못한 여행의 감정을 스케치로 기록할 수 있다는 점에 상당히 공감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3장에서 작가와 함께 떠나는 스케치 여행을 통해 교토, 오사카, 경주 여행 장면을 스케치로 따라가며 보는 즐거움이 있었고, 특히 나무·식물·건물 묘사 방식이 좋은 것 같다.

작가는 정교함보다 순간의 감정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누구든 시도할 수 있는 스케치의 용기를 전하고 있다.
사실 정교함은 배운 사람들 따라가기 힘드니, 비전공자라면 책 속의 그림을 보며 따라 그리는 형식으로 접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스케치가 처음이거나 여행 중 장면을 그림으로 기록하고 싶은 분들, 그리고 일상 속 시선을 그림으로 표현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매우 추천할 만한 책이다.
앞에서 언급하진 않았지만, 내가 여행 중 그림을 그렸을 땐, 여행 중 카메라를 잃어버리고 오직 눈과 펜 밖에 없었기에 나온 것이 그림이었다. 쉽게 찍을 수 있는 카메라가 옆에 있다면 과연 그림을 먼저 생각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기기도 하지만, 우리는 이제 그림이 더 많은 기억들을 잡아 놓을 수 있는 걸 알게 되었으니, 여행지에서 한번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새로운 여행을 만들어 줄 놀라울 만큼 친절한 안내자, <카콜의 어반 스케치 여행> 책과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