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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요님의 서재
  • 나는 복어
  • 문경민
  • 11,250원 (10%620)
  • 2024-04-03
  • : 4,641

나는 인간의 어둡고 부정적인 모습이 그려진 영화를 보지 못한다. 보고 나면 정서적으로 한동안 음울하고 힘든 상태가 되곤 하기 때문이다. <나는 복어>도 제목과 표지에서부터 뭔가 그런 느낌이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것은 문경민작가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훌훌>을 통해 작가가 그려내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깊이 공감하며 읽었기 때문이다.

<나는 복어>의 주인공 두현이는 세상을 향해 주먹질하는 것이 더 쉬웠을 것이다. 독자들도 충분히 납득할 만한 그런 사연을 갖고 있다. 정체성을 찾기는 커녕 근간부터 흔들려버린 상처 속에 꿈도 제대로 없지만, 그럼에도 잘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한 귀퉁이에 남아 있다. 하지만 두현은 꿈을 꾸기 이전에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다.

이 이야기는 입시공부에 허덕이는 10대의 모습이 아닌, 노동자의 현장을 준비하는 공고생들의 모습을 배경에 두고 있다. 젊은이들이 많은 사고를 당하고 희생을 거듭하고 있지만 여전히 약자와 희생자에게는 관심없는 잔인한 현실 속에 주인공이 놓여 있다. 두현은 금형기술자가 쇠를 깎아 내듯이 자신의 굳은 마음도 다루어 내고 싶었을 것이다. 또한 두현은 그 예비현장에서 전문기술자의 위치와 이상도 배워가고 있었다. 언뜻 보면 처지에 비관해서 되는대로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두현은 그렇게 자신의 뿌리를 찾고 세상을 향해 싹을 틔우고 싶었던 것이다. 요즘은 드라마에서도 잘 나오지 않는 현장이지만 그럼에도 공고와 공장의 풍경들이 낯설지 않았던 것은 나도 두현이와 함께 인생을 더 마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두현이를 응원하며 읽었다. 재경이의 시간이 이기기를, 준수가 평안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응원한다. 이 땅의 10대들이 자신의 뿌리와 기둥을 제대로 세워갈 수 있는 튼튼한 사람들이 되기를 바란다.

한없이 어두운 소재들이 많았음에도 내가 부정적인 정서에 빠져들지 않은 것은 문경민 작가의 힘인 것 같다. 작가가 청소년 뿐 아니라 중년의 흔들리는 어른들의 이야기도 써줄 수 있을까 하는 팬심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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