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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르버
-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
- 14,400원 (10%↓
800) - 2022-10-30
: 127
권위주의적인 학교에 반항하던 8학년 졸업반 게르버가 권위에 사로잡힌 수학 교수 쿠퍼에게 찍히게 되면서 졸업시험까지 심리적 압박을 받는 이야기.
부도덕한 교수와 학교에 반발심이 들지만 졸업시험 통과에 대한 압박으로 점차 순종적으로 변한다. 특히 아버지로부터의 믿음을 지키고 싶어하는데, 어느날 교수에게 부당한 처우를 받은 같은 반 친구의 아픔에 행동하지 못하는 친구들과 본인의 모습에 혐오감을 느낀다.
어릴 때에는 학교의 존재 자체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단순히 나이가 되면 다니고, 시험을 봐야 하니 본 거고. 당시에는 단체 기합도 받고 숙제를 안 해오면 매도 맞았기 때문에 당연한 줄 알았다. 학원에서는 성적을 공개해 순위대로 벽보로 붙였는데 그게 싫으면서도 성적을 올리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했었다. 나의 부모님이 성적에 대한 기대가 없으셔서 항상 중간만 해라 하셨다. 그래서 실제로 나는 항상 중간에 있었고 학창시절내내 성적 걱정을 심각하게 하지 않았다. 학교에 대한 반항심도 없었다. 중학교 때 같은 학교 다른 반 반장이 성적 압박으로 자살한 사건이 있었는데 운구차가 운동장을 한바퀴 돌 때 처음 학교와 교사, 성적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그 즈음, 우리반에도 교사에게 대들고 반을 뛰쳐나간 친구가 있었다. 선생님은 그 친구를 비난했지만 우리들에게는 이미 반항심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에 이전과는 달리 그 의견에 적대감이 들었다.
보는 내내 쿠퍼 교수의 알량한 권위의식과 우월감 때문에 열이 받았다. 하지만 게르버를 보면서도 완전히 게르버의 편에 서지지 않는다는 걸 느끼고 잠시 혼란스러웠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나는 철저히 게르버의 편에서 읽으리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건 어쩌면 나도 이미 부조리한 학교와 교권에 익숙해져 버린 한 마리의 말이 되어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수능이 며칠 남지 않았다. 정말 지나고 보면 별 거 아닌데, 학교는 대학진학이 우리 삶의 끝이라고 가르친다. 학생들을 아주 작게 만든다. 그것이 얼마나 허무한 일인지, 작은 세상에서 실망하고 좌절하는 학생들이 없기를 바란다.
게르버의 속마음을 여과없이 나열했다. 의식의 흐름처럼 복잡한 나열인데 이게 몰입을 높인다. 다만 속마음인지 실제로 한 말인지 헷갈려서 여러번 읽은 부분도 있다. 통쾌한 반항이라기 보다는 한쪽이 너무 우세한 대립이기 때문에 다 읽고 나서 마음이 씁쓸했다. 책 끝을 많이도 접어놨다. 그렇다는 건 생각할 문장이 많았다는 것. 지금 우리는 진리와 정의 그리고 사랑 속에 살고 있는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호밀밭의 파수꾼이 청소년들의 반향을 일으켰다면 게르버는 어른들의 반향을 일으킬만한 작품. 꼭 한 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해당 리뷰는 문예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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