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최고의 책.
민정 2026/09/2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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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눈부신 파랑
- 르네 왓슨
- 16,200원 (10%↓
900) - 2026-09-11
: 5,660
‘상실’과 ‘애도’를 경험했고, 나도 그 마음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두가 눈부신 파랑』을 읽고 나서야 두 단어가 내 삶에 조금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살면서 소중한 사람들의 죽음을 마주할 때마다 슬픔은 저마다 다른 얼굴로 찾아왔다. 너무 슬프거나, 너무 화가 나면 오히려 내 감정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어려웠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며 그 감정을 덮어두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신기하게도 많은 순간이 기억나지 않는다. 어쩌면 너무 고통스러운 감정을 마주하지 않기 위해 나도 모르게 그것을 피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서.
『모두가 눈부신 파랑』의 주인공 세이지는 자신의 생일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단짝 친구를 잃는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하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까지 나누리라 믿었던 사람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세이지에게 친구의 빈자리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그 자리를 다른 사람으로 채울 수도 없고, 채워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이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의 곁을 묵묵히 지킨다. 당장 슬픔에서 벗어나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그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자신의 속도로 애도할 수 있도록 곁을 내어준다.
이 책을 읽으며 ‘애도’란 잊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조금씩 잊는다. 잊고, 잊히고, 어느 순간 내가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때 다시 슬퍼진다.
지금의 삶에 익숙해져 당신을 잠시 잊고 살았다는 사실이 미안해지는 순간도 있다. 평생 기억하고, 평생 슬퍼하고, 평생 사랑할 것처럼 마음먹어도 우리는 그 사람의 죽음 속에 영원히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결국 우리는 다시 살아가야 한다.
어쩌면 그것 역시 애도의 한 과정일 것이다.
잊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품은 채 다시 살아가는 것.
동화이기에 어린이의 삶과 감정에서 상실과 애도를 바라볼 수 있었지만, 그 마음은 결코 어린이에게만 머물지 않았다. 세이지의 슬픔을 따라가다 보니 나 역시 지나온 시간 속에서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던 감정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동화를 넘어, 상실을 경험한 누구에게나 건넬 수 있는 위로의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에게는 자신의 슬픔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어른에게는 지나온 슬픔을 다시 보듬을 수 있는 시간을 건넨다.
그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책 곳곳의 ‘여백’이기도 했다.
이 책의 여백은 단순히 비어 있는 공간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이야기를 읽다가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하고, 숨을 고르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책을 읽다가 문득 멈춰 서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나는 그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나는 제대로 슬퍼했던 걸까.’
‘잊었다고 생각했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여백은 이야기를 더 채우기보다 오히려 독자의 마음이 들어설 자리를 만들어준다. 상실과 애도에 대해 서둘러 답을 내리지 않고, 잠시 머물러 감정을 추스르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한다.
어쩌면 애도에는 이런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서둘러 괜찮아지지 않아도 되는 시간.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마음을 추스르고, 떠나간 사람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시간.
『모두가 눈부신 파랑』은 애도와 상실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다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책을 덮으며 한 가지 약속을 마음속에 남겨본다.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아무 말 없이 서로를 꼭 안아주자고.
그때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도록. 우리가 잊은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삶을 살아내느라 잠시 기억을 꺼내지 못했을 뿐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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