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설연휴를 이 친구와 함께 했다.
최근 몇년, 자연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게되었다.
그저 자연의 본질이 무엇인가 알고 싶고, 느끼고 싶었을 뿐이였다.
그런 내게 공기, 불, 물을 테마로 자기내면으로 떠나는 여행이란 문구가 호기심을 발동시켰다.
그렇다면 나의 내면은 공기이고, 불이고, 물이란 말인가?
흥미로운 과학책이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이 빗나갔다.
공기, 불, 물 !! 그것은 자연의 실체로서의 물질이기 전에,
무언가를 정의하는 상징물이였다.
"여행의 책"이 안내하는 여행지는
시간과 장소, 인간과 자연, 엄마뱃속에서 더 넓은 우주까지 어우르고 있다.
공기를 가르고, 세상 이곳저곳을 날아다니고,
불속으로 뛰어들어, 인류역사의 수많은 전쟁터를 지나,
마지막 나의 수많은 적들과 싸움을 버린다.
전쟁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간곳은...물~!
생명의 근원, 물속에서 나는 돌고래와 함께 지냈으며,
우주 또한 그렇게 나와 같이 탄생했다고 한다.
무엇하나 나누어지고, 별개의 것이 없는듯하다.
베르나르 베르베베라는 작가가 말을 하고 있는것인지,
작가와 동떨어진 실제로 존재하는 생명력을 갖는 책인지?
역사책인지 과학책인지, 인간처세술을 논하는 책인지?
모호하다!
더불어 나의 정체도 모호해졌다.
지금의 나, 이만큼 가지고 있는 나, 인간으로서의 나는
때론 우주가 되기도 하고, 부자가 되기도 하며, 새가 되어 이곳저곳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여행은 가난한 자들이 누리는 최고의 사치라고 생각한다.
얼마간의 돈이 있으니, 여행을 가지? 그렇다고 그들이 부자인가?
그들은 몹시 가난하다. 가난한 자만이 떠날수 있는 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감각은 이미 퇴화되어, 흔적만 남아있을뿐
여행을 떠나는 사람을 가난한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그런데 내면으로 떠난다고?
차라리 비행기타고 가까운 동남아라도 다녀오는게 낫지 싶다.
자기의 내면으로 떠난다는 것은 더 위험한 여행인지도 모르겠다.
이 나이 먹어 새롭게 발견될 무언가가 아직도 남아있을까? 두려움이 밀려온다.
베르나르베르베르? 일단 그의 이름을 믿어보자.
나를 발견해줄지 모르는 구원의 손길을 잡아보자.
"여행의 책"이 이끄는 짧은 여행은
논리와 깊이로 설명하기 어려운 의미심장한 모험이였다.
그가 알려준데로 한다면,
외롭고, 허전한 내면이 풍요로울수 있을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