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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님의 서재
  • 녹두서점의 오월
  • 김상윤.정현애.김상집
  • 14,400원 (10%800)
  • 2019-04-30
  • : 843
광주 518 항쟁은 대한민국에 있어 잊을 수도 지울 수도 없는 비극이며, 무엇보다 당시의 가해자들이 아직 살아 있고 제대로 처벌을 받지 않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우리 곁에 남아 있는 비극이다. 녹두 서점의 오월은 권력자들을 통해 왜곡되지도, 쓸데없이 각색되지도 않은, 그 항쟁 속에 실재했던 한 가족의 솔직한 고백을 담았다. 518을 다룬 영화도 소설도 꽤 많이 찾아볼 수 있지만 이 책은 여느 이야기들과는 조금 다르다.

1. 독립 서점의 역할을 생각하게 한다. 녹두서점은 책을 판매하는 평범한 서점 그 이상이다.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이고, 사회적으로 판매 금지가 되어 쉽게 구할 수 없는 책을 구비해둔 곳이다. 학생들에게 나라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들불야학이라는 학습 모임을 운영하기도 한다. 책을 중심으로 뭉치는 마음은 얼마나 단단해질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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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여태껏 많이 봐왔던 항쟁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서점에서의, 여성의 항쟁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동안 영화에서 다룬 518은 무장한 군인들과 맨몸으로 부딪친 거리의 시민들에 주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녹두서점의 안주인 정현애가 남편이 먼저 잡혀간 상황에서도 시위 내내 전화를 돌리며 시외의 주요 인물들에게 상황을 알리고, 수시로 일어나는 일들을 상세히 기록하고, 조직적이고 전략적으로 사람들을 리드하는 모습은 먹먹하면서도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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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극히 인간적인 용기를 다루고 있다. 민주화를 위해서라면 목숨따위 조금도 아깝지 않아 라든가, 너네가 아무리 나를 고문해봤자 나는 절대로 흔들리지 않을거야 와 같은 용기가 아니었다. 그들은 대한민국에서 민주화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순간 순간 최선을 다했으나 동시에 옆방에서 고문당하는 동료들의 비명에 긴장하고 두려워하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 똘똘 뭉쳐서 뜻하는 바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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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518의 비극은 날짜 그대로 1980년 5월 18일 단 하루의 비극이 아니었다. 5월 17일 하루 일찍 잡혀들러간 김상윤을 제외한 정현애의 가족들은 5월 27일까지 싸우다가 구속되었다. 영창 안에서의 고문을 견뎌내고, 재판, 선고를 기다리고 마침내 모두 석방이 될 때까지 그들의 투쟁은 이어졌다. 김상윤이 감옥에서 나온 건 1981년 12월의 겨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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