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실제로 저녁에 클래식을 듣는 사람이다. 보통 직장인은 그럴 수밖에 없지 않나? 아침에 일어나서나 출퇴근길에 들을 수는 있지만 클래식을 '제대로' 집중해서 듣기에는 저녁만한 시간이 없다. 그리고 클래식을 듣는 저녁과 듣지 않는 저녁은 완전히 다르다. 클래식을 듣고 잠자리에 들면 정말 보통의 하루가 충만해진다는 게 느껴진달까.
'당신의 저녁에 클래식이 있다면 좋겠습니다'라니. 내가 평소에 느끼는 그 기분을 정확히 담은 제목이라 너무 공감해서 바로 구매했다.
사실 클래식 입문서가 시중에 너무 많고 뻔한데다 이 책도 입문서라고 하기에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상당히 재미있었다. 유튜버나 비전문가가 아니라 업계에서 꽤 높은 수준까지 올랐던 연주자가 쓴 내용이라 훨씬 설득력이 있는데, 동시에 그런 권위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농담까지. 요 몇 년동안 제일 재미있게 읽은 클래식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완전 입문자보다는 조금이나마 클래식을 들어보려고 해봤던 독자들에게 더 잘 맞을 것 같고, 영국 블랙코미디라든지 서양식 유머를 즐기는 독자라면 특히 재미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