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사실 900쪽이 넘는 칭의에 대한 모든 것을 담으려고 한 것으로 보이는 아주 묵직한 책의 제 9장을 번역해서 단행본으로 만든 것이다 (Barrett, M. Ed., 2019, The Doctrine on Which the Church Stands or Falls, Crossway). 뒤에 다루겠지만, 출판사의 이러한 시도가 과연 적절한 것이었나 하는 의문이 처음부터 있었다. 바울에 관한 새관점에 대한 비판적 읽기라는 소개를 통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느꼈던 불편함 내지는 답답함이 어떤 면에서 이 두꺼운 책으로 엮여진 커다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보지 못하게 한 장을 이렇게 단행본으로 낸 것에 최소한 일정 부분 기인했다고 생각한다. 비평적 읽기라 함은 그 비평의 대상에 대한 적절한 소개와 비평의 내용, 비평 방식의 합리성을 담보해야 할 터인데,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차라리 바울에 관한 새관점 모두까기라고 소개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 가령, 저자는 라이트에 대해서 가장 많은 분량을 들여서 이스라엘이 여전히 포로 생활 중에 있다는 주장을 비판한다. 그 주장은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라이트 혼자 만의 이단적 주장도 아닐 뿐더러, 무엇보다 그것과 새관점의 연관성도 그리 명확하지 않다는 측면에서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만 하지 저자는 정작 그 이유는 제시하지 않는다) 비판을 위한 비판 이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저자의 일방적인 비난에 지쳐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에 대해 일방적인 비난을 가하게 된 것은 모두 저자의 책임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책의 구조는 네 명의 주요한 새관점 학자들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이후에 줄기차게 그들에게 프레임을 씌워서 비판하다. 가령, 샌더스와 던은 펠라기우스주의자, 라이트는 구약과 제2성전기 유대 문서 몰이해자, 바클레이는 사소한 일에 인생과 종이를 낭비한 자 정도라고 정리한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힘겨웠던 부분은 비판을 전개하는 방식에서, 어디까지가 새관점 학자들의 주장과 생각인지, 어디부터가 저자의 주장과 생각인지가 불분명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 저자가 새관점 학자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 같다가, 갑자기 그들이 스스로의 주장을 반박하는 것 같기도 해서 종잡을 수 없는 부분이 제법 있었다. 저자는 새관점 학자들을 선택적으로 소개하고, 선택적으로 비판하는 형식을 취하는데, 그 선택이 당연하게도 저자의 자유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을 고려한다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다. 물론, 독자들이 이 장이 속한 그 책을 읽을 전문 신학자들이라면 다를 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단행본으로 전체의 맥락에서 분리해서 제법 가벼운 제목과 소개로 출판했다면, 어쩌면 이레서원에 그 책임을 물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이렇게나 많은 책이 출판될 필요가 있는가 하는 회의가 들곤 하는 이 시대에 굳이 하드커버로 11,000원이라는 가격을 붙인 것은 책을 읽으며 생긴 불만을 더욱 증폭 시켰다고 볼 수 있겠다. 새관점에 대한 이해를 위한 소개라면, 차라리 니제이 굽타의 “신약학 강의노트”의 5강 (바울의 신학적 관점)과 6강 (바울과 유대교 율법), 혹은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한국개혁신학회에서 발표한 권연경 교수의 논문과 오성종, 소기천 교수의 논평을 읽는 것이 훨씬 나으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