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로맨스를 꽤 읽은 편인데 황유하 작가의 <언아더 월드>만큼 "난 널 영원히 사랑해"라는 흔한 고백을 치열하게 다룬 작품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톨킨의 대하 판타지 <반지의 제왕>에서 엘프 공주 아웬과 인간 아라곤의 사랑에 가슴 아팠는데 <언아더 헤븐> 을 막 읽은 느낌이 그에 못지 않네요.
<반지의 제왕>에서 영원히 살 수 있는 엘프인 아웬과 죽음이 필연인 인간 아라곤의 사랑은 출발부터 비극이었죠. 그들은 100년이 훌쩍 넘는 세월을 사랑하는 부부로 행복하게 살고 아이까지 낳지만 결국 아라곤은 나이 들어 죽습니다. 남겨진 아웬은 헤어날 수 없는 슬픔과 외로움에 괴로워하다가 죽고 마는 그런 해피도 새드도 아닌 아련한 사랑을 보여주지요.
인간에게 시간은 유한하기 때문에 "영원한 사랑"이란 어구는 모순어법 (oxymoron)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황유하 작가님의 <언아더 헤븐>은 "영원한 사랑"을 더이상 모순어법이 아닌 직설적인 어구로 바꾸어 놓습니다.
<언아더 헤븐>에서 평범한 지구인인 은우와 아더월드의 전사인 니힐 사이에는 공간만이 아니라 엄청난 시간의 간격이 존재하지요. 공간만이 아니라 시간도 구부려야 그들은 사랑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은 그걸 해냅니다. 물론 그 과정에 동반하는 고통의 무게와 기간이 너무 어마어마해서 멘탈이 너덜거릴 지경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감동과 여운도 짙네요.
다시 읽고 싶은 욕구가 큰데 오늘 하루만 이 짙은 여운을 즐기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