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함을 이해하는 것.
민정 2026/08/1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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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스파라거스
- 김양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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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0) - 2026-07-24
: 12,080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책과 결혼한 이야기꾼 ‘제인 아줌마’. 첫 장부터 생각했다. ‘이건 공감을 넘어, 내 이야기를 첫 장부터 써놓은 것 아닌가?’(영어 이름까지 Jane.) 책을 좋아하고, 이야기를 사랑하고, 결국 책과 함께 살아가는 제인 아줌마의 모습이 어쩐지 낯설지 않았다.
김양미 작가의 『아스파라거스』는 중학교 2학년 현빈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이 책에서 인상적인 것은 이야기의 시점만이 아니다. 종이의 색을 달리해 서술자를 구분하고, 현빈을 둘러싼 인물들의 시선이 교차하도록 구성했다. 책의 물성을 이야기의 장치로 활용한 셈이다.
페이지의 색이 바뀌는 순간, 장면도 시점도 바뀐다. 덕분에 인물들의 마음을 따라가는 일이 훨씬 선명해지고, 이야기의 몰입도 역시 높아진다.
현빈은 요한이 자꾸 신경 쓰인다. 모두가 요한을 비난할 때도 현빈은 그를 나름대로 챙긴다. 요한에게는 거절과 비난이 일상이지만,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다. 상처를 받으면서도 돌아서면 또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행동한다. 동구는 할 말은 다 하는 아이지만, 눈치가 있다.
서로 다른 세 아이가 요한을 중심으로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단순히 ‘아스퍼거’를 이해하는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가족에 대한 아픔은 하나쯤 있다. 다만 그 이유와 모양이 서로 다를 뿐이다. 아스퍼거 특성을 가진 요한을 바라보던 현빈은 어느 순간 자신의 아빠 역시 ‘아스퍼거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타인을 이해하려던 시선이 어느새 자신의 가족과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선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현빈과 동구는 어떤 계기를 통해 요한의 편이 되어준다. 그리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아스퍼거로 인해 요한이 겪는 크고 작은 일들을 마주한다. 그 과정에서 세 아이 역시 조금씩 성장해간다.
당연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다름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끈기와 노력을 가지고 한 사람에게 다가가 친구가 되어주는 것.
나는 이 책에서 ‘편을 먹어주는 것’의 의미를 오래 생각하게 됐다.
내가 마음이 가는 사람의 곁에 서주는 것. 누군가의 사정을 모두 이해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마음에 걸리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함께해주는 것. 어쩌면 작가가 말하는 진짜 의리는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머리를 거치지 않아도 마음으로 이해되는 말들이 있다.
『아스파라거스』는 나에게 그런 소설이었다. 읽는 내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인물들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전해졌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애써 이해하려 한다고 해서 반드시 이해되는 것도 아니고, 노력한다고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기에.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완벽하게 이해하는 대신, 그저 한 사람의 곁에 서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아스파라거스』는 ‘다름’을 이해하는 이야기이면서, 결국 사람의 마음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책을 덮은 뒤 나는 한 가지를 생각했다.
내가 마음이 가는 사람의 편이 되어준 적이 있었던가.
그리고 누군가에게 나는, 그런 편이 되어준 사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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