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못' 했다고 얘기하자니 어딘가 억울했고, 결혼을 '안' 했다고 얘기하자니 비혼이 완전히 내 자발적인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아 찝찝했다. 그냥 정신 차리고 보니 어느새 혼자였을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1인가구로 사는 나조차 몰랐던 나의 서사가 부여되는 느낌이었다. 정확히는, 저자의 말처럼 "'나 혼자' 사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혼자' 살게 된 공통의 서사"로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해야겠다.
"인간은 외부세계와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는 사회적 존재다. 근래 자유를 추구하며 비혼을 선택한 개인들이 많아졌다면, 이 또한 사회적 환경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한 사회의 구성원인 그 누구도 순수하게 혼자서 자기 삶의 방식을 선택했다고 말할 수 없다."
결혼을 '안' 했든 '못' 했든 그것은 한 사람만의 선택도 아니고 한 사람만의 책임도 아니다. 이것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대단히 큰 차이다. 그냥 이 사회를 충실히 살았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어느새 그렇게 된 것, 그것이 필연적인 결과가 아니고 무엇인가.
얼마 남지 않은 설날, 왜 결혼 안 하냐고 또 물을 큰아버지 얼굴에다 던져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