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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이엄마님의 서재
  • 노경실의 세상을 읽는 책과 그림이야기
  • 노경실
  • 13,500원 (10%750)
  • 2011-01-30
  • : 92

잃어버린 믿음, 그래도 뒤돌아본다

요즘 어린이들은 속담이나 격언 등을 참으로 기발하고 재미있게 해석한다. 예를 들어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여러사람이 모여 힘을 합하면 못할 일이 없다‘로,
또 ‘백짓장도 맞들면 가볍다‘는 ‘백짓장도 맞들면 찢어진다. 그리고 ‘시작이반이다‘는 ‘시작은 시작일 뿐 열심히 하면 반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다‘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는 무어라 풀이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속담은 필시 나쁜 소문이나 해괴한 또는 전혀 근거를 찾을 수 없는 풍문을 말하리라. 예전에는 열악한 교통과 통신매체의 부족으로 나라 구석구석을 발없는 말이 부지런히 돌아다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최첨단 과학 멀티미디어‘ 세상에서 전국 곳곳에 ‘연중무휴 24시간 무보수‘의 발 없는 말들이 누구의 명령이나 간섭도 없이 스스로 천 리 리를 넘고 넘어서 소문의 보따리를 마구마구 풀어놓고 있다. 예전에는 고작 천 리 정도나 가서 그 마을을 들쑤셔놓기나 했지, 지금은 온 나라를 뒤흔들고 심지어는 사람의 목숨까지 쥐락펴락한다.
그러다보니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한물간 속담취급을 받는다. 지금은 굴뚝 같은 건 필요 없다. 허공에서 요상한 연기들이 피어오른다. 그 연기는 때론 무색무취인 듯하면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괴롭힌다. 심장을 갈라지게 한다. 영혼을 말라버리게 한다. 결국 사람이 사람을 미워하게 만든다.
(p8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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